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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MHz 대역 주파수와 모바일 광개토 플랜, 그리고 이어지는 해당 주파수용 무선 마이크 불가론과 치명적인 오판, 그리고 재산권 침해. 얼핏 보기에는 서로 관계 없는 인과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막에 숨겨진 복잡하고 다면적인 진실을 파고들면 의외로 해당 사항들이 첨예하게 얽혀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2012년 1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시중 당시 위원장의 결정으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의결하여 700MHz 대역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뉴미디어 발전 및 난시청 해소에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의견을 무시한 전격적인 판단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당시 방통위의 판단은 치명적인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 698MHz~806MHz 중 698~728MHz와 758~783MHz를 '미정'으로 설정하고 하위대역 728~748MHz와 상위대역 783~803MHz를 '통신'으로 각각 알박기했다. 그리고 보호대역으로 총 13MHz를 설정했는데, 하위 통신대역의 직후인 748~758MHz(10MHz)와 상위 통신대역 직후인 803~806MHz(3MHz)가 그 대상이다. 쉽게 말하자면 700MHz 대역 주파수 698~806MHz를 길게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 순서는 미정(30MHz)-통신(20MHz)-보호대역(10MHz)-미정(25MHz)-통신(20MHz)-보호대역(3MHz)으로 정리할 수 있다(여담이지만, 당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하위 통신대역이 위로 약간 올라온 것을 두고 700MHz 이전 주파수와의 혼신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사족이 붙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의미는 통신 알박기 덕분에 퇴색되었다).

그런데 상위 통신대역의 740~752MHz의 12MHz은 현재 무선 마이크 사용 유예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해당 주파수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 정책으로 무선 마이크 대역이 900MHz 대역 등 다양한 주파수 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방통위는 지난 2008년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계획을 확정하면서, 무선 마이크를 포함해 700MHz 대역을 이용하던 기존 무선국의 이용기한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고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700MHz 대역 무선 마이크 주파수 사용 종료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무선 마이크에 할당한 700MHz 일부 대역(740~752MHz)을 주파수 회수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계도 기간을 두자는 내용을 담은 '주파수 분배표 및 무선설비규칙 등 관련 고시 개정안'을 의결했다) 동시에 방통위는 2013년 10월, 전파법에 의거 전국 3권역 채널재배치가 완전히 종료되는 달부터 해당 주파수를 활용하는 무선 마이크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한 대목이 있다. 만약 모바일 광개토 플랜대로 따라가자면, 하위 통신대역에서 8MHz, (상위)보호대역에서 4MHz의 혼신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무선 마이크 대역을 다른 대역으로 온전히 옮긴다면 모를까. 최소한 유예기간 동안에는 혼신으로 인한 통신대역 및 보호대역의 의미가 사라지는 격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정부의 뜻대로 무선 주파수가 900MHz를 비롯한 다른 대역으로 제대로 옮겨간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마지막 계도기간인 2013년 10월까지 무선 마이크를 변경해야 한다는 정책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도 복병으로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산권 침해는 헌법적 가치를 따져봐야하는 중대한 사항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전국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종료 당시에 제기되었던 국민의 재산권 침해 시비가 이번 무선 마이크 주파수 대역 이동으로 또 한 번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면허 대상인 무선 마이크의 완벽한 보상은 원칙적으로 어렵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막심하다는 점에서 이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10만에 달하는 노래연습장을 비롯해 학원, 교회 등 영세 사업자의 피해는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율적 보상 판매에 따라 기존 700MHz 대역 무선 마이크 이용자들이 900MHz 대역 무선 마이크를 구입할 경우 정상 판매 가격에서 10~65% 할인해주는 방안으로 현재 총 24개 업체가 보상 판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무수히 많은 무선 마이크를 활용하는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무선 마이크 주파수 대역이 900MHz으로 이동하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 바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을 위한 사전포석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불합리함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주파수 혼간섭 문제부터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의 퇴보와 더불어 더욱 치명적인 통신용 주파수 몰아주기의 폐혜가 그것이다. 여기에 무선 마이크가 향후 주로 활용할 900MHz 대역 주파수의 문제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2012년, 돈 잔치에서 시작해 돈 잔치로 끝난 통신사의 주파수 경매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KT는 주파수 경매에서 최고 득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800MHz 대역 대신 900MHz를 총 2500억 원의 비용으로 낙찰받았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2012년 10월 KT가 해당 대역에 LTE 기지국 설치를 개시하자 RFID(전자태그), 고출력무선전화기(코드리스폰, 900MHz 맥슨 무선전화기 등)과 심각한 혼신을 일으켜 결국 기지국 설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KT는 당시 경매를 주도했던 임원들을 문책성 경질하는 한편, 구 방통위에 문제 해결을 무책임하게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다른 통신사들이 LTE-A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KT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자사의 낮은 품질을 증명하는 뼈를 깎는 시연회를 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LTE 주파수 할당을 두고 노동조합과 공조한 대대적인 반발에 나선 근본적인 원인도 당시 주파수 경매에서 KT 스스로가 저지른 패착에서 기인한다.

현재 KT는 자신들이 할당받은 900MHz 대역 주파수 중 905~915MHz 대역을 1MHz씩 하측으로 이동하여 904~914MHz로 이동하는 주파수 클리어링을 요청하고 있으며, 자사 LTE 대역인 884~894MHz과의 혼선을 우려한 LG유플러스가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다.

우리는 방통위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 가지는 치명적인 패착과 더불어 그에 따른 부정적인 후폭풍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책적 오판에 의해 주파수 환경을 송두리째 흔드는 통신사를 보았고 그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즉, 700MHz 대역 주파수를 무조건 통신에 할당하기 위해 구 방통위는 무작정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700MHz 대역 무선 마이크부터 900MHz 대역 통신 LTE 활용방안 등 제대로 된 정책 추진이 전무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이런 정부와 거대기업의 오판은 무선 마이크 주파수 이동 등으로 고스란히 국민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 주파수 정책의 총체적 난맥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방통위와 미래부는 자신들의 오점을 바로잡지 않고 무책임한 주파수 정책, 즉 통신에 주파수 자원을 몰아주기 위한 막무가내식 의사결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통신용 주파수 할당에 목을 매는 정부나, 900MHz 대역 주파수를 자신들의 오판으로 낙찰받은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하는 통신사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치명적인 패착이다. 지금이라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뛰어넘는 새롭고 합리적인 정책 모멘텀이 절실할 때다.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방통위원장 고시로 정하지 못한 700MHz 대역 상하위 40MHz폭을 놀리지 말고, 더 고차원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방송기술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방통위#주파수#모바일광개토플랜#700주파수#무선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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