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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제6회 맑스코뮤날레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각각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10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제6회 맑스코뮤날레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각각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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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당시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공황'이라고 했다. 보다 급진적으로 '자본주의 몰락의 최종 단계'라며 '자본주의 이후 체제', 즉 '혁명'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는 아직까지 살아남았다. '톡'하고 건드리면 당장 죽을 것 같았던 자본주의가 여전히 굳건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자본주의의 위기'는 아직 유효한가?

지난 10일 시작한 제6회 맑스코뮤날레는 이러한 질문에 좌파적인 해석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마르크스'와 '코뮤니스트', '비엔날레'라는 세 단어를 합한 '맑스코뮤날레'는 진보좌파 개인·단체들이 모여 2년마다 개최한다.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금융위기를 지나 온 자본주의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 좌파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107명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머리를 모은다. 회의 주제 역시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다.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자본주의는 '위기'라는 말을 항상 달고 있었다. 과거 경제공황이 닥쳤을 때도 위기였고, 지난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자본주의 체제의 세계 경제는 장기경기침체와 양극화, 국가재정위기라는 병을 앓고 있다. 자본주의는 매번 위기 때마다 더욱 강화된 항생제를 맞으며 버텨온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각종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 금리인하와 같은 '양적완화정책'이 대표적인 '새 약물'이다.

회의 첫날은 바로 이 현재 내려진 처방이 과연 자본주의의 위기를 치료해 낼 수 있을지, 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진단하고 예측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국가부도위기를 맞은 유럽의 국가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붕괴, 세계 경제의 거대 축이 된 중국의 문제, 또 군비증강과 전쟁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경제의 문제 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양적유동성 확대, 거품 확대시킬 것"

장시복 목포대학교 교수는 '세계대공항의 글로벌 확산 매커니즘'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2006년 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대공황'(금융위기)의 구조적 요인"을 제기했다.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구조적 요인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본주의 발전과 모순의 심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자본주의가 지리적으로 불균등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화폐자본이 축적되고, 그것이 금융자립화와 금융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대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우리는 여전히 세계대공황의 모순속에 살고 있다"며 "공황은 국가재정위기와 채무위기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긴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중심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계대공황의 위기 해법이 역설적으로 또 다시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힘을 모아 탈자본주의 대안모델을 만들어 자본주의체제를 바꾸는 거대한 실험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곽노완 서울시립대교수는 장 교수 발표에 결과에는 동의했지만 그가 지적한 '화폐자본의 축적'에는 이견을 제시했다. 곽 교수는 "실물생산이 불경기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투자처를 잃게 된 화폐자본이 남아돌고, 그것이 부동산을 금융상품으로 만드는 등 투기를 벌이는 것"이라며 "세계 국가들은 지금 자국의 화폐가치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양적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더 심각한 공황이 다가올 수 있는 걸 지연시키거나 유보시킬 수 있겠지만, 거품이 확대되면서 적어도 10년, 20년 안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진 청중 토론에서는 최근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시행하면서 세계 자본의 양적완화 공급처가 하나 더 늘어나, 결국 현재의 자본주의의 위기가 폭발하지 않고 지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유로존 위기, 반긴축 투쟁은 계급투쟁"

 10일 개최된 맑스코뮤날레에 청중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10일 개최된 맑스코뮤날레에 청중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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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와 노동자투쟁'을 주제로 발표한 금민 진보신단 고문은 "'유로존 위기'라는 표현 자체가 지역을 특정할 뿐 위기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국가채무위기 또는 재정위기라는 표현 또한 위기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며 "'재정위기'라는 표현은 근본원인을 망각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화권력과 재정권력의 분리, 환율효과 등 유럽적 특수성은 위기 심화의 특수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금 고문은 "노동자와 대중의 저항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표출된다"며 "현재 위기도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통합의 위기, 사회의 위기이다. 통화주의 유럽에서 반긴축 투쟁은 계급투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유로존의 위기가 아니라 유로존 자체가 위기"라며 "유럽좌파가 신자유주의 유럽을 넘어서는 확고한 미래 전망을 제시할 수 있을 때에만 반긴축 투쟁으로 출발해 신자유주의 종식으로 향하는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정구 경상대 교수는 '중국, 자본주의의 구원투수일까 아니면 또 다른 진앙지일까?'라는 주제 발표에서 "최근 중국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세계경제 구원투수로서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있다"며 "중국경제가 선진국 수출을 통해 급성장해왔기 때문에 선진국 경제의 위기는 중국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고성장에 가려졌던 부동산 거품, 양극화, 계급 갈등 등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체제는 중국 경제를 수출 주도 경제에서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전환하려고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제"라며 최근 중국 사회에 전면 부상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와 계급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구세대 농민공에 비교되는 신세대 농민공이 등장하고 있다"며 "혼다의 포산공장이나 팍스콘 노동자들로 대표되는 이들은 구세대에 견줘 교육수준이 높고 농사를 지어보지 않고, 제조업 종사가 많다는 게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세대 농민공의 등장과 빈부격차의 확대, 실업률 증가,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수준 하락 등으로 중국은 일촉즉발의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팍스콘 공장의 노동자들은 2010년초부터 18~25세 젊은 노동자 18명이 자살을 시도해 14명이 죽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금이 3배 가까이 인상됐고, 혼다 포산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임금이 34% 인상되는 등 노동자들의 투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자본주의 탈출'을 위한 토론 12일까지 이어져

이어 김어진 경상대 교수는 '경제위기와 제국주의'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자본주의는 상시군비경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한 야만적 구조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쟁과 제국주의는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위기를 증폭시키는 뇌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체 국가의 국방비 비중은 줄었지만 절대 액수 자체는 계속 늘어나고 그 비용이 대주의 소비와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특히 제국주의 전쟁이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실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주요 국가들은 그 뇌관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 모순에 주목했다. 그는 "경제적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 각국의 대응책이 불발로 끝나고 다시 한층 높은 군사적 긴장고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적 구조가 그 원인"일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이어 11일에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체제, 적-녹-보라 새로운 주체 형성'이라는 주제로 좌파진영의 실천계획을 모색하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12일에는 '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의 실질적인 좌파활동을 논의하게 된다.


태그:#마르크스, #맑스, #서강대, #정기복,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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