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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 아빠와 어린 딸이 모어런던 6구역에 있는 한 빌딩 앞을 지나고 있다.
 '2013 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 아빠와 어린 딸이 모어런던 6구역에 있는 한 빌딩 앞을 지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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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현지 시각으로 15일 정오 무렵, 바람은 거셌고 비도 간간이 내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런던시청사가 있는 모어런던 템즈강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이 걸음을 재촉한 까닭은 지난 6일 개막한 '2013 템즈 페스티벌(Mayor's Thames Festival)'이 열흘 동안의 막을 내리기 때문.

템즈 페스티벌은 원래 최고의 기사(騎士)를 뽑는 대회였다고 한다. 물론 중세시대의 이야기다. 근래 템즈강 일대에서 열리는 '템즈 페스티벌'은 '멀티 예술축제'다. 멀티 예술축제인 템즈 페스티벌은 1997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템즈강을 횡단하면서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한 템즈 페스티벌이 올해 17회째를 맞았다. 대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강을 주제로 한 축제치고는 역사가 짧은 편. 그러나 축제의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템즈 페스티벌은 '템즈 페스티벌 트러스트'가 주최하고 런던시와 잉글랜드 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축제에 참여하는 이가 런던과 해외에서 약 9000명에 이른다. 작년에만 80만 명이 축제를 다녀갔다.

축제 프로그램은 해마다 바뀐다. 올해는 유료와 무료를 합쳐 32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32개 프로그램 중 주최 측이 공을 들인 두 개의 프로젝트에 특히 눈길이 갔다.

색깔이 분명한 축제...수많은 이 다녀가도 소란스럽지 않아 

전 세계 2000명의 중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세계의 강' 프로젝트. 한국의 6개 중학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2000명의 중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세계의 강' 프로젝트. 한국의 6개 중학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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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템즈 페스티벌' 폐막일인 15일 진행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템즈강을 왕복하는 것.
 '2013 템즈 페스티벌' 폐막일인 15일 진행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템즈강을 왕복하는 것.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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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세계의 강들(Rivers of the World)' 프로젝트. 런던에 있는 36개의 학교와 해외에 있는 파트너 학교 학생들이 해마다 강을 주제로 공부하고 그 결과물을 그림이나 회화, 사진 등으로 만들어 축제 기간에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영국 런던과 방글라데시, 미국, 멕시코, 파키스탄 등 17개 나라의 중학생 약 2000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신서중, 용강중, 정원여중, 서울여중 등 6개 학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구의 미래세대인 세계 청소년들이 강을 모티브로 생태와 환경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작품을 통해 하나가 되는 멋진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어린이 합창단(Kids' Choir). 런던 시내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하나의 합창단을 꾸려 함께 노래하는 이 프로젝트는 2003년 처음 시작됐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해마다 런던 시내에 있는 13개 학교 혹은 15개 학교에서 온 약 600명의 학생들이 모여 합창단을 꾸린다"고 소개했다.

600명의 어린이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하모니는 '2013 템즈 페스티벌' 마지막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올해 어린이 합창단의 음악감독인 조나단 픽스(Jonathan Pix)는 '발견의 항해 Voyages of Discovery'를 합창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500년 전 인물인 헨리 8세의 노래와 이야기를 한 편의 노래극처럼 꾸며 관람객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템즈 페스티벌 폐막일인 15일에만 12개의 무료 행사와 12개의 유료 행사 등 모두 24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어떤 프로그램은 오전 10시에 시작했고, 또 어떤 프로그램은 오후 9시 30분에 시작했다.

그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수많은 이들이 다녀갔지만 요란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축제의 색깔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템즈 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수많은 축제들이 생각났다.

