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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 속에서 예술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술은 당연히 배고픈 분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헛된 선입견. 오히려 극단적 배고픔이 예술을 죽이고 있다. 인디밴드라고 예외가 아니다. 거대 자본이 음악 산업마저 잠식하면서 소규모 인디밴드들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1년 8월에 발족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인디음악가들의 생존 몸부림으로 이해할 만하다. 창작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십시일반의 협동정신을 발휘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니까.

▲ [이털남2-365회]인디밴드, 자립을 꿈꾸다 진정한 자립을 꿈꾸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단편선, 황경하 운영위원을 '보이는 팟캐스트'에서 만나본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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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가 '보이는 팟캐스트'에서 만난 단편선씨와 황경하씨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들. 인디음악계에서도 마이너에 속한다고 자평하는 이들은 각각 1인 프로젝트 밴드와 <노컨트롤>이라는 펑크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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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죽음으로 '예술인복지법' 시행

작년 11월 예술인의 삶을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됐다. 2011년 한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단편선 위원은 "예술인에게 법적 지위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한걸음이 되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적용되며 그나마도 전액 자기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도 몇몇 정부부처의 반대로 포함되지 못했다. 단 위원은 "한국보다 사정이 좋은 외국의 경우, 실업급여 등 여러 방식으로 예술인의 생계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아직 한국은 그런 인식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 경제'를 외치는 만큼 예술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부 지원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 위원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익스트림 인디'의 약자인 '씬디'라는 것을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했다. 홍대 라이브 클럽들의 표를 모아서 파는 티켓라운지이다. 의도는 좋지만 '삽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대에는 공연장 허가를 받지 못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소규모 라이브 클럽이 굉장히 많다. 허가를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고 제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디밴드들이 서는 무대가 주로 이런 소규모 클럽들이라는 것. '씬디'가 공연장 허가를 받은 곳의 표만 모아서 팔면 결국 인디밴드는 또 다시 소외되고, 예술 지원사업은 상대적 강자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단 위원의 진단이었다.

우리는 '2군'이 아니라 '다른 리그'

단 위원의 진단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인데, 그 이유가 뭘까? 단적인 예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활동은 자신들의 음악을 주류 음악으로 진입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에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마이너의 음악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다르게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디음악을 '2군'으로 표현해서 인디음악가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2군'이 아니라 '다른 리그'를 만든 것이다. 대중음악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다른 리그에서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 '2군'이라는 표현을 했으니 (박 대통령이) 핀트를 잘못 잡은 것이다."

기형적인 음원판매구조... 자본의 논리에 사라져가는 무대들

인디음악의 세계는 얼마나 어려운 걸까? 황경하 위원은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이 하나둘씩 망해가고 있다. 앞으로 몇 개 더 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대가 올라가면서 클럽 주인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것. 유료 관객도 평상시에 5~10명이니 대부분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클럽에서 공연한 밴드들이 공연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악순환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음원 수익도 보잘 것 없다. 기형적인 판매 구조 때문에 차라리 음원 공급을 안 하는 게 나을 정도라고 한다. 단편선 위원은 "내려받는 금액이 한 곡당 500원이라고 한다면 플랫폼 업체가 40~50%를 가져가고 그 외에 모든 배분을 하고나면 가수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40~50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나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대부분 공급업체가 '얼마 당 몇 곡 무료'라는 정액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아무도 500원을 주고 곡을 사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경하 위원은 "음원시장에서 음악은 거의 공공재"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 유통을 할 수밖에 없다. 음원 유통을 하지 않으면 앨범이 공식 음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해적음반 취급을 받는다. 결국 이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앨범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유통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적자 보기 일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음반 한 장 내봤자 적자 보기 일쑤라는 인디음악가들. 그런데도 뭐가 좋아 그 활동을 계속 하는 걸까? 단편선·황경하 위원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행복하다"는 두 위원의 말은 자유를 통해 영혼의 자립을 이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쉽다. 이들의 활동까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이라도 확충된다면 젊고 싱싱한 예술의 한 자리가 제대로 깔릴 수 있지 않을까.


태그:#이털남, #자립음악생산조합, #인디밴드, #황경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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