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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대해 논한다. 이러한 매체들이 권력의 시녀가 됐다가는 큰일 난다는 취지에서 그렇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매체들이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즉 권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편에 서서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로 하여금 어떠한 사실을 인지하게 하고, 그로부터 잘못된 것들에 대한 의제설정(Agenda Setting)을 가능하게 하는 일을 매체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권력의 나팔수가 됐다가는 시민들로 하여금 모든 것이 '평안하다'고 마약을 놔주고 권력이 하고 싶은대로 밀어주는 꼴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매체는 없어지는 게 낫다.

언론, '당파성'을 견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언론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이 아니라 당파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은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시민들에게 알 권리를 되찾아주고, 시민들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다. 만약에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권력의 편에 서지 않음으로 가능해진다고 본다.

언론의 의제설정(Agenda Setting)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언론학에서 의제설정 효과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풍미했던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제한적 효과이론'에 대한 의문이 거듭 제기되면서, 언론의 효과에 대한 새로운 개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성립할 무렵이었다. 언론학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언론의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라는 통념에 비해 실제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된 언론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흔히 언론인이나 일반 시민들은 언론의 보도의 양과 내용 그리고 보도 방식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영향력의 규모 또한 클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경험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언론이 개인의 행위동기나 행동은 물론 개인의 의견 형성이나 변화에 일관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일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의 규모가 적다고 한다.

결국 1970년에 들어서면서 언론학 연구자들은 과거의 연구에서 규정한 '언론의 영향력'의 개념 규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새로운 '매스 커뮤니케이션 효과' 개념을 제안한다. 새로운 효과 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연구자들은 언론이 개인의 행동과 그 동기에 미치는 영향력보다는 개인의 의견 및 태도에 미치는 인지적 효과에 초점을 주목하게 됐다. 둘째, 연구자들은 언론이 여론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중·장기적이며 간접적으로 경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개념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매스 커뮤니케이션 효과 개념의 변화를 한 마디로 표현한 대표적인 경구가 바로 정치학자인 버나드 코헨(Bernard Cohen)이 언급한 "언론은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를 말해주는 데 실패할지 모르나 '무엇에 대하여 생각할 것인가(what to think about)'를 말해 주는 데 있어서는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의제는 미디어에서부터 나온다

의제설정 이론은 새로운 매스 커뮤니케이션 효과 개념을 차용한 대표적인 이론이다. 흔히 '의제설정 효과'의 특징을 '중효과' '인지적 효과' '간접적 효과'라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의제설정 이론의 주창자인 맥콤(McCombs)과 쇼(Shaw)는 '언론이 공중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실패할지 모르지만, 특정한 이슈를 강조해서 보도함에 따라 공중이 그 이슈를 중요한 것으로 인지하도록 만드는 데는 성공적'이라고 주장했다.

의제설정 이론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역시 '의제(agenda)'라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의제'란 언론이나 공중의 논의의 대상이 되는 독립적인 이슈나 주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의제란 '물가불안' '범죄 증가' '교육 문제' 등과 같은 일반적이며 일상적인 내용부터 '성폭력 사범 실명공개' '특정 연예인의 사생활' '누가 대통령감인가' 등과 같은 구체적이며 상황 의존적인 내용까지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의제를 논하는 주체를 기준으로 구분해 보면, 의제는 크게 ▲ 미디어 의제(the media agenda·언론이 강조해서 보도하는 이슈) ▲ 공중 의제(the public agenda·언론의 수용자, 즉 공중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이슈) ▲ 정책적 의제(the policy agenda·정부, 의회, 사회단체, 기업과 같은 정책결정 기구나 집단이 중요하게 다루는 이슈)로 구분할 수 있다. 의제설정 효과에 대한 연구는 결국 이 세 종류의 의제가 어떻게 상호 관련돼 있으며, 어떤 의제가 어떤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통적으로 의제설정 효과라고 말할 때에는 '미디어 의제가 공중 의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의제설정 개념을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제설정이라는 개념을 미디어 의제, 공중 의제, 정책적 의제를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적용해서 사용하는 추세다. 이 경우 미디어 의제를 결정하는 과정은 '미디어 의제설정', 공중의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공중 의제설정' 그리고 정책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정책적 의제 결정'이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또한 마지막 정책적 의제결정 과정을 '의제 구성(agenda-building)' 라고 특수하게 개념화하기도 한다.

'의제'의 특성과 관련한 중요한 가정은 의제가 '상호 경쟁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의제는 다른 의제보다 더욱 중요하거나 현저하다. 따라서 여러 의제들을 놓고 각각의 중요성에 따라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한 의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그 중요도를 놓고 다른 의제들과 경쟁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위 진보적 매체와 보수적 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협력 기사를 만든다는 기사를 읽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서로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이고, 그래서 시각 차이를 확인하고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는 좋다. 그런데 둘 사이의 시각 차이를 내부에서부터 확인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한다면 무슨 의의가 있을까 싶다.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신문의 변별력을 키워라,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협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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