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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신차발표회에 맞춰 진행된 방송 각본"

OBS가 지난 9월 14일 저녁 메인뉴스 시간에 '불법현수막 가려가며 철거 논란'제하 보도기사가 방영된 후 OBS기자협회는 '사주에게 충성하기 위해 공정보도 원칙을 훼손한 심각한 사건'이라며 보도국장 사죄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비에스는 14일 저녁 오비에스의 최대주주인 영안모자(회장 백성학) 사옥 앞에 걸린 현수막은 불법이며, 행정기관은 공정하게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데도 불구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부천시 오정구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OBS는 "옥외광고물은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설치된 게시대에 부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불법 현수막을 내건 노동조합측에서 집단으로 반발하자 구청이 철거를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한 뒤 해당기업(=영안모자)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저희들이 수차례 오정구청 쪽에 불법현수막을 철거해달라고 민원도 넣고 공문도 수차례 넣고 찾아갔지만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여 '해당구청은 집단 반발에 밀려 철거 조치를 못하고 있다며 방치하고 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보도했다.

9월 14일 방영 된 OBS 메인뉴스 다시보기 화면. OBS누리집 갈무리.
▲ OBS 9월 14일 방영 된 OBS 메인뉴스 다시보기 화면. OBS누리집 갈무리.
ⓒ 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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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간 뒤 OBS기자협회는 경악했다. OBS기자협회는 "공중파 방송뉴스가 사주의 사익을 대변하는 보도기사를 노골적으로 내보내는 광경 앞에서 OBS기자들의 자존감은 철저히 짓밟혔다. 해당 보도가 제작배경과 과정, 그리고 내용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 보도국장에 있다."며 보도국장 사죄를 요청했다.

OBS의 이날 방송보도는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를 인수한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대우자판의 자본은 인수했지만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된 사건이다. 금속노조 대우자판지회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백성학 회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영안모자 사옥 주변에 게시하자, OBS보도국이 나서 이를 철거하지 않는 오정구청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

대우자판의 최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최근 부천시청과 구청을 상대로 영안모자 사옥 주변의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음양으로 진행해 왔으나 효력이 없자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OBS의 보도를 통해 압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방송을 내보낸 것으로 OBS기자협회는 분석했다.

김성수 OBS기자협회장은 "17일은 대우버스 신차발표회가 있는 날로 외국 바이어들이 영안모자를 방문하기에 앞서 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OBS 고위 경영진들에게 강력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OBS뉴스를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한 뒤 "OBS 보도국이 사주의 홍위병인가? 언론보도의 독립성을 지키는데 헌신해야 할 보도국장이 사주에게 충성하기 위해 기자들을 동원하며 언론보도의 독립성과 기자들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부천시장 만나도 안 된다는 얘길 해놓고 뉴스가치?"

OBS기자협회는 또 해당 방송이 통상적인 제작절차를 벗어난 행위라며 제작경위를 문제 삼았다. 통상 방송아이템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리는 공식적인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논의되는 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

김성수 기자협회장은 "편집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아이템이 최종 큐시트(=)에 포함되는 경우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주요뉴스로 다룰 만한 시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뿐이다. 과연 이번 보도가 오후 5시가 돼서야 현장취재 지시가 이뤄질 만큼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요구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협회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OBS보도국장은 '사회팀장과 사전 협의가 있었고 뉴스로서도 가치가 있었다'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기사를 취재했던 사회부기Y기자는 '할 말이 없다. 기자협회입장을 참고해 달라'고 할뿐 입장표명을 꺼려했다.

OBS김학균 보도국장은 "사회팀장과 논의를 했고 뉴스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취재한 것이다. 나름대로 (취재)절차와 (뉴스)가치를 가지고 했다. 식당현수막 등 서민들의 불법현수막은 바로바로 행정집행하면서 민주노총의 불법현수막은 놔두는 것은 공정하게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써 형평성을 상실한, 공정하지 못한 처사 아니냐? 이를 비판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기자협회장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하는데 왜 그럼 편집회의에 아이템이 안 올라갔느냐? 다룰만한 아이템이이면 정상적인 절차 거쳐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 한 뒤 "보도국장과 두 차례 직접 통화했다. 백성학 회장과 김종오 사장이 정례적으로 회사일(=방송사일)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금속노조 현수막)가 논의 됐다고 했고, 보도국장도 '부천시장까지 만나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그럼 이게 정상적인 취재 과정인가? 처음부터 이 문제(=금속노조 현수막)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기획된 사건이다. 부천시장을 만나도 안 된다는 얘기를 해놓고 뉴스가치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다. 보도국장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OBS기자는 물론 노동계와 시청자 앞에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OBS도 파행예고... '폭력집단'매도에 금속노조 '강경대응'입장

14일 방영 된 OBS뉴스 화면 갈무리. 금속노조는 'OBS가 뉴스를 내보내면서 전국금속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 영안모자 14일 방영 된 OBS뉴스 화면 갈무리. 금속노조는 'OBS가 뉴스를 내보내면서 전국금속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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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김학균 보도국장은 일이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기자협회가 방송사 내부의 일을 외부로 유출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 내부에서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외부에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한 뒤 사과요청에 대해서는 "거듭 말하지만 나름대로 절차와 가치를 가지고 했다. 기자협회 요구사항 대로라면 자리를 물러나야 하는데.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보도국장이 사실상 기자협회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함에 따라 OBS역시 파행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김성수 기자협회장은 "기자협회 긴급총회를 열어 국장 자진사퇴를 결의했다. 보도국장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밝혔기에 우리도 불신임 투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 있음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한편, OBS보도국 사태 논란은 금속노조로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14일 방송분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폭력집단으로 호도하는 장면이 방영된 것. 당시 방송은 오정구청 공무원 멘트를 인용해 '전국금속노조라는 게 경찰도 폭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내보냈다.

전국금속노조 김성열 감사위원은 "이날 방송은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대우자판으로부터 차량판매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고한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라'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사연은 완전히 외면한 채 금속노조를 '공권력마저 무력화시키는 폭력집단'으로 묘사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금속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곧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OBS보도국 파행은 금속노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OBS, #영안모자, #부천시, #대우자동차판매, #백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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