외지인들의 돈벌이 마당으로 전락한 한국의 축제

음악감독인 조나단 픽스의 신호에 맞춰 멋진 화음과 율동을 선물하는 런던의 초등학생들.
 음악감독인 조나단 픽스의 신호에 맞춰 멋진 화음과 율동을 선물하는 런던의 초등학생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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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템즈 페스티벌 폐막일을 장식하는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600명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템즈 페스티벌 폐막일을 장식하는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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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집계한 2012년 현재 한국의 축제 수는 758개. 비공식 축제 수를 감안하면 약 3000여 개에 가까운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고 한다. 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지역은 서울. 한 해 동안 서울에서만 113개의 공식 축제가 열린다. 공식 축제 수가 가장 적은 울산도 한 해 동안 11개의 축제를 치러냈다.

이들 축제를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문화예술형'이 32.7%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특산물형'이었는데 비율은 24.8%였고, '전통역사형'은 13.9%였다.

축제가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처럼 농경사회의 전통이 짙은 나라에서 축제는, 말 그대로 크게 하나 되는 자리였다. 노동의 풍요와 놀이의 신명과 결전의 투지가 합일되는 '대동(大同)'의 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열리는 한국의 그 많은 축제에서 대동의 기운을 엿보기란 쉽지 않다. 대동의 기운은 고사하고 축제마다 차별화된 특성을 찾아내기조차 힘들다. 그나마 브랜드화로 성공한 한국의 축제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어느 지역을 가나 비슷한 축제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을 질리게 한다. 심지어 지역 특산물 축제를 열어놓고 정작 생산자인 주민들은 들러리로 세워놓는 해괴한 사례도 많다. 축제가 외지인들의 돈벌이 마당으로 전락한 기막힌 꼴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참여'하는 축제는 찾기조차 힘들다. 그저 '참여형' 축제가 여기저기서 번죽거리고 있을 뿐.

영국 런던 템즈강 일대에서 벌어지는 잔치에 전 세계에서 9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잔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세계의 강'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청소년 약 2000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남의 나라 청소년까지 제 나라 축제의 주인공으로 참여시키는 축제. 특산물을 생산해낸 지역의 주민조차 들러리로 내쫓는 축제. 이 두 축제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축제인가.

'템즈 페스티벌' 퍼레이드에 참여한 여러 배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템즈 페스티벌' 퍼레이드에 참여한 여러 배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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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즈 페스티벌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템즈강 보호운동을 소개하는 '템즈 강어귀 파트너십'의 질 고다드 총괄국장.
 템즈 페스티벌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템즈강 보호운동을 소개하는 '템즈 강어귀 파트너십'의 질 고다드 총괄국장.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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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의 어린이들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템즈강 물결을 타고 흘러갔다. 그렇게 물결 흐르듯 런던 타워브릿지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부스를 보았다.

'템즈 강어귀 파트너십(Thames Estuary Partnership, 이하 TEP)'이 템즈강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안내하는 공간이었다. 부스에선 만난 질 고다드(Jill Goddard) 총괄국장은 "TEP는 민관협력기구로 8개의 단체와 지자체, 영국 환경청 등이 함께하고 있다"며 "템즈강어귀를 살리기 위해 주변의 주택이나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낚시꾼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활동을 소개했다.

TEP는 생물 다양성 액션 그룹, 수산 액션 그룹 등 7개의 행동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질 고다드 총괄국장은 "우리는 템즈 하구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과 함께 수산 자원을 보호하는 일도 하고 있다"며 "화학 및 바이러스 오염의 위협으로부터 어민들의 어업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관련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템즈강과 함께하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신명나는 참여의 축제를 템즈강과 함께 열고, 어떤 이들은 고약한 쓰레기를 치우며 템즈강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진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 하는 템즈강은, 참으로 행복한 강이다. 한가위 보름달 영글어가는 요즘, 한국의 4대강은 행복할까.

'템즈 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하는 돛단배를 위해 다리를 들어올리는 런던 타워브릿지.
 '템즈 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하는 돛단배를 위해 다리를 들어올리는 런던 타워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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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템즈강, #축제, #페스티발,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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