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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앞에 석탑이 서 있고 멀리 계룡산 봉우리가 보인다
▲ 신원사 대웅전앞에 석탑이 서 있고 멀리 계룡산 봉우리가 보인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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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계룡산의 서쪽에 있는 신원사를 찾았다. 찜통더위 때문에 그냥 걷기에도 숨이 막혔다. 반갑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가만히 걸었다. 어느새 땀내를 맡았는지 날파리들이 따라 붙는다.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중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낡은 집을 헐어내고 주변을 새롭게 정비할 모양이다.

매표소에서 신원사까지 들어가는 길가에는 허름한 음식점과 가게들이 몇 채 있다. 매우 낡고 영세해 보인다. 아마 갑사 동학사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 음식점은 텅 비어 있고 희망을 상징하는 솟대만이 담장에 서서 오는 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신원사로 들어가는 길은 평지로 걷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차가 교행할 만큼 넓을 뿐만 아니라 아름드리 나무가 서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신원사로 입구로 들어가는 다리에 이르자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 바로 다리 아래서 계곡물이 바위를 돌고 넘으며 흐르고 있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주저 없이 계곡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인지 수량이 제법 많아 보였다. 손을 물에 가만히 넣어 보았다. 참으로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당장이라도 계곡으로 뛰어 들어가 신나게 물장구라도 치고 싶었다. 바위들이 참 부럽기만 할 뿐. 이렇게 시원히 나무 그늘이 드리운 맑은 계곡물에 앉아 신선처럼 물놀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 계룡산에서 기가 가장 센 곳

신원사 앞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다
▲ 신원사 계곡 신원사 앞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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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염소가족이 산사 주변에서 풀을 뜯고 있다
▲ 염소가족 흰 염소가족이 산사 주변에서 풀을 뜯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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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사 경내로 올라갔다. 한적했다. 경내를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가 보았다. 무당들이 굿할 때 하는 북장단소리 같았다. 가는 길에 흰 염소가족이 길을 막아섰다. 어미와 아기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평화스러운지 오랫동안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우리를 보고 경계하며 도망다니는가 싶더니 금세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한 건지 포즈까지 취한다.

신원사는 갑사 동학사와 더불어 계룡산의 삼대 사찰의 하나로 백제 의자왕 11년에 보덕화상의 고승에 의해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신원사는 임진왜란때 소실되어 현재의 위치에 다시 지어졌으며, 명성왕후가 고종과 국가를 위해 국태민안의 치성을 드리던 중악단이 있다. 이 중악단은 신들의 고향이라는 계룡산 자락에서 가장 기가 센 곳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문화재청에서 정비를 위해 정밀 실측하고 있었다.

솔향이 산사로 그윽하게 쏟아진다
▲ 소나무 숲 솔향이 산사로 그윽하게 쏟아진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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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에서 기가 가장 센곳 중 하나로 알려진 중악단의 모습
▲ 중악단 계룡산에서 기가 가장 센곳 중 하나로 알려진 중악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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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사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대웅전 뒤로는 소나무 숲이 그윽한 솔향과 푸른 빛을 쏟아 내고 있고, 절 지붕 위로는 병풍처럼 둘러 쳐진 계룡산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신원사를 노승처럼 굽어보고 있었다. 신원사는 고종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이름을 새 나라의 시작을 의미하도록 '神院寺'에서 '新元寺'로 고쳤다고 한다.

푹푹 찌는 여름날, 산사를 찾아 시원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산새소리를 벗 삼아 스님의 법구경 소리를 듣다보면 더위와 잡념이 사라지게 되는 최고의 피서지가 아닐까 한다.


태그:#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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