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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화천군과 부부가수 해와달이 상호발전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난 12일 화천군과 부부가수 해와달이 상호발전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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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은 자선 거리공연 수익금 일체를 향토인재 장학금 및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일환으로 <갑>에게 기탁한다."
   
지난 4월12일 강원도 화천군(군수 정갑철)은 부부가수 해와달(홍기성, 박성희)과 상호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쌍방 간 동등한 조건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 통례이다. 그러나 위 내용만 보면 <을>이 다소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 조항은 다소 일방적으로 보입니다. 재조정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 조항은 당초에 없었으나 (을인) 우리가 실무자에게 요구해 삽입된 내용입니다. 재조정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갑>인'화천군수'의 재조정 필요성에 대해 <을>인'해와 달'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기탁금을 받는 입장에서 과하다는 이유로 다시 조정하자는 측이나 전액을 기탁을 하겠다는 쪽,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4살 때까지 말 못하던 둘째 아들 

"실은 우리에게 아들이 둘 있습니다만, 작은 아이는 186cm의 커다란 스무 살인데, 정신연령은 두 살에서 멈추었어요."

해와 달은 국내 몇 안 되는 부부가수다. 1985년 공연을 통해 만난 홍기성씨와 박성희씨는  결혼 후 '해와 달'이란 이름의 듀엣을 만들어 26년간 부부가수로 활동 중이다. 그들의 주요무대는 길거리 한복판. 모금액 전부를 장애인 시설 또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탁해 왔다.

결혼 4년째 되던 해 얻은 둘째 아들이 두 살 되던 해. 아이의 눈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 보여 서울 모 병원에서 눈물샘 집도 시술을 받았다. 병원을 다녀온 후 아이의 얼굴이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별문제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이라 그런 줄로만 알았다.

"혹시 아이가 어떤 충격을 받은 일 있었습니까?"

"아이가 늦게 말을 하나보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하는 거다. 아이의 정신적 발달도 없는 듯 보여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부는 큰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 증세라고 했다.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지적수준이 두 살에서 멈춘 거다. 아이가 충격을 받았을만한 일을 떠올렸다.

"눈 시술을 받았던 게 문제일까" 하는 생각에 아이의 시술을 담당했던 의사를 찾았지만, "누구한테 덤탱이를 씌우느냐"며 말도 붙이지 못하게 했다. 

팔이 부러지고도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

"차라리 거리에 나가 음악을 하는 것이 아내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둘째 아들이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자, 아내 박성희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침부터 아이를 껴안고 아무 말 없이 늦은 저녁시간까지 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내와 함께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그것이 아내와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거리공연에서 모은 돈은 전부 장애인시설에 기탁했다. 그것이 아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아이의 팔이 이상한 거예요. 병원에 가 보니까, 팔이 세 조각으로 부러진 걸 보고..."

생활고 해결을 위해 시설에 맡긴 아이를 주말에는 집으로 데려왔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이 왠지 어둡다고 느껴졌다. 측은한 마음에 껴안으려고 하자 아이는 몸을 피했다.

의사로부터 "아이의 팔이 세 조각으로 부러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병원복도에서 펑펑 울었다. 누구한테 맞았다는 것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 심한 통증에도 '아프다'는 표현 한마디 못하는 아들이 불쌍해서 울었다.

감정을 추슬러 시설을 찾았다. "아이가 다른 곳에서 다친 걸 왜 여기 와서 따지냐" 그들은 오히려 엄마를 탓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시설에 종사중인 체육교사가 아이의 팔을 비틀어 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들었지만 물증이 없어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아이를 다른 시설로 옮긴 어느 날, 아이의 목욕을 위해 바지를 벗긴 엄마는 기겁을 했다. 아이는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온통 멍 투성이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꿇어앉히고는 시설교사가 발로 밟은 것이란 걸 알았지만, 항의 한 번 못했다. 또 시설을 옮겼다.

"정신지체 장애아들은 깨끗한 영혼을 간직한 천사와 같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일반인들과 같은 수준의 행동을 바라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박성희씨는 적은 예산을 이유로 전문교사를 고용하지 않은 시설을 비롯해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조그만 방에 아이들을 격리시키고 추가시설로 등록하는 단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경기, 서울 등 아이를 위해 시설도 여러 번 옮겨야 했다. 어느 시설에서는 아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항의보다 시설을 옮기는 것이 그나마 아이에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이와 같이 사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

부부가수 해와달,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부부가수 해와달, '아이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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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학'자만 말해도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거예요. 시설을 학교라고 부르는데 그곳에서 얼마나 아이를 괴롭혔으면 그럴까 생각하니 이젠 도저히 아이를 시설에 못 맡기겠어요."

아이를 데려온 다음날 "학교가야지"라고 말하자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란다. "말을 못하는 아들이 저 정도라면 대체 시설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시설에 보내는 것을 중단했다.

"아등바등 이렇게 살면 뭐하겠어요. 이젠 아이와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음악교실도 열고 무료 마을순회공연도 하면서 살 생각입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거리공연의 수익금 전부를 우리가 사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해와 달 홍기성씨와 박성희씨는 "넉넉지 못한 생활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된 시설에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경험을 말한 것이지, 헌신적으로 일하는 선생님들과 훌륭한 시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태그:#해와달, #화천군, #홍기성, #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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