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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아이들 노래 메들리. 초등학교에서는 마지막 학예회입니다.
 6학년 아이들 노래 메들리. 초등학교에서는 마지막 학예회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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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릅니다. 막둥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엊그제 같은 데 6학년 생활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학교에서 학예회를 합니다. 5학년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하나님쯤'으로 생각하는 막둥이는 엄마가 오지 않아도 아빠는 반드시 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알고 "올해는 안 갈래"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막둥이 얼굴을 좌절과 슬픔 그 자체였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빠가 안 오면 어떻게해요."
"5학년 때까지 계속 갔으니까. 한 번쯤은 안 갈 수도 있잖니."
"……"
"아빠가 학예회 가면 좋겠어?"

"응."
"그래 막둥이 마지막 학예회인데 가야지."

"꼭 오셔요."

막둥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전교생이 리코더를 연주합니다. 전국대회에 나가 1등까지 했습니다. 막둥이는 대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우승하자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학예회 때도 1학년부터 6학년 전교생이 리코더를 하는데 대단했습니다. 그 이후 프로그램도 다양했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
 음악에 맞추어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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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면서 줄넘기를 했습니다. 난 노래도 잘 못 부르고, 운동도 잘 못하는 사람이기에, 어떻게 노래와 줄넘기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눈을 의심했습니다. 고백하면 2단 줄넘기를 잘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2단 줄넘기까지 했습니다.

학예회 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영어노래입니다. 막둥이 학교 학예회 때도 학생들이 영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영어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들을 보니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왜 꼭 영어 노래를 해야하는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3학년 아이들 영어노래
 3학년 아이들 영어노래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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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유치원생들의 '꽃씨' 공연이었습니다. 꽃씨가 꽃을 피우려고 하는 데 방해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방해를 뚫고 꽃을 피웠습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학예회를 통해 연습한 것들을 부모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생명을 알고, 생명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을 때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유치원 아이들...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꽃씨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유치원 아이들...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꽃씨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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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경남 진주이기 때문에 진주 전통문화가 소개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검무였습니다. 아내가 검무를 보더니 놀란 기색을 보였습니다.

"여보 아이들 칼춤 추는 것 보세요."
"위험할 것 같은데 잘 추네요."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에요. 자연스럽잖아요."
"당연하죠 연습 안 하면 동무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진주검무
 진주검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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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진주 전통문화인 '진주포구락무'(晋州抛毬樂舞)도 부모님들께 보여주었습니다. 진주포구락무는 진주부사를 지낸 정현석이 1872년 편찬한 '교방가요'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녹음기를 틀어주는 것으로 알았는 데 아이들이 직접 불렀습니다. 아내에게 면박만 당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직접 부르는 거예요?"
"그럼요."
"녹음된 노래를 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녹음된 노래와 직접 부르는 것도 구별 못해요?"

"잘 부르는데. 그런데 이거 교방문화 아닌가?"
"그러게요. 조금 불편하네요."


▲ 진주포구락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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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씁쓸했습니다. 교방문화는 곧 기생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남진주 북평양'이라고 할 정도로 진주는 기생문화가 발달했습니다. 1593년 조일전쟁(임진왜란)때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 든 논개도 기생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교방문화인 진주포구락무를 부르게 하는 것을 무조건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진주포구락무가 아니라 다른 진주전통문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막둥이 마지막 학예회는 즐거움과 아쉬움이 함께 했습니다.


태그:#학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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