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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차 정비 공개입찰 확대로, 정비업소는 일감?수익이 모두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관용차 정비 공개입찰 확대로, 정비업소는 일감?수익이 모두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 한국석유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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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용차의 정비 위탁관리를 위한 공개입찰에서 연이어 탈락한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회장 박의수, 이하 연합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연합회는 지난 1, 2월에 각각 열린 경찰과 군의 정비용역 입찰과정에서 동일한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탈락했다. 이에 연합회는 소상공인 단체나 업계가 탈락할 수밖에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현 공개입찰의 구조적 문제점과 선정과정의 애매모호한 채점기준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대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나 다름없는 현 공개입찰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그 어떤 말과 행동도 믿을 수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삼성계열의 애니카자동차손해사정서비스(주)가 경찰차량 정비업체로 선정되었으며, 2월 13일에 열린 군수차량 정비업체 선정 입찰에서도 현대자동차 계열의 현대글로비스(주)가 낙점됐다.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대기업이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승패를 가른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게 연합회 측 주장이다.

이에 격앙된 연합회는 이달 중 진행 예정인 우정사업본부의 입찰에는 참여치 않기로 내부 방침을 이미 정했다. 아울러, 정부가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향후에도 정비 위탁관리 공개입찰을 강행한다면 회원들도 '더 이상 두고볼 수만은 없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회는 "이번 입찰에서 삼성과 현대 계열의 대기업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집행부를 포함한 모든 회원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우정사업본부의 공개입찰 이후에도 공개입찰의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국 2만여 회원들이 서울에 모여 대대적인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비스·애니카 전문정비사?

이번 공개입찰에서 입찰금액은 낙찰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의 규모나 인지도 등이 낙찰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 연합회 주장이다.

연합회는 "이번 입찰에서 입찰금액 20%와 수행능력 80%를 합산해 낙찰 업체를 선정했다"며 "정비 수행능력 평가기준도 애매모호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애니카와 현대글로비스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하나도 없는 데 왜 우리가 두 번씩이나 떨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전문정비가 아닌 자동차부품 공급사란 사실이, 이번 입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이자 전문정비업체인 현대블루핸즈에 재하청을 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삼성애니카도 전문정비업체가 아니긴 매한가지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애니카랜드를 통해 정비사업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콜상담 및 출동서비스와 같은 보험사고처리 관련 전문 회사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입찰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선 공개입찰이라는 게 사실은 대기업에 정비물량을 몰아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현대블루핸즈나 애니카랜드 중 과반수가 넘는 가맹점주들이 현재 연합회 소속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공개입찰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고 있다.

소상공인 참여 방안 마련

정부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그동안 인근 정비업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진행해온 예전방식을 탈피, 정비 수행능력이 풍부한 업체에게 일괄정비를 맡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공개입찰을 채택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러한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공개입찰로 진행된 관 주도의 다양한 사업에서, 대기업은 과실들을 챙겼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어야 했다"며 "현재의 공개입찰 방식은 대기업에 일감몰아주기나 다름없으며,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관련 소상공인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입찰이 진행된 이후 경찰서 인근 정비업소의 일감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정책에도 위배된다"라고 덧붙였다.   

공개입찰 피해, 곳곳서 터져 

공개입찰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의외로 빨리 드러났다. 수년간 경찰차량과 군용차량 정비를 담당해온 경찰청과 군부대 인근의 영세정비업체들은 이번 공개입찰로 앞으로는 더 이상 관용차 정비물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한 마디로 '이제 그만 손때세요'라는 일방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일감 감소로 수입 역시 급격히 줄게 되었다는 것이 연합회의 설명이다. 

문제가 또 있다. 삼성애니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상당수가 연합회 회원인데, 이들 가운데 일부 업소는 공개입찰 방식이 채택되기 이전에도 각 지역 경찰서와 직거래를 통해 경찰차량 정비를 맡아왔다. 그런데 공개입찰 방식이 채택되자, 이제는 삼성애니카를 통해서만 물량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삼성애니카 측에 수수료를 떼인다. 직거래 때보다 일은 똑같이 하고 수익은 떨어졌다. 쉽게 말해 사실상 대기업 하청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 낙찰포기

최근 공개입찰 시 낙찰자 선정에서 입찰가격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연합회 주장을 방증하는 한 사례도 발생했다. 앞서 밝힌대로, 군수사령부는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를 군용차량 정비업체로 낙찰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낙찰을 받고 보니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낙찰을 포기했다. 이를 두고 군수사령부는 "공개입찰이 영세정비업자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줄 몰랐다"며 "상황이 그렇다면 계약을 다시 재검토하겠다"라며 이번 사태는 낙찰업체 선정에서 응찰가가 그다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님을 발주처 스스로 고백한 셈이 됐다.

반면 업계에선 "뽑을 때도 대기업에게 후한 점수를 주더니, 이제는 스스로 포기한 대기업을 두둔까지 한다"며 "정비중단 통보를 할 때가 엊그제이면서, 이제 와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군수사령부는 지난 4월 2일 연합회 측에 '현대글로비스를 대신해 계약을 할 수 없겠느냐'는 뜻을 전해왔는데, 연합회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 물량을 밀어주는 공개입찰 방식을 없애고, 그 물량을 인근 정비업소에 주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연합회의 공식 입장이다.


#카포스#삼성애니카#현대글로비스#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자동차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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