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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의 유해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의 유해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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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갑작스레 사망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방사능 물질에 독살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스위스 로잔대 법의학센터가 아라파트 유해에서 채취한 늑골·골반 조직, 주변 토양을 조사한 결과 정상수치의 18~36배에 이르는 폴로늄-210(polonium-210)이 검출된 것으로 나왔다.

이날 로잔대 법의학센터가 발표한 108쪽 분량의 보고서는 "아라파트의 유해에서 자연 상태보다 높은 농도의 폴로늄이 검출됐다"며 "아라파트의 사망과 부검의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폴로늄 중독으로 숨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1969년부터 35년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의장으로서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이끌었던 아라파트는 1993년 9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6년 1월 20일 대통령 선거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첫 수반으로 선출되었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로 2001년부터 사실상 이스라엘군에 의해 정부청사에서 구금된 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2004년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프랑스 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입원 2주 만에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혈행 장애로 인한 뇌졸중이었으나 이스라엘의 독살설, 에이스 보균설 등 다양한 음모론이 나왔다.

그의 부인 수하 아라파트가 부검을 원치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아라파트가 사망 당시 입었던 옷에서 폴로늄이 검출됐고, 유족과 팔레스타인은 아라파트의 유해에서 채취한 조직 샘플을 스위스, 프랑스, 러시아 등 외국 연구진으로 보내 조사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 '찬물'

조사 시작 1년 만에 나온 스위스의 보고서는 폴로늄-210 검출 결론을 내렸고, 앞서 러시아는 독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가 아직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번복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반면 프랑스는 아직 아무런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라파트의 유해에서 검출된 폴로늄-210은 대소변과 땀을 통해 접촉될 수 있으며 음식과 담배에서도 극소량이 존재한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이 인체에 들어올 경우 치명적이다.

반체제 활동을 벌이다가 2006년 영국에서 급사한 전 러시아 정보부 직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사인도 폴로늄-210 중독으로 지목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물질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치사량에 이르는 폴로늄-210에 노출시키려면 전문적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와셀 아부 유세프 PLO 상임위원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개인이 아닌 정부에 의한 암살"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폴로늄이 검출됐더라도 원인을 알 수 없고 조사의 객관성도 믿을 수 없다"며 "이제 와서 아라파트 사인을 조사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기 때문"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어렵게 재개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국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미국도 아라파트의 독살설이 다시 불거지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태그:#야세르 아라파트, #폴로늄-210, #독살,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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