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에게 라틴 아메리카는 너무나도 멀리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극히 국한적이다. '정열의 나라', '삼바', '타코', '멕시칸' 등등 피상적 이미지들뿐이다. 그러나 미지의 베일에 가려진 라틴 아메리카에서 지구 반대편 고국으로 작은 희망들을 보내고 있다.

투표하러 비행기 타고 수도 보고타(Bogotá)로

재학중인 경희대학교 스페인어과 교환학생 클럽에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관련 선관위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놓았다. 스페인어로 제작된 웹페이지 그리고 다른 언어들도 준비되어 있는 점은 해외에 오래 거주한 혹은 한국어를 잘 모를수도 있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유익했을 것이다.
▲ 페이스북 스페인어과 교환학생 클럽에 올린 투표 독려글. 재학중인 경희대학교 스페인어과 교환학생 클럽에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관련 선관위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놓았다. 스페인어로 제작된 웹페이지 그리고 다른 언어들도 준비되어 있는 점은 해외에 오래 거주한 혹은 한국어를 잘 모를수도 있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유익했을 것이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한 학기 학부과정으로 콜롬비아 메데진에 있는 EAFIT이라는 학교에서 Comunicaicon Social(신문방송학 및 역사학 과정)을 수학하게 됐다. 사실 콜롬비아에 오기 전부터 올해 선거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던 터라 스스로 정보를 찾아 보았다.

다행히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광고를 발견했고 사전에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혼자만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학 중인 경희대학교 스페인어과 교환학생 페이스북 페이지에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광고를 링크해 놓고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여권과 대사관 주소가 담긴 안내문을 지참해서 모든 짐을 꾸렸다. 고국에서 집을 나와 근처 초등학교에서 간편하게 투표했던 경우와 비교해서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표의 행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보고타행 채비를 모두 마쳤다 여권과 대사관 주소가 담긴 안내문을 지참해서 모든 짐을 꾸렸다. 고국에서 집을 나와 근처 초등학교에서 간편하게 투표했던 경우와 비교해서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표의 행사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부재자 투표의 경우, 재외국민 투표 신고 절차보다는 간소한 편이었다. 우편접수를 고려하던 중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선관위에서 급하게 이메일 신청도 가능하다는 공고를 내보냈다. 이런 절차를 미리부터 시행했었다면 더 많은 인원이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신고를 마치고 거주 중인 집으로 대사관에서 보낸 우편이 도착했고 투표를 하기 위해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로 떠날 채비를 했다.

콜롬비아 메데진은 수도 보고타로부터 비행기로는 한시간, 버스로는 8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다. 콜롬비아 국민들 사이에서 행정적 기능은 보고타에서 이루어지지만,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메데진에서 이루어지고, 메데진 자본에 의해서 콜롬비아 산업이 굴러간다는 얘기가 있다.
▲ 콜롬비아 제 2의도시 메데진(Medellin) 전경 콜롬비아 메데진은 수도 보고타로부터 비행기로는 한시간, 버스로는 8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다. 콜롬비아 국민들 사이에서 행정적 기능은 보고타에서 이루어지지만,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메데진에서 이루어지고, 메데진 자본에 의해서 콜롬비아 산업이 굴러간다는 얘기가 있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콜롬비아 메데진(Medellín) 같은 경우, 교민은 4~5가구 정도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한국인은 전부 EAFIT에서 교환학생을 하거나 스페인어 어학 연수차 거주 중인 학생들이 전부이다. 한인회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도시다(오마이TV 대선올레를 보며 콜롬비아 메데진[Medellín]에서 잘 보고 있다고 댓글을 자주 올리는데, 오연호 대표님이 메데진이 어딘지 모르셔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한국으로 치면 부산 같은 도시다. 콜롬비아의 수도는 보고타[Bogotá]이지만 메데진은 콜롬비아 제 2의도시로 상업 및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도시다. 과거 80년대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라는 마약왕이 이 도시를 거점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패션과 미녀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 메데진이다. 기후 또한 사계절 온화한 봄날씨여서, 메데진을 소개할 때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미녀들의 도시 메데진).

그러나 실질적으로 수도 보고타를 제외하고 상업 및 경제 관련 활동은 메데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사관조차 없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의 경우에는 수도를 제외하고도 주요 거점 도시에 투표소가 설치된 것에 비해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수도를 제외하고 투표를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결국 버스로는 8시간, 비행기로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리는 보고타까지 가야만 했다.

