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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다가 경찰들에게 막혀 저지되자, 빼앗긴 향로 대신 종이컵과 우의를 깔고 분향을 이어가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빼앗긴 향로 대신 종이컵으로 분향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다가 경찰들에게 막혀 저지되자, 빼앗긴 향로 대신 종이컵과 우의를 깔고 분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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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다가 경찰들과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한 해고노동자가 경찰의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과정에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
▲ 병원에 후송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다가 경찰들과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한 해고노동자가 경찰의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과정에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후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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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2일 오후 9시 42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 이에 저항하던 해고노동자들과 경찰이 빗속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오후 늦게까지 충돌을 빚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1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화단 앞에 은색돗자리를 깔고 향로를 피웠다. 상복을 입은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상주가 돼 쌍용자동차 사태 희생자 24명의 영정이 그려진 피켓을 들었다.

먼저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향을 올리고 절을 했다. 이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나와 절을 올렸다. 고동민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이 잔에 소주를 부어 향 위에서 세 번 돌렸다. 그 주위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쌍용자동차 범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소속 회원과 시민 등 70여 명이 그들을 지켜봤다.

경찰은 2인 이상이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를 벌였다며 이들의 행위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했다.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고 옥외집회 금지구역에서 집회를 벌였다며 해산을 명령했다. 2개 중대병력 120여 명을 동원한 경찰은 분향소를 둘러싸고 이들이 들고 있던 피켓과 향로를 압수했다.

"상갓집에서 무슨 불법 행위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며 설치된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 경찰, 쌍용차 분향소 강제철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며 설치된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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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해고노동자들이 경찰을 저지하면서 빗속에서 뒤엉켰다. 이들은 "상갓집에서 무슨 불법 행위냐", "손 대지마"를 외치며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박호민 쌍용차지부 선전부장이 허리를 다쳐 인근 녹색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이 분향을 막았지만 잠시 뒤 오후 7시 55분부터 노동자들은 다시 돗자리를 깔았다. 빼앗긴 향로 대신 종이컵을 세워 향을 피우게 했다. 다시 경찰이 둘러싸며 이를 저지했고 다시 몸싸움이 이어졌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화단 옆에서 돗자리를 깔았다. 그러자 경찰은 다시 돗자리를 찢었다.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관혼상제의 예를 올리는 자리에 무슨 집시법 위반이냐"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빗속에서도 제를 올리지 못하게 하냐, 얼마나 더 죽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욱 사무국장은 "지난 1년 동안 대한문 앞에서 몸부림치면서 거리에서 먹고 자고 했다"며 "불탄 천막을 대신해 임시 분향소를 세우자는 우리를 그만 괴롭혀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지난해 4월, 해고노동자와 가족에서 22번째 희생자가 발생하자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후 지난 4월 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돌담 보수 공사를 이유로 천막을 강제 철거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대한문 앞 집회가 공공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친다"며 쌍용차 범대위 측에 옥외집회 금지 통고서를 전달한 바 있다. 범대위 측은 이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지난달 18일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범대위 측은 1인 시위로 경찰에 항의하며 쌍용자동차 사태 국정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분향소는 억울하게 죽은 24명의 희생자와 쌍용자동차 사태를 알리기 위해 필요하다"며 "경찰의 저지에도 분향소 설치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 30분, 현재에도 해고노동자들은 찢어진 돗자리 대신 우의를 깔아 분향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병력을 2배 늘려 4개 중대 240여 명으로 이들의 분향을 다시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향로에 향불을 피워놓고 분향을 드리고 있다.
▲ 빗속에 쌍용차 분향소 설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향로에 향불을 피워놓고 분향을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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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 설치가 경찰들에게 저지되자, 시민들이 빗속에 피켓을 들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 빗속에 쌍용차 해고노동자 지지하는 시민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 설치가 경찰들에게 저지되자, 시민들이 빗속에 피켓을 들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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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대한문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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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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