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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11일 오후 7시 40분]

기다리던 10일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 밋밋할 뻔 했던 대선 토론회는 제3후보의 등장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 첫째, 박근혜 후보는 얼마나 이정희 후보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문재인 후보는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이정희 후보는 또 무슨 말로 박근혜 후보를 멘붕에 빠뜨릴 것인가? 그리고 뚜껑은 열렸다.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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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처음부터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추운 날 고생하는 군 장병 이야기로 훈훈하게 시작하려 했던 의도는 알겠는데 시작부터 말이 꼬였다. 긴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박 후보도 준비는 많이 했다. 여러 구체적인 수치를 나열하고 단기정책, 장기정책을 나눠 신체에 비유하며 알기 쉽게 정책을 설명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고, 날카로운 이정희 후보의 공격도 '비교적' 무난하게 넘겼다. 특히 이정희 후보가 초고소득층의 세금의무를 강조하며 다시 전두환에게 받은 '6억' 문제를 들이댔을 때 후보사퇴 시 국고보조금 27억을 반납하지 않는 것은 '먹튀'라며 받아치는 모습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불법적인 탈세와 합법적인 보조금을 동일선상에 놓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가장 큰 적은 이정희 후보가 아니라 바로 박근혜 자신이었다. 준비된 내용은 비교적 차분하게 토론했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깊이 있는 토론에는 한계를 분명하게 노출했다. 역시나 특유의 어눌한 말투에다 말실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화제가 된 '지하경제 활성화'다. 해당 의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실수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공약에 대해서도 문재인 후보의 계속 되는 질문에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보수언론이 1차 TV토론회를 '압승'(혹자는 '압사'를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도 한다)으로 표현하고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이런 반응 자체가 박근혜 후보 진영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주류언론이 쏟아내는 평가들은 이미 '공작' 수준이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지지자가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결국 믿을 것은 조직력뿐 아닐까?

급진세력의 측면 효과 누린 문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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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지난 TV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박근혜·이정희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문재인 후보의 선거전략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했다. 싸우지 않는 화합과 통합,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전략은 집권 여당이나 지지율이 한참 앞서는 후보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 후보를 쫓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게다가 반정부 정서를 등에 업고 단일후보가 된 후보가 싸우지 않는 정치라니.

그러나 2차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공동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정희 후보의 급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급진세력의 측면효과'를 전유하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급진세력의 측면효과란 급진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할 때,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거나 온건한 세력이 중재나 타협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현상을 말한다.

문재인 후보는 이정희 후보에게 재벌해체의 과격성, 세수확대의 부작용, 정책 실현을 위한 사회적 타협의 필요성, 국공립 어린이집 정책의 비현실성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 이는 단지 정책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이정희 후보의 급진성을 드러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이 현실감각이 있으며 과격하지 않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그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의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자토론이었다면 당연히 등장했을 종북좌파 논란이 이정희 후보로 인해 차단되고 있다는 점은 그가 3자 토론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재벌해체를 마치 기업해체인 것처럼 받아들이거나 증세에 소극적이고 여전히 타협을 강조하는 화법은 문재인을 지지하는 진보세력과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갈등이 대선 전에 불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대선 이후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런 문제는 그의 의도와 달리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공산이 크다. 어쨌거나 문 후보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역시 이정희, 그러나 남은 과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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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TV토론회의 기대감을 높였던 일등 공신은 단연 이정희 후보다. 성역과 금기를 넘나드는 촌철살인의 화법은 대선 정국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단 한 번의 토론으로 정국을 뒤흔든 이정희 후보 덕에 바닥을 기던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5% 안팎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1차 TV토론회 이후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2%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당지지율 상승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정희 후보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언했던대로, 이정희 후보는 또 다시 두 후보에게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토론을 이끌었다. 지난 토론회의 표적이 다카키 마사오였다면, 이번은 이건희, 정몽구 회장이었다.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와 복직판결에도 송전탑에서 농성을 해야 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 이야기는 '헌법 위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한국재벌이 우리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위상을 유감없이 폭로했다. 

이외에도 이제는 의제조차 되지 않는 농업문제를 꺼내고, 고소득층 증세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으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일관되게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진보정당 후보다운 면모도 과시했다. 물론 박근혜 후보의 성북동 집문제를 거론하며 증여세·취득세·등록세 탈세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정희 후보는 토론의 강자였음에도, 1차 TV토론회에 비해 신선함과 통쾌함은 상당부분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1차 토론회의 신선함과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정희 후보의 맹공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정희 후보에게 남은 과제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기획이다. 상대의 문제점을 통쾌하게 폭로해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벗겨진 위선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뚜렷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토론회에서도 이정희 후보는 다른 후보와 질적으로 차별화된 새로운 의제와 관점을 제시했지만, 문제는 이런 각각의 정책을 관통할 하나의 패러다임이 잘 읽히지 않았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그동안 진보정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선거경쟁에 익숙해져 실현 가능한 정책 수준의 대안마련에 집중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의 역할이 단지 특정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강렬한 메시지도 던질 필요가 있다. 남은시간 동안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과 신선함을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정희 후보에게 남겨진 과제다. 

코 앞의 대선, 토론회를 보면 윤곽이 보인다

이제 대선이 조금씩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정신없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대선 TV토론회도 오는 16일, 단 한차례만 남겨두고 있다.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계가 뚜렷한 여론조사만으로 판세를 정확히 점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각 후보들이 직접 나와서 경합하는 TV토론을 직접 봤다면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한 보수언론은 특정 후보의 지속적인 우세를 설파하고 있지만, 그 언론의 판단력이란 것이 1차 TV토론회 결과도 그 특정후보의 압승으로 보는 수준이다. 이걸 고려하면 실제 판세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마지막 3차 TV토론회에서는 보다 분명한 명암이 드러날 것으로 믿는다.

다시 3차 TV토론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첫째, 문재인 후보는 얼마나 '덜' 점잖게, 자신의 중심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이정희 후보는 얼마나 예상을 넘어서는 신선함을 보여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셋째, 박근혜 후보는 과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16일 저녁이 기다려진다.


태그:#대선 TV토론, #박근혜 , #문재인,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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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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