보고타까지 가는 편도선 가격은 한화로 약 9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그나마 콜롬비아 국내선 중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했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한화로 약 10만원에서 15만원까지가 소요된다.
▲ 부재자 투표를 위해 보고타행 비행기에 오르다 보고타까지 가는 편도선 가격은 한화로 약 9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그나마 콜롬비아 국내선 중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했지만,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한화로 약 10만원에서 15만원까지가 소요된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메데진의 경우 공항은 메데진공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메데진에서 택시로 30분에서 40분이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있다. 이동하는 택시비부터가 편도 비행기표 값의 절반이다. 이래저래 한 표 행사가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소모를 요구했다.
▲ 보고타에서 메데진으로 향하는 비행기표와 함께 메데진의 경우 공항은 메데진공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메데진에서 택시로 30분에서 40분이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있다. 이동하는 택시비부터가 편도 비행기표 값의 절반이다. 이래저래 한 표 행사가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소모를 요구했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구글지도로 콜롬비아 지역을 보게되면, 보고타와 메데진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육로 교통편 상황이 좋지 않다. 안데스 산맥의 영향으로 지역 사이에 수많은 산맥들이 위치해 있다. 버스를 탈 경우 이런 산맥을 피해 8시간을 견뎌야 한다. 말 그대로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뜨겁게 체험할 수 있다.
▲ 보고타 행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콜롬비아 실제로 구글지도로 콜롬비아 지역을 보게되면, 보고타와 메데진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육로 교통편 상황이 좋지 않다. 안데스 산맥의 영향으로 지역 사이에 수많은 산맥들이 위치해 있다. 버스를 탈 경우 이런 산맥을 피해 8시간을 견뎌야 한다. 말 그대로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뜨겁게 체험할 수 있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콜롬비아는 안데스 산맥을 끼고 위치한 나라이기 때문에 육로 교통편이 불편하다. 교환학생들 사이에서 버스로 보고타까지 가면 온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농을 주고받는다. 결국 국내 항공노선을 타고 가기로 결심하고 티켓을 구입했다. 국내선이라 국제선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타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신분으로서는 여행 목적도 아닌 투표 목적으로 이동경비를 과감히 사용한다는 것이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현지 콜롬비아 페소로 십팔만 페소(한화로 약 11만 원)가 소요됐다. 게다가 대사관까지 가는 교통비까지 고려했을 때 순수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비용은 한화로 약 15만 원 정도. 메데진은 그나마 비행기로 수도 보고타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해안 지역의 칼리나 카르타헤나에서 생업, 공부 혹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쉬운 결심이 아니다. 현지에서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는 젊은이들이에게는 참정권 행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도착한 투표장, 내실있는 행정지원 아쉬워

메데진과 유사하게 보고타도 공항이 도시 중심으로부터 약간은 외딴 지역에 위치해 있다. 대사관까지 가기 위해서 또 택시비를 지출해야 한다. 다행히 보고타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주거지가 계획적으로 지어져서 블록단위로 주소를 불러주면 기사들이 알아서 잘 찾아가 준다.
▲ 엘도라도(El dorado)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메데진과 유사하게 보고타도 공항이 도시 중심으로부터 약간은 외딴 지역에 위치해 있다. 대사관까지 가기 위해서 또 택시비를 지출해야 한다. 다행히 보고타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주거지가 계획적으로 지어져서 블록단위로 주소를 불러주면 기사들이 알아서 잘 찾아가 준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대사관은 파르께 93(Parque 93)라는 주요도심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다. 보고타는 북쪽이 부촌이고 남쪽이 빈민촌인데, 대사관은 북쪽의 주요거점에 위치해있다.
▲ 태극기가 보이는 저 곳이 주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관은 파르께 93(Parque 93)라는 주요도심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다. 보고타는 북쪽이 부촌이고 남쪽이 빈민촌인데, 대사관은 북쪽의 주요거점에 위치해있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원래 비행 시간보다 한 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보고타에 도착했다. 첫날 현지 친구 집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콜롬비아 거주 한인 교민들은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도착한 대사관은 너무 한산했다. 대사관 정문에는 콜롬비아 투표소라는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문을 통과해 중앙 로비를 지나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메데진에서 알게 된 지인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선거과정을 돕고 있었다. 나머지 접수를 도와주는 인력도 대부분 보고타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었다. 준비해간 여권을 제시하고 본인확인 전자서명을 하고 출력된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 지지후보 이름 옆에 도장을 꾹 눌러 투표용지를 회송용봉투 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어 투표함에 넣었다.

