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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후진적인 의료체계가 또 한 병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국방부가 군 의료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2013~2017 군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발표한 지 사흘만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7일 뇌종양을 앓아오던 강원도 홍천 육군 모부대 소속 신성민(22) 상병이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인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입대한 신 상병은 지속적으로 두통에 시달려왔지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신 상병이 군인권센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신 상병은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머리가 아파 상급자를 찾았지만, 이 상급자는 신 상병의 손을 바늘로 따고 한약 소화제 두 알을 줬다.

비슷한 시기 부대 내 의무대도 두통을 호소하는 신 상병에게 일반 두통약(타이레놀)만을 처방했다. 이후 신 상병이 외출을 나가 민간 병원에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부대 측은 신 상병을 다른 부대로 파견해 경계 근무를 세우기도 했다. 극심한 고통을 참다못한 신 상병이 의무대를 다시 찾아가자 중대장은 욕설과 함께 "아직 여기 올 기력은 있네"라며 핀잔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군, 뇌종양 병사에게 소화제와 두통약만 처방

이 일이 있은 후 신 상병은 지난 1월 중순 휴가를 받고 들른 민간병원에서 뇌종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 상병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이때 종양을 모두 제거하지 못해 국군수도병원과 일반 병원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수술 외에는 지원이 안 된다고 해 수술비도 가족이 부담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민간 병원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가족은 수술 이후 신 상병을 국군수도병원으로 다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군은 치료비가 부담돼 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온 신 상병 측에 지난 4월 '강제 전역 심사'를 하겠다고 통보해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군은 '전역 6개월을 앞둔 환자는 자동으로 강제 전역 심사 대상이 된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 상병은 지난 5월 14일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족들은 신 상병이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폐렴에 걸려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 상병의 누나 민령씨는 지난 17일 밤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다섯 달 씩이나 뇌종양으로 고통에 시달리던 동생에게 부대는 소화제와 두통약만을 처방해놓고는 '자기들 할 일을 다했다'고 했다"며 "제대로 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동생을 서울의 일반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져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민령씨는 "자기 부하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 어떻게 부대 지휘관들이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의관이 책임지고 진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현재는 일차적으로 지휘관이 판단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또 "당사자가 외부 진료를 요구하든 안 하든 문제가 있어 보이면 바로 외부로 보내 진단을 받게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주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고 신성민 상병이 진료 받을 권리를 군으로부터 박탈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장병 의료권, #군 의료체계, #고 신상민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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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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