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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죄를 지었고, 국가가 그 대가로 당신의 얼굴과 이름, 주소, 범죄 혐의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면 어떨까?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범죄에 대해선 판결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범죄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한다.

지난 2003년 6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이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서 합헌 결정(2002헌가14)을 내린 전례가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는 법이 한층 강화되었다. 이전의 공개방식과는 달리 성범죄자의 세부정보(성명·나이·신체특징·사진·주소 등)를 인터넷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

헌재가 이런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확정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범죄 예방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범죄인을 하나의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한낱 범죄퇴치의 수단으로 취급하여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헌법재판소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2011헌바106)하였다.

이번 판결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판결과 함께 신상보 공개 명령을 선고 받은 김아무개씨가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비롯됐다. 앞서 김씨는 법원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하여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김씨가 직접 헌소를 신청한 것.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날 낸 결정문에선 7명의 합헌견해와 2명의 위헌견해를 판시했다. 헌법재판관 7명은 신상공개 제도를 인정하였다. 왜냐하면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①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 사회방위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②그 공개대상이나 공개기간이 제한적이고, 법관이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공개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으며,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③'아동·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하여 매우 중요한 공익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명의 헌법재판관은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①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대판 주홍글씨'이고, 수치형과 비슷해서 성폭력범죄 전과자에 대한 낙인이나 배타의식을 넘어 공개대상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 자체를 원천봉쇄한다고 주장했다. 또 ②죄 없는 가족들까지 함께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거나 그 생활기반을 상실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 ③공개대상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데 비해 그 범죄억지의 효과는 너무나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따라서 신상공개제도는 청구인의 인격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데 재판관 2명의 의견이었다.

양측 의견 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신상공개 제도만으로는 성범죄를 막을 순 없다. 성폭력범죄자에 맞는 심리치료프로그램의 강화와 맞춤형 교정프로그램이 운영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로 복귀한 성폭력범죄자들이 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과 같은 복지정책과 연계될 필요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3)이 있습니다.



태그:#헌법재판소, #신상공개 제도, #인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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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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