문앞에 부착된 명패
▲ 주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문앞에 부착된 명패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지인에게 물어보니 투표장 내부 사진 촬영은 허락이 안된다고 했다. 내부는 못 찍고 바로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후보자 정보집을 가지고 소개하는 인원 한명, 전자서명을 받는 인원 한명, 투표용지 출력 인원 한명, 참관인 제도로 와 있는 교민 다수. 투표장 내로 혼자 들어갔는데 너무나 많은 인원들이 대기중이라서 놀랐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이런 행정은 고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등록인원대비 고려해서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지출이 많아 보였다.
▲ 투표장으로 들어가기전 로비에서 지인에게 물어보니 투표장 내부 사진 촬영은 허락이 안된다고 했다. 내부는 못 찍고 바로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후보자 정보집을 가지고 소개하는 인원 한명, 전자서명을 받는 인원 한명, 투표용지 출력 인원 한명, 참관인 제도로 와 있는 교민 다수. 투표장 내로 혼자 들어갔는데 너무나 많은 인원들이 대기중이라서 놀랐고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이런 행정은 고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등록인원대비 고려해서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지출이 많아 보였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재외투표에 대한 안내문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자신의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는 신분증을 꼭 지참할 것을 명기했다. 대사관의 주소도 기입되어 있다. 택시를 타고 대사관을 찾아가는 인원의 경우는 간단한 주소만으로 쉽게 도착할 수 있겠지만, 버스나 트렌스밀레니오(보고타의 전철을 대신하는 교통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간단한 약도가 필요할 것이다. 약도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 집으로 도착한 주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보낸 우편물 재외투표에 대한 안내문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자신의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는 신분증을 꼭 지참할 것을 명기했다. 대사관의 주소도 기입되어 있다. 택시를 타고 대사관을 찾아가는 인원의 경우는 간단한 주소만으로 쉽게 도착할 수 있겠지만, 버스나 트렌스밀레니오(보고타의 전철을 대신하는 교통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간단한 약도가 필요할 것이다. 약도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인증샷을 찍는 순간, 먼 타국에서 내 조국으로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는 뿌듯함이 전해져 왔다. 지난 4.19총선때도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곧바로 투표소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주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 인증샷을 찍는 순간, 먼 타국에서 내 조국으로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는 뿌듯함이 전해져 왔다. 지난 4.19총선때도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곧바로 투표소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지인과 나눈 대화를 빌리자면 콜롬비아에서는 총 300명 정도가 투표 신고를 했고, 하루 평균 30명에서 40명 사이의 한인들이 와서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12월 10일 월요일까지 진행되는 투표기간 중 12월 7일 3일차에 등록된 인원 약 300명 중 90명 정도가 투표를 마쳤다고 전했다. 투표를 하고 난 뒤 30분간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현지 교민으로 보이는 주부분이 자녀를 동반해서 투표장을 찾아왔다. 미루어 짐작컨대 오전에 10명도 채 안 되는 인원들이 투표장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참관인 제도(현지 교민분들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을 두고, 본인확인 용지출력 도우미까지 해서 대사관 안에서 일하는 인력은 필요 이상으로 많아 보였다. 엘살바도르 중미통합체제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학교 선배와 불필요하게 선거 진행관련 인력이 많은데 차라리 이 예산으로 더 많은 인원들이 재외국민 및 부재자 등록에 참여하도록 지원을 하거나 투표장으로 찾아오는 교통여비를 지원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이 공감했다. 병역의 의무를 위해 병무청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올 때도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교통여비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외국민 또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교민 분들의 나라를 향한 사랑에 비해서 본국 정부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야권에 득되는 것은 아니다?

