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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농민회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임대수탁사업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농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임차농민 선정 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특혜성으로 진행된다며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산시농민회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임대수탁사업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농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임차농민 선정 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특혜성으로 진행된다며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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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농민의 현실을 외면한 채 돈장사에 눈먼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임대수탁사업 수수료를 당장 폐지하고, 사업의 투명성을 보장하라."

아산시농민회(회장 홍찬표)는 지난 9일 한국농어촌공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산시농민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농지임대수탁사업을 실시해온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농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임차농민 선정 과정도 일반 농업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혜성으로 공급돼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부터 볏 나락 적재투쟁에 돌입한 아산시농민회는 오후 4시20분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와 아산시청 회의실에 마주 앉아 농지임대수탁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들추고 개선해야 할 사안을 조목조목 따졌다.

농지임대 수수료, 임대료의 10% 부과 정당한가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실시하는 농지은행의 농지임대수탁사업은 면적에 따라 임대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농지임대수탁사업은 임대차가 허용된 농지와 노동력부족·고령화 등으로 자경하기 어려운 농지나 농지에 딸린 농업용 시설을 농어촌공사가 임대수탁 받아 임차농민과 연결해 주는 사업이다.

사업목적은 효율적인 농지이용과 농업구조개선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문제는 임대료의 10%를 차지하는 높은 임대수수료다.

이에 대해 아산시농민회 홍찬표 회장은 "시중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2~3%에 불과하고, 대출금리도 10%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농업과 농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농지은행수탁사업에 수수료를 10%나 받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토지주는 농어촌공사에 농지를 수탁하지 않으면 임차인으로부터 매년 쌀 100가마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중 10가마를 농어촌공사에 내줘야 하니 토지주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10가마를 더 회수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임차인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임차인은 농어촌공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부과한 토지주의 쌀 10가마를 별도로 준비해서 토지주에게 더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농어촌공사가 중간에서 10%나 되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고리대업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임차인 선정과정도 납득 안 돼"

아산시농민회 홍찬표 회장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에게 제도의 부당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아산시농민회 홍찬표 회장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에게 제도의 부당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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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농민회 박정우 사무국장은 임차인 선정과정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사무국장은 "농어촌공사에서 임대농지가 나왔으니 신청하라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 그런데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농어촌공사에 문의하면 그 짧은 사이에 이미 임대계약이 체결됐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와 유사한 불만과 제보는 농민들로부터 수없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어촌공사는 누구와 무슨 근거로 어떻게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지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농어촌공사 관계자와 사전에 얼굴을 익히고, 술이라도 한잔 한 나눠야 차례가 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찬표 농민회장은 "우리 마을에서도 외지 임차농민이 들어와서 농사짓는 경우를 흔히 본다. 정작 자기 마을에서 농사짓고 싶은 마을사람이 임차대상에서 소외된 것이다. 농지로부터 근거리 농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맞지 않은가"물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은 "쌀 전업농 중심의 농업정책이 도입되면서 농촌의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쌀 전업농이 아닌 복합영농 종사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근거리 농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해 주는 정책으로 가야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농업인의 하루 일당이 중·고생 아르바이트 비용에도 미치니 못하는 황당한 통계수치가 발표되고 있다. 농민은 농촌의 특화된 전문 고급인력이다. 어떻게 이런 통계가 나올 수 있는지 농어촌공사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광웅 전 아산시의원은 "농어촌공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말고 농업이나 농촌을 위해 어떤 사업을 했는지 묻고싶다. 농로나 수리개선사업 하나까지 농어촌공사 자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모두 자치단체의 예산을 얻어쓰고 있다. 농민들이 농어촌공사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농민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는 농민들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제도의 일부 불합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스템의 운영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담당자는 농민들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제도의 일부 불합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스템의 운영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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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사무국장은 "아산시농민회는 농지임대수탁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이미 2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앞으로 1주일 안에 대책을 마련해 답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수수료는 임차인이 아닌 지주가 내는 것이 원칙인데, 교묘한 방법으로 임차인에 전가된다. 농업직불제와 비슷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 경작자인 임차인은 임대농지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또 근거리 농업인을 중심으로 공정한 기회를 주되 특정 농민이 과다하게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차면적을 제한하는 방법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농어촌공사 농지은행팀 안효량 차장은 "농어촌공사에서 임대수탁사업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서류 계약서 작성과 임대료 수수, 채권관리 등 직원 인건비로 들어간다. 또 수수료 자체가 큰 금액은 아니다. 농지은행은 매년 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다. 정부가 농어촌공사에 돈을 못줘서 적자를 메우기도 벅차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농지에 대한 임차인 선정과정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도 이해하지만, 아산지역은 임차를 희망하는 농민이 더 많은 특수한 상황이다. 남부지역으로 가면 수탁농지는 많지만 농사지으려는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 임차인 선정 규정상 현실과 맞지 않는 시스템상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민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개선여부를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상급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아산시농민회는 "농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시위장소를 한국농어촌공사로 옮길 것이며, 전국 농민들과 연대해 이 불합리한 제도의 문제점을 반드시 꾸짖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농지임대수탁사업, #한국농어촌공사, #아산시농민회, #농지임대, #홍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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