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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지지를 당부하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지지를 당부하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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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는 정부의 지난 5년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잘했으면 잘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계속 지지해주고 집권하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심판하고 정권을 바꿔야 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8일 오후 대전역 앞 유세에서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 국정이 파탄 났다, 그 책임의 절반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있다", "박근혜 후보, 이명박 정부와 함께 심판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서울에서는 문재인 후보 대변인단도 총출동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우상호 공보단장을 필두로 진성준·박광온·박용진 대변인이 모두 나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권 국정 파탄의 공동책임자"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선은 인물과 미래비전에 대한 평가가 반, 정권평가와 심판이 반"이라며 "정권 심판론 제기는 자연스러운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을 두고 4·11 총선 때 이미 실패한 전략을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문 후보가 새 정치 등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네거티브 선거전'에 나설 경우, 젊은층의 정치 혐오감을 높여 새누리당에 유리한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왜 정권 심판론을 내놓았나

문재인 후보 쪽에서 나온 정권 심판론이 박근혜 후보의 참여정부 심판론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후보는 대전역 유세에서 "어제 박근혜 후보가 저를 실패한 정권의 최고 실세였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다"며 "참여정부가 부족한 점도 많았다, 저희도 성찰 많이 했다, 그러나 잘한 것도 많았다"고 항변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잘한 것도 많지만 못한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이 국민들의 평가가 있다, 그렇다면 잘한 것도 많지만 한계도 많았으니까 참여정부의 성적을 100점 만점에 70점이라고 하면 이명박 정부는 몇 점인가? 잘한 것이 단 하나도 없으니 0점 아닌가, 박근혜 후보는 0점 정부의 공동책임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권 심판론은 박근혜 후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그러려면 최소한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자로서 반성과 사과라도 했어야 한다"며 "새누리당 정권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 없이, 참여정부 실패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인물과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하고 싶은데 박 후보가 저렇게 나오는 이상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권 심판론은 문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양강 대결로 짜인 선거구도 속에서 대립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비율이 50%를 넘지만,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4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정권 심판론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사람들 중에 문 후보를 지지 않는 사람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단일화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고 안철수 전 예비후보 지지층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선거 구도를 만들기 어려워서 정권 심판론을 내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새누리당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이상일 대변인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기는커녕 단일화 쇼 과정에서 온갖 추태와 구태를 보여준 문재인 후보 진영이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게 또 다시 현 정권 심판론을 제기해 국민의 비판을 모면하려는 속셈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정권 심판론 효과에 부정적 평가... "새 정치 모습 보여야"

제19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영화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쓰고 있다.
 제19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영화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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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론을 두고 '악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 때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다 패배한 기억이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정권 심판 정서 속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정작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는 "총선 때 정권 심판론이 먹히지 않은 것은 내용과 제기하는 형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며 "예를 들어 부산에서는 저축은행 문제, 해수부 폐지 등 구체적인 사안으로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어야 했지만 두루뭉술하게 하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평가는 더욱 부정적이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이날 낮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연결시키지 않는다,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였던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후보의 강점은 집권정치세력의 책임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로운 여당 후보라는 점"이라며 "정권교체 갈망하는 기류 중 1%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 박 후보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 부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 층에서는 박 후보를 심판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권 심판론으로 참여정부 실패론에 맞서기보다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구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박근혜 전선 보다는 부동층으로 이탈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당 혁신을 고리로 '새 정치 대 낡은 정치'의 구도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대통령과 연결시켜 무리하게 각을 세우는 것보다, 박근혜 후보를 낡은 세력으로 묶어두면서, 과감하게 안철수 전 후보 세력까지 포함하고 기득권 내려놓기 등을 통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편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정권 심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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