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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비리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플랜카드가 내걸린 안양대학교 본관
 불법비리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플랜카드가 내걸린 안양대학교 본관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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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016년 1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 결과, 연수원 부지를 턱없이 고가에 매입해 방치하는 등 사학비리와 부실 투성이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이사회의 징계 요구와 수사기관에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당해 조사를 받아왔던 안양대학교 총장이 결국 지난 7일 구속됐다.

경기경찰청 수사과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특경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위계에 의한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안양대학교 김모(54) 총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안양대를 설립한 김영실 전 총장의 둘째아들이다. 그는 이 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2년 8월 총장에 취임한 이후 주변 측근 인물과 함께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져 오너 체제 사학 운영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김 총장의 구속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안양대에 대해 종합감사 결과 연수원부지 고가 매입 등 각종 문제를 적발해 지난 7월 재단법인 우일학원 이사회에 총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이사회가 지난 9월 24일 이은규 교수협의회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기까지 총장실로 출근하려다 교직원과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에 의해 저지되는 일이 수차례 빚어졌다.

10일 오후 찾아간 안양대학교는 총장 구속이란 다소 충격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외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이미 총장의 법적 심판을 예견한 재단 이사회가 지난 9월 24일 이은규 교수협의회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등 조치를 취해 왔기 때문이다.

"올바로 일 하라고 얘기했던 것인데... 착찹합니다"

안양대학교 입구에 세워진 학교 상징물
 안양대학교 입구에 세워진 학교 상징물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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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 같이 생활했던 사람이 구속됐으니, 마음이… 사실 착찹합니다. 저희가(학교교수협의회) 여기까지(총장 구속사태) 올려고 왔던 것이 아니고, 올바로 일 하라고 얘기했던 것인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요즈음 입시철이라 보니 더욱 착찹하기만 합니다."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만난 이은규 총장직무대행은 "김 총장 개인의 비리다. 그가 독단적으로 해 온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지난 9월 총장 직무대행체제 이후 학교는 평온을 되찾았으며 흔들림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장 구속으로 학교 구성원들을 다독여야 하지 않느냐' 묻자 "구성원들은 김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여 왔다. 이미 합의된 사안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이사회에서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총장을 선임할지, 대행으로 좀 더 갈지는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사장이 총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에 대해서는 "그런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이사장은 총장의 형님이다. 형님이 이사장에 앉자마자 총장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도 학교 안정을 위한 거다. 이사장은 '장남으로서 아버지가 했던 학교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 '총장을 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교수협의회장 입장에서의 의견은 무엇인가'를 묻자 "(사학에서는) 오너총장의 강압이 있다. 이는 사학 운영을 힘들게 한다. 제도적으로 교과부가 이사장의 비용도 보장해 주고 총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방법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총장 구속사태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11일 열린 예정인 비대위에서 총장직무대행으로서의 담화문 내용을 정리해 학교 게시판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발표될 예정이다.

이 총장 직무대행은 교육과학부의 감사 지적 이후 지난 9월 교수협의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교수 대표 3명과 교직원 대표 3명, 학생 대표 3명 등 모두 10명의 비대위를 꾸려 1주일에 1번씩 만나면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논의를 해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안양대학교는 서울남중학교와 문일고교를 설립한 김영실 전 총장(현 총장의 부친)이 안양대 전신이던 대신대학(1981년 4년제 인정)을 인수해 운영해 오다가 지난 1995년 학교명을 안양대학교로 개명했으며 지난 2001년에는 강화도에 강화캠퍼스를 개교했다.

오너 총장 체제의 사학비리 종합판... 심각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2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안양대학교(학교법인 우일학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연수원부지 고가 매입후 방치, 경력 및 연구업적 기준 미달자 특별채용, 허위 용역계약, 외국어시험 졸업기준 미달자 가산점 부여, 무면허 업체와 건설공사 계약 등 대학 업무 전반에 부당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었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도 큰 차이는 없었다. 총장이 주변 인물, 건설업자 등과 짜고 각종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친인척이 이사진으로 포진하고 있는 오너총장 체제에서 저지른 사학비리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찰 발표를 보면 김 총장은 지난해 1월 강원도 태백 폐광부지 2만7천여㎡를 구체적인 활용계획도 없이 구입하면서 감정가 15억9천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54억원에 교비로 매입하고 매각업체로부터 7억8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7~2011년 총장 업무추진비 가운데 4천만원을 개인용도로 횡령한 혐의도 있다.

2009년 7월에는 11억1천만원 상당의 대학 행정실과 화장실 공사를 경쟁입찰 없이 대학동창 박모(52)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H디자인회사가 수주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10년 1월에는 대학교 시설물 증축하는 입찰과정에서 입찰마감 이후에 S건설의 입찰제안서를 받고 봉인된 입찰서를 뜯어 입찰금액을 112억원으로 변경하도록 해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총장은 연수원 부지 고가매입 대가로 받은 7억8천만원 가운데 일부는 선친에게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이번 비리에는 총장의 주변인물과 교직원, 업체 관계자 등 40여명이 개입한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드러나 오너 총장 체제의 '사학 비리 종합판'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태그:#안양대학교, #사학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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