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기사보강 : 12일 낮 12시 11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지 못했다.

고등군사법원은 12일 오전 10시 '상관모욕죄'로 법정에 선 육사출신 이아무개(29) 대위와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이아무개(34) 중사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재판부에서 내린 판단과 같다.

재판부는 "군형법상 상관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포함되고, 두 사람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경멸적 언사를 사용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가 인정된다"고 유죄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 "비속어 사용으로 대통령 지위를 지속적으로 훼손했다"

먼저 "판결문이 좀 길다"고 말문을 연 재판부는 이 대위쪽에서 제기한 '위법 수집증거' 주장을 "기무사의 첩보활동의 일환으로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볼 수 없다"며 "증거능력이 있다"고 일축했다.

이렇게 군검찰의 상관모욕죄 기소에 정당성을 부여한 다음 재판부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군통수권자인 현역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군형법 제2조는 상관을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판부는 "군형법상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는 중요한 이슈다"라고 전제한 뒤,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일반 형법의 모욕죄와는 다르다"라며 "(보호법익에는) 외부적 법익뿐만 아니라 군조직 질서 유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국방경비법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상관불경죄'를 규정한 13조와 14조를 보면 '장교'(직속상관)와 '정부 주석-부주석'을 구분해놓았다"며 "하지만 군형법이 제정되면서 '정부 주석-부주석'을 상관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어지고 상관모욕죄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방경비법은 상관을 '장교'로 규정했지만 지금의 군형법은 '명령권을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군형법상 상관에는 현역 군인만 포함되어야 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통령을 군통수권자로 명시한 헌법과 군조직법 등을 근거로 "대통령과 군대의 명령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일부 공소사실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가카'는 각하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고, '2MB'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지만 경멸적 표현으로 보기는 어려워 모욕이 아니다"라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1건의 공소사실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카새끼", "명바기새끼", "병신외교", "ㅅ ㅂ" 등의 비속어를 사용한 것에는 "상관의 지위와 평가를 훼손하기 위해 경멸적 감정을 나타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은 이런 표현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피고인의 표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정책비판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위와 평가를 훼손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이는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ㅅㅂ', '개새끼', '쥐새끼' 등의 비속어는 그 자체로 경멸의 수준이 높아 사회상규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올린 글이 군통수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모욕적 방법으로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점에서 상관모욕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군과 직접 관련된 글이 아니더라도 비속어 등을 사용해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 '상관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여전히 현행 법체제 하에서 피고인의 발언과 지위 등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양심상 나머지까지 무죄로 선고할 수는 없었다"고 유죄판결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대위에 적용한 유죄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이아무개 중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상관모욕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군형법상 상관에 대통령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가카새끼', '명바기 저 씹새끼' 등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멸적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이렇게 상관의 지위와 평가를 훼손하기 위한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카새끼', '씨발 명바기' 등의 비속어는 경멸의 수준이 높다"며 "특히 피고인의 '2MBOUTc8'이라는 계정은 각각 '이명박, 퇴출, 욕'을 표현한 것으로서 대통령을 모욕하기 위한 의도를 품고 있었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논객도 "군형법상 상관모욕죄 적용해 기소하는 것은 문제"

이 대위와 이 중사는 '가카새끼', '쥐새끼' 등 비속어를 사용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상관모욕죄')로 기소돼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제64조 제2항)가 적용된 이들의 트위터 글 가운데 군과 직접 관련된 것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대부분 4대강사업과 인천공항 지분매각 등 MB정부의 주요정책들을 비판한 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검찰과 군법원은 군형법상 상관에 현역 대통령이 포함된다는 점을 전제로 이들의 대통령과 정부 비판을 모두 상관모욕죄로 판단했다.

이 대위와 이 중사는 "현역 군인의 신분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을 변론해온 이재정 변호사은 공판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군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정책과 정치이슈에 발언할 수 있고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표현의 자유 보장'에 무게를 두고 무죄를 주장했다.

두 현역 군인의 상관모욕죄 사건은 '군형법상 상관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포함시킬 수 있는가'와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등을 둘러싼 의미있는 사회적 논쟁을 불러왔다. '상관모욕죄'를 대통령 비판에까지 적용한 것을 두고 '유신시대의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기 5년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감봉 등 내부징계를 받은 사례는 7건(장교 6명, 하사관 1명)이었다. 이렇게 '사법처리'가 아닌 '내부징계'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도 이 대위와 이 중사를 굳이 형사처벌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조차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것은 군 내부 징계를 밟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MB 모욕한 현역군인, 형사처벌 옳지 않아").

"대통령이 군통수권자이긴 하지만 군형법상 상관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상관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상관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다. 이 대위를 처벌할 근거도 없고, 형사처벌해서도 안된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이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발언해 전향적인 판결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고등군사법원은 그러한 예상을 뒤로 하고 두 현역 군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로서 군사법정의 상관모욕죄 판단은 마무리되고 최종 사법적 판단은 대법원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중사는 "반드시 상고하겠다"고 말했고, 이 대위쪽은 "변호사와 상의해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군인권센터 "군사법원이 주장하는 군형법의 법익은 무엇인가?"

한편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은 '군인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없다'고 결론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군복을 입은 시민'은 헌법에 우선해 군형법의 지배하에 있는 존재라는 모순을 드러냈다"며 "헌법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군사법원이 사용하는 군형법의 법익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서아무개 대위의 수사를 방첩활동의 일환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군 관련) 정보 당국의 위법수집 증거에 합법적 길을 열어주었다"며 "우리 헌법의 가치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거꾸로 해석해 군 관련 정보당국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사법원은 국방부장관과 군단장 및 사단장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그 구조상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이는 군사법원법과 군형법의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운동, 군형법 개정운동 등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태그:#상관모욕죄, #이재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