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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매표소 앞에서...
▲ 목포에서... 여객선매표소 앞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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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부터 비가 내린 걸까. 땅은 제법 젖어있고 어둠 속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주버님이 운전해서 옆지기의 고향에 가는 길이다. 양산을 벗어나 부산에 있는 시누까지 싣고서 고속도로 위로 차를 올렸다. 새벽 3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부산을 거쳐 고속도로 위로 차를 올리니 꽤나 시간이 지났다. 조금 못 가서 바깥을 보니 땅은 말라 있다. 남순천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어느새 오전 6시 50분이다.

일찍 출발했으니 도로 막힘도 없고 마음도 여유롭다. 전라도 영암을 지나면서 보니 월출산이 멀리 조망된다. 우뚝우뚝 치솟은 암봉들로 이뤄진 월출산은 척보아도 알겠다. 서영암 톨게이트를 지난다. 이정표에는 목포까지 19km라고 적혀 있다. 드디어 목포시에 진입, 오전 7시 55분이다. 반도 끝자락에 자리잡은 목포 시내 안으로 들어선다. 낡고 오래된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다.

목포항을 벗어나...
▲ 장산도 가는 길... 목포항을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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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평생에 처음으로 목포와 대면한다. 사람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맨 처음 첫걸음 한다는 것은 설렘과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것이, 늘상 생활하는 한정된 거주지와 생활공간 일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것 같다. 얼마나 제한된 구역에서 제한된 생각과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나 싶다. 보고 또 보아도 눈은 족함이 없다지만 새삼 좁은 지구촌에서 좁디좁게 살아간다 생각이 든다.

목포항여객선터미널 앞에 도착. 오전 8시 10분이다. 목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장산도 가는 표를 끊었다. 장산도 축강선착장에 도착하면 고향집이 가깝다는데 마침 축강 가는 배는 없고 북강까지 가서 돌아가야 한단다. 세 사람에게는 추억 여행이고 나에겐 장산도 첫 여행이다. 축강 가는 배표를 끊었지만 아직 배가 떠나는 시간은 좀 기다려야 했다. 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배 시간이 되어서 승선했다.

배 위에서...
▲ 장산도 가는 길... 배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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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뱃길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장산도는 어떤 섬일까. 크고 작은 섬들이 1004개나 있어 일명 천사섬이라고 불린 다는 섬이 자못 궁금해졌다. 몇 개월 전에 친척들이 다가오는 추석엔 우리가 벌초를 해야 한다며 벌초하러 오라고 해서 가는 것이지만, 벌초를 핑계로 고향친척들과 고향마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옆지기가 어린시절에 목포에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섬 중의 섬, 섬 섬에 살았다니 그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중학교 때 고향을 떠나왔다는 그이는 이따금 고향이야기를 하긴 했었다. 어린시절 다녔던 교회 장로님이 무척이나 좋아하고 챙겨 주신 얘기하며 새벽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 갔던 이야기 등. 그래도 그가 살았던 곳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좋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나고 자란 마을과 산천과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 장산도 가는 길... 하늘은 맑고 푸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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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랄드 빛 바다...
▲ 장산도 가는 길... 에머랄드 빛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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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랄드빛 바다와 맑고 푸른 하늘 흰 구름, 최상의 날씨였다. 이곳 바다빛은 제주도와 울릉도에서 봤던 바다빛과는 또 다른 표정이었다. 맑고 고운 에머랄드빛 바다를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보니 차츰 크고 작은 섬들이 보였다. 어디든지 이토록 육지와 먼 먼 섬섬마다 사람들이 땅을 의지해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크고 작은 섬 섬마다 사연들을 품고 있겠지. 섬의 희노애락을. 가깝고 먼 섬들이 바다 가장 자리마다 바다에 떠 있었다.

한 두 시간쯤 왔을까. 드디어 장산섬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차량들을 토해냈다. 이어서 사람들이 내렸다. 북강 선착장에 내려서보니 선착장 바로 앞 바다 앞에 크고 넓은 돌 판에 장산도라고 새겨져 있다. 그 위에는 조금 더 작은 글씨로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장산'이라고 적혀 있다.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장산이라...그렇구나. 고향이란 사람들 가슴 가슴에서 숨쉰다.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은 먼 육지나 이국으로 나가 살아도 장산섬은 그들 가슴 가슴마다에 들어 있고 그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쉰다.

...!!!
▲ 장산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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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던 옆지기의 고향섬.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세 사람은 오랜 만에 고향 섬을 밟아보는 것이 얼마만이냐며 들떠 있다. 그들만의 세상, 그들만의 추억이야기다. 그들만이 향유했던 시간의 흔적들이기에 내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추억의 시간과 공간이다. 그들만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장산섬에서의 추억이다. 이제 그 추억여행 속으로 들어간다. 이 섬에 첫 걸음 옮기는 내게는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면서 함께 한 이들과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진행형의 여행이다.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장산섬"에 도착해 아주버님이 차를 운전하고 우리는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추억, 내가 공유할 수 없고 접근할 수 없는 처음 보듯 신기한 듯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느라 바빴다. 9월의 햇살은 반들거리는 들과 산과 논밭을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여놓고 있었고 바람에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들의 춤사위 위로 햇살이 미끄러졌다. 아득하게 펼쳐진 논밭은 유독 고추밭 콩밭이 많다. 가물가물하도록 길고 긴 고추밭고랑에 고추들이 빨갛게 익었다. 저 고추밭에 고추 한 번 따려면 한 고랑도 채 다 따기 전에 해가 저물어버리겠다.

목포에서 바다를 가르며 장산도에 도착...
▲ 장산도... 목포에서 바다를 가르며 장산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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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와보니 고향 마을 찾기도 어려운가 보다. 축강에서부터 출발해 마을로 가는 길도 몇 번을 헤매다 겨우 찾았다. 고향에 와서 고향마을을 찾느라 헤매는 것이 어이없는지 세 사람은 폭소를 터뜨렸다. 몇 호 안 되는 마을 집들과 마주보는 교회 사이로 큰 도로가 생겨서 낯설어 보였던 모양이다. 예전엔 사람들도 제법 많아 집들도 꽤 많았다는데 지금은 몇 가구 살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드디어 옆지기의 고향마을에 도착했다. 그에겐 추억여행, 나에게는 새로운 여행...그리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여행이다.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두 손을 한가운데에/ 모으고/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람을 묵상하는/ 저 섬은." -(문태준 시/'섬')


태그:#장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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