중미, 멕시코 아래 지역에 위치한 엘살바도르의 중미 통합체제에 근무 중인 박설애씨가 투표를 마치고 찍은 인증샷.
▲ 주 엘살바도르 대사관에 투표를 마친 박설애씨 중미, 멕시코 아래 지역에 위치한 엘살바도르의 중미 통합체제에 근무 중인 박설애씨가 투표를 마치고 찍은 인증샷.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칠레 산티아고 CEPAL(카리브 중남미 경제위원회)에 근무중인 박철원씨는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인회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 칠레 산티아고 한인회관에서 투표를 마친 박철원씨 칠레 산티아고 CEPAL(카리브 중남미 경제위원회)에 근무중인 박철원씨는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인회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 안준모

관련사진보기


재외국민 및 부재자투표가 국내 투표에 비해서 많은 조건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투표층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모두가 야권 지지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의 경우만 하더라도 교민사회 분위기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이유는 이렇다. 노년층 교민 분들은 과거 박정희 시대에 건너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박정희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짙다. 이 시기 우리들이 익히 아는 독일이민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역에도 국가 계획이민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교환학생 수학을 위해 오른 콜롬비아 행 비행기에서 만난 할머니는 콜롬비아 칼리(Cali)라는 도시에서 의류 도∙소매업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공항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살아온 이력 때문인지 강력한 보수 성향을 가지고 계셨다. 아르헨티나에서 20년간 사시다가 80년대 말 아르헨티나 나라 전체가 금융위기를 겪고 사회 혼란에 빠졌을 때 아르헨티나를 빠져나와 콜롬비아에 정착하신 분이었다(아르헨티나에서는 이 시기를 엑소더스(Exodus)라 부른다).

지금 한국에서 무상, 무상 그렇게 퍼주다가 아르헨티나 포퓰리즘(Populism) 정권처럼(페론정부를 말하시는 듯했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비판받는 페론 정부의 후안 페론(Juan Peron)에 대해 정확한 비판은 없고 이야기가 약간은 횡설수설하는 듯했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듯 보였다) 망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시기 이민을 오신 분들의 정치관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다. 그리고 한국과 동일하게 노년층은 투표에 적극적이다. 꼭 투표하러 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40-50대, 즉 가족의 가장이거나 주부인 장년층 또한 대체적으로 보수 성향이 우세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남미에서 일하는 장년층 근로자들은 대부분 기업 관계자들이다. 삼성, LG, 기아 및 현대의 해외지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장년층이 보수와 진보가 대체적으로 대등하다고 본다면, 중남미의 경우에는 보수가 많이 우세한 편이다. 해외 지사를 파견할 정도의 기업들은 대부분이 대기업이고 파견된 인원들도 국내로 치면 임원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으니 보수 성향이 짙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현지에 나와 있는 유학생, 20대에서 30대까지는 위에 언급한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한국과 유사하게 진보 성향이 넓게 분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젊은 유권자들은 정보를 찾는 데 무관심한 편이며, 투표가 가능한 수도 지역으로부터 먼 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사용해가면서 투표장을 찾아가는 것을 불필요하고 번거롭게 생각한다.

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젊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조건으로 인해 젊은 층의 투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외교민 및 유학생들의 투표가 반드시 야권표가 되기는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젊음, 고국으로 희망을 쏘다

그러나 고국을 떠나와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주권행사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먼저 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렸는데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지인들 또한 적극적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사진을 많이 올려주었다.

엘살바도르 중미 통합체제에서 근무하는 박설애씨는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위치한 대사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박설애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페루의 코이카(KOICA) 단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수도 리마(Lima) 행 비행기표 200불을 자비부담으로 구입했다고 들었다.

칠레 CEPAL(카리브·중남미경제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철원씨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한인회관에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 샷을 올려주었다. 칠레의 경우에도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가 가능한 곳은 수도 산티아고 한 곳뿐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칠레의 경우에는 약 400명이 등록을 마쳤고 12월 9일까지 등록자의 58%가 참여했다고 전했다. 즉, 약 250명 정도의 교민이 투표를 마쳤다는 얘기다. 보통 이전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 참여가 한 자리수대에 머물렀던 전례에 비쳐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인원은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위의 청춘들은 지금 고국으로부터 정반대에 위치한 대륙에 살면서, 고국을 향하여 작은 희망들을 전했다. 이제 고국에 있는 청춘들이 이 희망에 응답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그 응답은 정당한 주권행사가 될 것이다.


태그:#해외부재자 투표, #라틴 아메리카, #콜롬비아,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