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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18대 대선 개표 상황표 중에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기재한 상황표가 26건 발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언론사에 제공한 1분 단위 데이터와 강북구 개표 상황표를 비교 검토하자, 위원장 공표보다 1~15분 앞서 보고한 경우도 18건이나 됐다. 수유 1동 5투표구의 3095표를 수작업 개표하는데 8분 걸리기도 하였다. 삼각산동 8투표구에서는 2094매의 투표용지를 교부했으나 투표수는 2매 더 많은 2096표가 나왔다.

송중동 8투, 위원장 공표시각 20일 13시 22분
▲ 송중동 8투 송중동 8투, 위원장 공표시각 20일 13시 22분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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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대선 개표 상황표를 살펴보면 미아동 2투표구의 경우 위원장의 공표시각이 19일 24시 29분으로 기재돼 있다. 20일 00시 29분으로 적어야 맞지만 오기한 것이다.

이와 같이 보조 사무원이 24시 00분의 형태로 위원장 공표시각을 잘못 쓴 경우가 총 81개 투표구 중에서 21건이다.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번제 2동 4투표의 위원장 공표시각은 19일 10시 22분, 번제 3동 2투표구는 19일 10시 21분, 수유 2동 4투표구는 19일 10시 19분으로 기재돼 있다. 송중동 8투표구의 위원장 공표시각은 20일 13시 22분이다.

더욱이 우이동 1투표구는 개표기 종료시각이 21시 28분인데 위원장 공표시각이 20시 40분으로 선명히 적혀있다. 2012년 12월 19일 10시경이면 투표가 한창 진행될 무렵이다. 20일 13시경이라면 개표가 완료된 지 한나절이 더 지난 시점이다. 개표기가 종료되기 48분 앞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는 건 개표도 않고 결과를 발표했다는 거나 다름없다.

대선 개표관리 매뉴얼은 공직선거법 178조(개표의 진행) 2항에 의거 "누구든지 위원장이 후보자별 득표수를 공표하기 전에는 이를 보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위원장은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들의 투표지 확인 심사와 검열을 다 마친 뒤에 후보자별 득표수를 공표해 최종 확정한다.

그런데 강북구 번제 1동 4투표의 경우, 위원장 공표시각이 21시 59분인데 1분 단위 데이터 제공시간은 21시 44분이다. 위원장이 공표하기 15분 전에 득표 결과가 각 언론사에 제공된 것이다. 이처럼 강북구의 1분 단위 데이터 가운데 총 18건이 위원장 공표 시각보다 최소 1분~15분까지 더 빨리 언론사에 제공되었다.

개표기 종료보다 48분 먼저 공표?
▲ 우이동1투 개표기 종료보다 48분 먼저 공표?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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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대로 수작업 개표를 한다면 수유 1동 5투표구처럼 3천여 표 개표에 8분이 걸릴 수는 없다. 개표관리 매뉴얼에 의하면 수작업 개표는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석에서 진행되며 투표지를 "2~3회 전량 육안으로 번갈아가며 정확히 확인 심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북구의 몇몇 투표구에서는 수천여 표 개표하는 데 불과 30분 이하의 시간이 소요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17일 국회시연회장에서 6천 표 개표하는데 2시간 15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개표는 대략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심사집계부(1차 저장)→위원 검열 및 서명(날인)→위원장 공표→보고용 PC로 보고→시군구에 상황표 팩스로 전송 순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며 여러 명이 '철저히 확인'하게 돼 있기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상황표의 오기 따위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강북구 개표에서 이러한 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강북구선관위 김득수 관리계장은 공표시각 적는 개표사무원은 대개 법원 공무원들이 맡은데 "착오로 잘못 기재한 것 같다"고 했다. 위원장 공표보다 앞서 보고된 1분 단위 데이터는 "원칙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실제로 그런지 더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수유 1동 5투표구의 8분 걸린 수작업 개표에 대해서는 "개표 초반에는 밀려 있는 게 없어 속도가 빠르다"고 해명했다.

"개표 초반이면 통상 꼼꼼하게 보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시연회 때 6천 표 개표하는데 2시간 15분 걸렸으니 3천여 표라면 적어도 1시간은 걸려야 정상 아닌가?"라는 반론에 더 이상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2표 더 나온 삼각산동 8투표구에 대해서는 "부재자 투표지 2매를 회수하고 새로 교부했기 때문인데 개표기 입력 직원이 투표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2매가 더 나온 것으로 기재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김득수 관리계장은 "선거 끝나고 이렇게 데이터 계산까지 해 지적하는 분은 처음"이라며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개표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강북구선관위, #수작업 개표, #1분 단위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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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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