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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들이라고 사칭하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기도당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건 30대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 경기도당을 폭파하겠다"고 말한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해악의 고지로서, 전화를 받은 경찰관들에 대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31)씨는 지난 2010년 12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공중전화에서 수원중부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경찰관 K씨에게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한나라당 경기도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K씨는 다음날에도 공중전화로 수원중부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 H씨에게 "나는 손학규 대표의 아들인데, 오늘밤 12시 안으로 한나라당 경기도당을 폭파하겠다, 빨리 잡으러 와라"고 말했다.

이런 전화를 받은 경찰관들은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자를 확인하도록 하고, 장안지구대에 통보해 한나라당 경기도당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순찰을 강화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전화를 받은 경찰관을 협박했다"면서 협박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정진원 판사는 2011년 4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정진원 판사는 "피고인이 인천국제공항을 폭파시키겠다는 내용으로 인천공항경찰대에 전화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게시한 범죄사실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보호관찰을 선고받은 지 불과 2개월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동일한 수법의 협박 범행을 저지른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에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인 경찰관들에게 공포감을 느낄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협박죄가 서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2011년 7월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월의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지한 행악이 내용과 고지의 방법 등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의 입장에서 명백한 장난을 넘어,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여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이 유사한 범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도 곧바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단순한 장난에 불과하다고 하나, 이로 인해 경찰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되고 결국 그 피해가 사회 전체에 비치는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량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 "한나라당에 대한 해악 고지이지, 경찰관들에 대한 해악 고지 아냐"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협박죄로 1·2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A(3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형법에서 정한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협박'이라 함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서, 그런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친숙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혼자서 술을 마시던 중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다는 것에 화가 나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경찰서 지령실에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경찰관에게 한나라당 경기도당 당사를 폭파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은 한나라당에 관한 해악을 고지한 것이지, 공소사실에서 피해자로 일컫고 있는 경찰관 개인에 관한 해악을 고지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인 경찰관들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피고인의 행위가 직무상 그에 따른 경비조치 등을 불필요하게 취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안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해악의 고지가 경찰관 개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경찰관들에 대한 협박죄를 구성한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협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협박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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