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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역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하며 MB정부 공과를 놓고 김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역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하며 MB정부 공과를 놓고 김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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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규정합니다."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목소리가 점차 올라가더니 '가장 나쁜 대통령'을 언급하는 시점에 정점을 찍었다. 14일,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차였다.

김 의원은 "지난 5년간 무도했던 이명박 정권이 이제 10일 남았다, 고소영 인사·4대강 사업·민간인 사찰 등을 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는 게 부끄럽지 않냐"며 "국민에게 사죄해도 부족한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화자찬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소리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빈부격차가 개선되었고, 고소영 인사 비판에 동의하지 못하며, 민간인 사찰 의혹을 부인'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김 의원이 '부끄럽지 않냐'고 따져 물은 상대자는 김황식 국무총리다. 

그러나 김 의원은 김 총리에게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런데 자기(이명박 대통령)가 무궁화대훈장을 받아요?"라며 이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수여 받은 것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이 대신 나섰다.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유와 함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며 목소리 높인 것. 김 의원은 "할 말 있으면 나와서 말하라"고 쏘아붙였다.

마지막 대정부 질문... 김황식 총리, 민주당 의원과 내내 신경전

새누리당 의원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은 김 의원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로하는 일은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국민적 의혹과 공분을 사는 권력형 사건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고 차디찬 감옥에서 사죄와 눈물의 참회록을 쓰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껏 쏟아낸 김 의원이 "총리 들어가십시오"라며 끝내 발언 기회를 주지 않자, 김 총리는 "들어가서는 안 된다, 간단하게 답 올리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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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해 노력했고 지니 계수에서 개선 효과가 있었다, 중산층도 조금씩 늘었다"며 "고소영 인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소망교회와 관련 없는 관료도 많고 고려대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얼마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게 있다"며 "객관적인 자료로 말하면 좋겠다"며 김 의원을 향해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4대강 관련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존중하지만 왜곡된 부분이 있다, 객관적인 학회를 통해 검증하고 보강하겠다는 취지"라며 "민간인 사찰 문제는 (청와대) 노동고용비서관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지 대통령에 의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고, 김 의원이 "그 정도 듣겠다, 들어가라"며 말을 막아서도 김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 총리는 "물러나는 총리로서 정치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정부에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얌전히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무늬만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정부의 '무늬만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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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설전'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질의 시간에도 계속됐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 747에 대해 "하나라도 지킨 게 있느냐"고 몰아 붙였다. 김 총리는 "경제성장률 7%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위기 등 해외 여건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4만 달러 소득과 세계 7대 강국은 공약이 아니라 국가 비전으로 10년 후에 달성할 목표를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총리도 할 말이 없지 않냐"고 묻자 그는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관련해서 수사 중이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받아쳤다.

조목조목 반박한 김 총리에게는 우군이 있었다. 바로,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을 할애해 김 총리에게 "못 한 얘기가 있으면 지금 더 해보라"며 기회를 줬다. 김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공과가 있다, 공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고 잘못된 점은 다음 정부에서 개선하면 된다"며 "더 이상 말하는 건 시간 관계상 적절하지 않아 참겠다"고 말했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이 '차디찬 감옥'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지 않냐"고 묻자 김 총리는 "(김동철 의원이) 평소에 잘 알던 의원이라서 조금 곤혹스럽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김황식 총리와 김동철 의원은 고교(광주일고)와 대학(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다. 평소 동문 모임을 함께하는 등 돈독한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김황식 총리가 감사원장 후보로 인사청문회를 치를 당시 민주당이 당론으로 '본회의 표결시 반대'를 결정하자  김동철 의원은 "한 두가지 결함으로 부결하자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친분이 있던 의원이 총리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일갈하는 것이나, 그 일갈을 들은 총리가 "물러나는 총리로서 정치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나선 것 모두 '이례적'이었다.


태그:#김황식, #이명박 대통령, #김동철, #대정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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