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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오전 9시 57분]

영국 정부가 시리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밤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 표결에서 영 하원 의원들은 285 대 272로 정부의 시리아 제재 동의안을 부결 시켰다.

이에 그동안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주장해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도 "영국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영국 의회가 군사적 행동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명확하다, 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현재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을 조사 중인 UN 조사관들로부터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좀 더 기다리자는 야당인 노동당의 수정안 역시 332 대 220으로 부결 시켰다.

캐머런 총리 "이것은 이라크와 다르다" 호소했지만...

2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하원 의원들에게 시리아 제재안에 동의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하원 의원들에게 시리아 제재안에 동의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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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는 이날 여름 휴가 중인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시리아 사태에 영국이 개입할지에 대한 토론과 표결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정보당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화학공격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을 계속할 것"이라며 "인도적이고 합법적인 개입"을 호소했다고 BBC가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만약 국제사회가 대응에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지난 수십 년간 화학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들인 공이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며 "100년의 터부가 깨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라크 전쟁 실패로 인한 영국 의회의 '트라우마'를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이것은 편을 갈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침략이 아니다. 이것은 시리아 정권을 교체하거나 반군과 더 가깝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거대한 규모의 화학무기 사용과 전쟁 범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이것은 이라크와 다르다."

하지만 이날 캐머런 총리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100%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해, 이라크 전쟁의 악몽을 또다시 떠오르게 했다. AP 통신은 미 국가 안보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1일 화학공격에 직접 연루됐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없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이 감청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들이 아사드가 화학 군수품을 쓰라고 직접 명령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

미 안보 관계자들과 동맹국 관계자들은 화학무기를 사용하기로 한 최초의 결정이 가장 높은 단계인 시리아 정부라기 보다는 현장 사령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고 AP는 보도했다.

미 관료 "영국 의회 결정 존중...단독 행동 할 수도"

이번 주 초만 하더라도 영국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UN의 동의 없이 시리아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8일 야당인 노동당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동당 대표 에드 밀리밴드는 정부에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동의절차를 구하는 것과 함께 아사드 체제가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라는 보다 명확한 증거를 요구했다.

노동당뿐 아니라 자유민주당,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군사적 행동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자 캐머런 총리는 UN 안보리에 시리아 제재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는 한편, UN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의했다. 또한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기 전 의회 표결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보도 10년 전 이라크 전쟁처럼 제한된 공격으로 시작된 군사적 행동이 영국을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불식 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영국 런던경제학교(LSE) 토니 트레버스 교수는 "캐머런이 정치적으로 잘못 계산했다"면서 "의원들을 긴급 소집할 때부터 야당뿐만 아니라 보수당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요 동맹국이 갑작스럽게 군사적 개입에서 빠지게 되면서 미국은 난감해졌다. CNN는 미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단독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미 정부는 전날 동맹국과 UN의 지지 없이도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영국 의회의 동의안 부결 이후, "우리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대응 방식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은 29일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 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 의회에 시리아 공격에 대한 브리핑을 연다. 이 자리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어떠한 증거가 공개될지 주목된다.

한편, 28일에 이어 29일에도 열린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비공개회의는 또다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태그:#시리아,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아사드, #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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