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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빠 저 밖에 다녀올게요."
"조금 있으면 예배 시간인데 왜?"
"어디 다녀올 데가 있어요."


어버이날 예배를 앞두고 큰아이가 밖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습니다. 잠시 후 큰아이는 검은 봉지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예배를 다 드린 후 검은 봉지를 열었습니다.

"아빠 엄마 고마워요. 별 것 아니지만, 어버이날 선물이에요."
"와! 케이크와 비타민 음료수네."

"겨우 케이크만 샀어요."
"겨우라니. 우리가 네게 용돈도 주는 것이 없는데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를 선물로 주다니. 감격이다."

큰 아이는 케이크와 비타민 음료를 막둥이는 카네이션을 선물했습니다.
 큰 아이는 케이크와 비타민 음료를 막둥이는 카네이션을 선물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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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케이크 두 조각과 비타민 음료수가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눈물까지 흘리느냐고 하겠지만, 용돈을 거의 주지 않는데도 조금씩 모아 그것으로 케이크을 준비했습니다. 아빠와 엄마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감격할 뿐입니다.

"한 번 먹어보세요."
"인헌이가 선물한 케이크이 얼마나 맛있는 먹어볼까."
"어때요?'
"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인헌아 가장 맛있는 케이크다."

같은 케이크이라도 아들이 부모를 위해 산 케이크이라 더 맛있었습니다. 부모는 이런 일로 감격하고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케익을 먹여주었는 데 가장 맛있는 케익이었습니다.
 아내가 케익을 먹여주었는 데 가장 맛있는 케익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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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도 선물."
"막둥이도?"
"응? 난 카네이션 샀어요."
"막둥이가 꽃을 샀어?"
"응. 아빠 달아드릴게요."

"와 우리 막둥이 대단하네. 엄마와 아빠를 위해 꽃을 다 선물하고."
"다음에는 더 좋은 것 선물할게요."
"그래 더 좋은 것 선물해라."


막둥이가 점점 철이 듭니다. 형아와 누나에 비해 용돈이 절반밖에 안 되는데도, 그 돈을 아껴 카네이션을 샀습니다. 사먹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것을 꾹 참고 샀습니다. 이런 막둥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큰 아이와 막둥이에게 받은 선물과 꽃으로 찰칵했습니다
 큰 아이와 막둥이에게 받은 선물과 꽃으로 찰칵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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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싱글벙글입니다. 아내는 작은 일에도 감격합니다.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 큰아이를 낳고 얼마나 사랑을 줬는지 모릅니다. 제가 질투(?)를 다 했을 정도로. 그런 아이가 이제 중3이 되어 케이크를 선물하고, 초등학생임에도 아직도 엄마 사랑을 받으려고 애교를 떠는 막둥이가 꽃을 선물하니 어느 엄마가 기쁘지 않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둘째아이 선물이 빠졌습니다. 이유는 어버이날 수학여행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 녀석이 집에 있었다면 더 멋진 선물을 했을 것입니다. 작은 케이크 두 조각과 카네이션, 오늘 저희 부부는 한없이 즐거웠고, 기뻤습니다. 자식 키우는 재미가 이런 것 같습니다.


태그:#어버이날, #케익,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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