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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건너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지난 4월 8일부터 225일간 매일 미사가 열렸습니다. 2009년 6월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후 4년 넘게 거리 투쟁 중인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였지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7개월 넘게 미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25일간의 미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형님, 대성이형, 이거 하나 먹고 가~. 다른 분들도 하나씩 드시고 가세요!"
"퇴근하는 동지들,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출근하는 동지들도 김밥 드시면서 힘내십쇼."

50대 남성의 걸걸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다. 지난 27일 오전 7시 30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는 한편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온 김밥을 판매했다.

쌍용차 해고자 및 가족 30여명은 27일 오전 쌍용 자동차 정문에서 김밥 판매와 함께 복직 투쟁을 이어갔다.
 쌍용차 해고자 및 가족 30여명은 27일 오전 쌍용 자동차 정문에서 김밥 판매와 함께 복직 투쟁을 이어갔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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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서 225일간 열린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아래 미사)'는 끝났지만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간 대한문과 평택 공장을 오가며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워온 해고자들은 "미사를 통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함께하겠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좋은 소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형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은 "공장 안 노동자들은 급격히 늘어난 생산량으로, 공장 밖 해고자들은 복직 투쟁으로 고생 중"이라며 "언제까지 노동자들만 안팎에서 고생해야 하나, 하루빨리 현장(공장)에서 웃으며 같이 일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도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그게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판 김밥은 해고자 등 30여 명이 전날 평택 공장 인근 '와락센터(쌍용차 해고자·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에서 직접 만든 것이었다. 27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밤을 새워 만든 김밥 480개는 약 30분 만에 동이 났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근로자에게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근로자에게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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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들은 전날 심리치유센터인 '와락'에 모여 출근길 선전전에 사용할 김밥을 직접 만들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전날 심리치유센터인 '와락'에 모여 출근길 선전전에 사용할 김밥을 직접 만들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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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와락센터에서 만난 박호민 선전부장은 "해고자들과 공장 노동자들이 서로 반목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평택으로 내려오면서 공장 안 사람들과 술자리도 자주 하는 등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은 해고자의 손을 잡고 격려하거나 껴안으며 "잘될 거야, 힘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택 공장에서 자동차 정비 쪽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공장 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관리자들 눈치도 보이고 기업 내 노조 자체가 사측과 친한 편이어서 해고자들과 함께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올초 무급휴직자 등이 회사로 복귀하면서 이 사람들(해고노동자)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많이 알려줘 회사 내 공감대가 커지게 됐다, 요즘에는 해고자들이 빨리 회사로 들어와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과 함께 김밥 등을 판매하며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갑호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장은 "김밥을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가 목적이 아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젠 다 같이 함께 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공장 내 여론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사측이 결단을 내릴 차례"라고 덧붙였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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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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