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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혐의가 없다며 종결 처리한 전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차판매) 경영자들을 검찰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이 끈기 있게 수사해 비리 혐의를 밝혀낸 셈이다.

대우차판매의 자산 헐값 매각과 부실 보증 의혹과 관련해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부터 전 대우차판매 대표이사 2명을 수사했다.

대우차판매는 한때 대우자동차와 함께 인천 경제의 주요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한때 초우량 기업임을 자랑한 대우차판매는 건설부분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결국 공중분해 됐다. 이로 인해 특혜 논란이 일었던 송도 유원지 개발 사업도 오리무중이다. 아울러 경영진의 부실 경영으로 인해 직원 1000명 이상이 일터에서 쫓겨나거나 스스로 떠나야했다.

옛 대우차판매 홈페이지 갈무리<부평신문 자료사진>. 대우차판매는 한때 초우량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인해 공중분해 됐다.
 옛 대우차판매 홈페이지 갈무리<부평신문 자료사진>. 대우차판매는 한때 초우량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인해 공중분해 됐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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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검은 이달 초, 회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자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헐값에 판 혐의로 박아무개(60) 전 대우차판매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박씨의 혐의는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회사 자산인 대전 센터와 평촌 정비사업소를 감정가격보다 수십억원 싸게 매각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배임)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회사 소유의 대전 센터를 부동산업체인 A사에 헐값으로 매각했다. A사는 이 건물을 3개월 후 다른 회사에 89억 원을 받고 팔아 시세차익 39억 원을 남겼다. A사는 박씨의 친인척 명의로 세운 사실상 유령회사였다.

또한 박씨는 자신이 임원으로 있던 체육단에서 돈을 빌려 사용한 뒤 회사 자산인 골프장 회원권으로 갚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박씨에 앞서 대우차판매 대표이사를 지낸 이아무개(55)씨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19일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사회적 약속 파기에 성희롱 대가도 회사 돈으로

이씨의 혐의는 박씨가 대전 영업소 건물을 헐값에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기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5억 원을 받은 것이다. 또한 이씨는 대표이사로 재직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회사 돈 14억 원을 횡령하는 등 총 84억 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씨는 회사에 입금된 조세 환급금 6억 원을 챙기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중단돼 은행이 돌려준 지급수수료 3억 원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착복한 3억 원을, 부하 여성 직원이 성희롱 혐의로 고소하려 하자,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씨는 직원 1000여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정든 일터를 떠날 때 대우차판매 건설부문의 협력업체인 B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 돈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족을 직원인 것처럼 앉혀놓고 월급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드러났다.

이씨는 옛 대우그룹 기획조정실(1984년)을 거쳐 2000년 대우차판매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09년 1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 350억 원 상당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당시 대우차판매는 이씨를 '위기 극복을 위한 희생과 화합의 모범적인 실천 사례자'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홍보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씨는 대우차판매 주가가 폭락하면서 발생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계열사인 우리캐피탈 임직원들을 동원해 신용대출을 받게 했고, 이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사회문제가 되려하자 자신의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한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노조가 2009년 고발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차판매지회(이하 노조)는 2011년 9월께 박씨와 이씨 등을 배임과 횡령, 금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검찰은 부평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내려 보냈다. 경찰은 이 사건을 1년 넘게 조사하다가 지난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검 공안부는 지난해 말에 일부 혐의와 관련한 단서를 포착해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이 두 전 대표이사를 구속하면서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당시 경찰은 고발인인 노조 위원장이 대우차판매 본사 건물을 점거 농성해 수사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노조 위원장이 자수한 뒤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듯이, 당시 노조는 대전 센터 건물의 자산가치가 100억 원이 넘었으나, 50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시 수사를 진행한 부평서 관계자는 "대전 건물을 매입한 사람이 뉴질랜드로 출국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고, 검찰 지휘로 무혐의 송치했다"고 말했다.

변성민 노조 위원장은 "화풀이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검찰의 너무 늦은 수사에 마음만 아프다. 경찰과 검찰이 더 빨리 수사했다면 정리해고 문제가 잘 풀릴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하며 "늦었지만, 검찰의 수사로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위를 밝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노사문제 등으로 시기를 조절한 기획수사는 아닌가' 하는 물음에, 인천지검 관계자는 "박씨 사건은 (노조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다가 혐의가 나온 것이 맞지만, 이씨 혐의는 검찰의 수사로 착수됐다"며 "기획수사 같은 것은 말도 안 된다. 계좌 추적 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수사는 아니다. 노동자 눈물은 닦아주는 수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우자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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