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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대.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군부대 토양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과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독성물질 등에 오염 됐음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 같은 오염을 확인하고도 즉각적 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오염 상태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와 화생방방호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부대 곳곳이 벤젠과 TPH(총석유계포화탄화수소류)·크실렌·톨루엔·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 등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은 백혈병과 골수종 등을 유발하고, TPH는 빈혈·백내장·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크실렌은 피부염, 톨루엔은 위장기능장애와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특히 BTEX은 유독성이 매우 강해 오염된 흙이 피부에 닿기만 해도 체내에 흡수돼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독성물질이다. TPH는 등유·벙커C유 등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생기고 BTEX는 휘발유에서 발생하는 물질이다.

진 의원은 "우리나라 군기지 토양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폐렴을 유발하는 크실렌 등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독성물질이 나왔다"며 "오염된 흙이 바람에 날리면 독성물질이 사람에게도 옮겨질 수 있어 우리 군인들과 군 부대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독성' 물질에 노출된 군부대... 국방부는 방치?

국방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군기지 토양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토양오염우려 기준이 초과된 것으로 나타난 부대는 42곳이다. 이 가운데 육군 부대는 26곳, 해군 부대는 7곳, 공군은 5곳, 해병대는 4곳이다.

문제는 2011년 이후 오염이 확인 된 부대에 대한 정화 작업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대다수라는 데 있다. 

특히 2011년 토양오염을 조사한 육군 연기 OOO여단의 경우 TPH 수치가 1만 752㎎/㎏로 검출됐다. 토양오염우려 기준치 2000㎎/㎏의 5배가 넘는다. 벤젠도 8.2㎎/㎏가 검출돼 기준치(3㎎/㎏)의 2.7배에 달한다. 크실렌의 경우 149.2㎎/㎏로 나타나 기준치(45㎎/㎏)의 3배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 조사한 육군 27사 OO대대는 TPH가 무려 4만 694㎎/㎏이 검출돼 기준치의 20배를 초과했다. TPH 오염 면적도 4080㎡에 달한다.

이처럼 오염된 군부대에 대한 정화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두 부대 모두 정화 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화 작업) 설계중'으로 처리돼 있다. 같은 기간에 오염도를 조사한 10개 부대 가운데 네 군데만 정화 작업이 진행되거나 완료됐고, 나머지 다섯 곳은 '설계중'으로, 한 곳은 부대 이전 계획으로 인해 정화 계획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진 의원은 "한 번 오염된 토양은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거니와 오염된 상태가 계속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된다"며 "토양오염이 확인됐음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화를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화 작업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돼 빠른 시일 내에 정화가 시작돼야 함에도 진행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실제, 국방부는 육군 27사 OO대대와 비슷한 정도로 오염된 육군 51사 O대대의 오염 정화 작업에만 2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정화 작업 돌입 후에도 육군 27사 OO대대 소속 군인들은 3년 여를 위험 물질 속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2012년에 조사한 부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육군 부대 12사 OO대대의 경우, TPH 수치가 2만1252㎎/㎏나 검출됐다. 기준치의 10배가 넘는다. 또한 해당 부대에서 벤젠은 기준치의 3배, 크실렌은 기준치의 15배가 검출됐다. 총체적 토양 오염이 확인된 것이다. 육군 제 0보급단의 경우 TPH는 기준치 5배, 벤젠은 3배, 톨루엔은 기준치(60㎎/㎏)의 4.7배, 크실렌은 2배만큼 초과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에 대한 정화 작업은 예산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방부는 "2014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화 작업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오염 발견 군부대는 5곳이나 된다.

국방부 "정밀조사 결과 오염확인 시, 정화공사 실시설계하고 있는 중"

국방부는 '정화를 위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서면 답변을 내놨다.
 국방부는 '정화를 위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서면 답변을 내놨다.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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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화생방방호사령부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군부대 토양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육군 부대 두 곳에서 BTEX 기준치 (20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TPH가 기준치를 초과한 곳은 25곳에 달했다.

2009년 정보사 ▷▷단과 △△△부대, □□□부대 등 사격장 인근에서 구리와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지만 국방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2년여 간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서면 답변으로 "토양오염도 조사 결과에 따라 정밀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 오염이 확인되면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설계 중'이라는 것은 정밀 조사 결과 오염이 확인돼 정화 공사 실시 설계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화를 위한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군 사격장 인근에 대한 오염 정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군 사격장은 지속적인 사격 훈련으로 인해 오염 정화가 용이하지 않다"며 "그러나 탄두회수대 설치, 사격 잔재물 회수 등 오염 방지를 위한 시설 설치 및 방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토양오염 실태조사와 정화이행을 위한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오염이 예상되는 곳을 현재 전수 조사할 수 없는 실정이며 토양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정화를 하지 못하고 방치된 곳도 있다"며 "토양오염 실태조사와 정화이행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 오염면적과 지하수 오염으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군 부대 오염, #벤젠, #발암물질, #토양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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