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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끝나갈 무렵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철교문.
▲ 학부모 수능시험이 끝나갈 무렵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철교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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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날, 시험이 끝날 시간이 되자 수험생을 마중 온 학부모들이 하나 둘 학교 앞으로 몰려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그동안 고생한 자녀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학부모들은 철문 틈으로 학교를 바라봅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교도소를 떠올렸습니다. 두부를 손에 들고 출소를 기다리는 가족들 말입니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마라!"하며, 두부를 먹여주는 광경말입니다.

우리네 학교교육,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마라!"하며 두부를 먹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옥보다 더하다는 우리 입시교육, 그날 아침에도 꽃다운 청춘이 시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시험이 끝날 무렵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
▲ 수능시험 시험이 끝날 무렵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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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철조망 너머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학교. 교도소 담장 너머를 바라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교도소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빨간 줄이 가고, 그것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지요. 그래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지요. 교도소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여간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 입시지옥이라는 저 교도소에서 나오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졸업을 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끊임없이 이 사회는 질식할 것만 같은 경쟁을 강요합니다.

드디어 시험을 마친 학생이 나오기 시작한다.
▲ 수험생 드디어 시험을 마친 학생이 나오기 시작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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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나옵니다. 이제 저 친구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나오겠지요. 그를 바라보니, 그물망 뒤라서 그런지 새장에 갇힌 것만 같고, 올무에 걸린 새 같습니다. 누가 올무를, 그물을 쳐놓고 우리 아이들을 잡는 것일까요?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훨훨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
▲ 수험생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훨훨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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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이들은 저 찢어진 그물 사이로 하늘로 박차고 날아오를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이건 아니데'하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 입시지옥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함께 그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학부모들, 이 나라의 공교육은 정말 미쳤습니다.

그 미친교육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여 우리 아이들이 그 입시지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도 홀가분할 수 없는 학생들, 대학에 간들, 졸업을 한들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수험생 시험을 마치고도 홀가분할 수 없는 학생들, 대학에 간들, 졸업을 한들 홀가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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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하고, 교문에서는 수고했다며, 애썼다며 보듬어 주고, 아들은 웁니다. 이것이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굴레들이 아이들 앞에 놓여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졸업을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직장을 번듯하게 잡는다고,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낳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본래, 삶이란 그런 것이라구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입시제도만 잘 바꾸면 충분히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것 같은 아이들, 저기서 나와도 또다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와 교도소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마음이 미어집니다.


태그:#수능시험, #입시제도, #입시지옥, #제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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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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