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윤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진흥정책관이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윤현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진흥정책관이 10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의 수신료 인상안 강행 처리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KBS 수신료 '현실화' 방침을 놓고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진행해야 할 수신료 인상 문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며 KBS를 도우려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직접 손을 대는 정부의 태도가 자칫 KBS 보도 공정성·독립성 문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지난 10일 미래창조과학부(아래 미래부)·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 발표한 '창조경제 시대의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에는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 방침이 포함됐다. 정부가 14년 만에 미디어 생태계에 손을 댄 것과 다름없는 이번 계획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 방송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도 주요 계획 중 하나로 포함됐다. 그동안 KBS의 수신료 인상 요구를 지지한다는 정도로 입장을 밝혀온 정부가 이번에는 아예 종합계획안에 포함시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계획이 발표된 이날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가결했다.

"수신료 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 박근혜정부, 선 넘었다"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이러한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수신료 인상은 공론에 부쳐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할 사안이지 정부가 정책으로 밀고 갈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종합계획안의 주요 내용은 ▲'종합편성채널·유료방송 8VSB(지상파 디지털TV 전송 방식) 도입, ▲지상파 MMS(다채널 서비스) 허용, ▲지상파 의무 재송신 제도 검토 등이다. 주로 방송기술과 관련된 사안이다. 반면 KBS 수신료는 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이라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다른 계획들과 결이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국민 거부감이 큰 KBS 수신료 인상 방침을 종합계획안에 슬며시 끼워 넣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신료는 국민 정서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 진행해야할 사안이지 미래부 등이 독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가겠다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들은 수신료 인상이 사회적 합의 사안이란 점을 인지해 적극 추진하지 못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 선을 넘은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적극 나서 수신료 인상을 돕는 게 자칫 KBS의 보도 공정성·독립성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보도' 시비에 휘말린 KBS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지나친 대통령 동정보도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축소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 추천 이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공정성·독립성 방안이 제도화되지 않는 이상 수신료 인상 추진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발해왔다. 그런데도 이길영 KBS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정부의 종합계획안 발표가 나오자마자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인상안을 단독 표결했다. 이런 KBS가 과연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보도를 할 수 있냐는 게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구심이다.

추 사무총장은 "정부의 수신료 인상 방침이 KBS에게는 하나의 '당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상안이 방통위 검토와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눈치보기'식 보도를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전망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사무처장도 "청와대의 암묵적 동의가 없었다면 KBS 이사회는 인상안을 강행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종박방송'이라 불리는 KBS가 정권의 도움에 화답하기 위해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보도를 더 늘리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언론단체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도 불사"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여개 단체는 11일 오전 KBS 본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없이 날치기 처리한 수신료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여개 단체는 11일 오전 KBS 본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없이 날치기 처리한 수신료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종합계확안 발표와 수신료 인상안 의결 시점이 겹쳐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KBS와 협의해 수신료 현실화 추진 방침을 밝히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방적 추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KBS 수신료 문제는 콘텐츠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종합계획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하나의 로드맵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는 게 아니다, 수신료 문제는 최종적으로 국회 의결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수신료 현실화 방침이 보도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민언련 등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없이 날치기 처리한 수신료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KBS는 이미 정권의 '시녀방송'으로 전락해 공정성·중립성을 모두 잃은 지 오래"라며 "보도공정성 회복 등 방송정상화 없이 이번 수신료 인상을 강행할 경우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KBS 이사회에서 의결된 수신료 인상안은 이후 방통위에 제출되며, 방통위는 이를 검토한 후 60일 이내 의견서 등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최종적으로 국회가 인상안을 의결할 경우 '월 4000원'의 수신료가 확정된다.


태그:#KBS 수신료, #수신료 인상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