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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검찰 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와 대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자 대검찰청이 곧바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에 돌입했다. 이 같은 검찰의 행보에 '이중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이 한 사건을 놓고 따로 수사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검찰이 예상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에 급히 뛰어든 것을 두고 '검찰 간부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은 검찰의 자존심과 체면을 구기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검찰의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법조인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트위터를 들여다봤다. <분노하라, 정치검찰>의 저자인 이재화 변호사는 11~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경찰이 조희팔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에 대해 수사할 동안 뭐하고, 경찰이 수사하자 이제 와서 특임검사에게 수사하도록 하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없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도록 놔둬라,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그는 '수뢰 부장검사 기업 임원과 원정도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이 사건은 우연히 밝혀진 사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설치해 비리 검사들 대청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는 '검찰 고위간부가 비리나 의혹에 연루됐고, 경찰이 내사 중이라는데 검찰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직무유기'라는 대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그럼 경찰이 내사할 동안 수사를 안한 것은 직무유기 아닌가"라며 "검찰, 이제 와서 '검찰이 수사하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김수창 특임검사가 '의사가 간호사보다 더 낫기 때문에 지시내리는 것과 같다'며 경찰을 비하"라며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토록 한 것은 검사비리 척결을 위한 것이 아닌, '검사가 경찰에게 조사받을 수 없다'는 '집단 자존심'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김아무개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의 단서는 2008년 조희팔 수사기록에 있었다고 한다, 4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검찰이 '우리가 수사하겠다'는 것은 경찰수사를 가로채 '제 식구 감싸기' 수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특임검사의 검사비리에 대한 수사는 명분도 없고, 진정성도 없다"며 "이제라도 수사에 손 떼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기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최수창 특임검사의 '의사-간호사 관계' 발언 논란 기사를 링크하며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다니 공정하게 될 리 있나요?"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국회의원 5선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는 트위터에 "한상대 검찰총장, 서울고검 김아무개 (부장)검사가 조희팔과 유진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 수수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총장이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토록 했는데, 경찰의 수사에 협력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제 식구 감싸기 위한 '가로채기'란 오해를 사지 말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경찰이 검사의 비리를 엄정수사하고, 검찰이 경찰관의 비리를 엄정 수사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라며 "권력기관은 상호 견제와 감시를 게을리 않아야, 비리감시와 비리적발에 기여하는 면에서 검-경 갈등은 긍정적 기능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특임검사를 임명, 경찰 수사 외에 별도의 수사를 해 자칫 수사방해의 우려까지 낳고 있습니다"라며 "특임검사는 수사에 나서기보다는 외압을 막는 등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소극적 수사 지휘만 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안대희 위원장은 출가외인... 아직도 친정 두둔?"

한편, 이번 검찰의 특임검사 임명에 '수사 가로채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 출신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검찰을 살짝 껴안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재화 변호사는 이 발언을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안대희 위원장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즉 중수부장 시절 맡은 대선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엄정하게 처리해 '국민 검사'라는 별칭을 얻었고, 이후 서울고검장을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7월 10일 퇴임했다. 이후 퇴임 48일 만에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안대희 위원장은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손석희 교수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특임검사가 또 들어간 이중 수사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누가 (수사)하든 무슨 상관이냐 이런 생각이 든다, (누가 수사하든) 잘하면 된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제가 경험에 의하면 검찰은 언론에 주목 받는 사건, 자기 관련 사건에 대해선 더 엄중하게 한다"며 "그래서 뭐 어떤 것이 나을지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검찰이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수사가 아니라"라고 말했다. '수사 가로채기' 비판을 받는 검찰을 살짝 껴안는 발언을 한 것.

이에 손석희 진행자가 "경찰 입장에서는, (안대희 위원장이) 역시 검찰 출신이다 이렇게 말할 것 같다"라고 꼬집자 안대희 위원장은 "아니다, 누가 (수사)하든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 안대희 위원장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안대희 위원장님! 출가외인입니다, 아직도 친정집 두둔하십니까?"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특임검사, #가로채기, #이중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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