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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민주노총 1차 결의대회를 취재하던 취재진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 TV조선.
▲ 취재진 폭행에 화난 TV조선 28일 민주노총 1차 결의대회를 취재하던 취재진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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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민주노총이 주관한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10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성난 시위대에 주말 도심 한복판이 2시간 가량 점거됐다. 이날 결의대회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조계사, 민주노총, 민주당 건물로 각각 피신한 노조 지도부는 정부에 '대화'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코레일을 통해 '최후통첩'으로 대응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웠던 날씨도 철도노조를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꺾지 못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TV조선 취재팀이 봉변을 당했다. 성난 시위대는 이 방송의 취재를 거부했다. TV조선은 시위대에게 욕설을 듣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당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민주회복을 주장하는 분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라며 시위대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방송은 언론의 자유를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여 나갔다.

언론자유는 헌법상 권리로 누구라도 보호받아야 한다. 시위대에 의한 취재진 폭행은 민주사회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그런데 TV조선 취재진 폭행에 대한 인터넷 상 반응이 의외로 팽팽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폭행 시위대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동안 TV조선이 철도파업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보라'며 이 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도대체 이 방송은 철도노조 파업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철도노조 파업을 보는 조갑제와 이봉규의 시각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철도노조 파업을 '반정부 파업'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비판한 조갑제씨
▲ 노조파업은 '반정부 파업'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철도노조 파업을 '반정부 파업'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비판한 조갑제씨
ⓒ TV조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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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TV조선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시사토크 판>에 조갑제씨가 출연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노조의 파업을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파업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민영화가 아닌데 민영화라고 주장하며 돌입한 사기적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조씨가 정의한 철도노조 파업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하나는 법치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인 경쟁과 민영화를 무너뜨리기 위한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생계 파업이 아닌 반(反)정부 파업의 성격"을 보인다며 노조의 파업에 색깔을 덧씌우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말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념의 문제"라고 전제한 뒤 "좌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거짓말이 수단화 된다"고 언급한 뒤 "소신있는, 신념있는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이봉규 순간포착이 27일 철도노조원을 '황소개구리'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노조원의 7보 1배 사진을 보며 절하는 포즈도 '황소개구리' 같다고 말했다.
▲ 노조원 7보 1배 포즈는 '황소개구리 포즈?' 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이봉규 순간포착이 27일 철도노조원을 '황소개구리'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노조원의 7보 1배 사진을 보며 절하는 포즈도 '황소개구리' 같다고 말했다.
ⓒ TV조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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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27일 또 다른 시사프로그램인 <이봉규의 순간포착>에서도 '철도노조 파업' 관련 내용을 방영했는데 노조원을 '황소개구리'에 비유하는 등 철도노조를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는 코레일을 '생태계'로 정의하고, 철도노조 조합원들을 '황소개구리'로 묘사했다. 그는 현 시국을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이씨는 코레일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걷는 왼편으로 노조원 두 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을 들고 나왔다. 이씨는 왼쪽에 서 있는 노조원을 '황소개구리 두 마리'로 표현한 뒤 논란을 의식한 듯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에요, 난 두 분이라고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TV조선 역시 문제를 의식했는지 '본 코너는 출연자의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풍자코너로서 TV조선 취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씨는 7보 1배하는 노조원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절하는 포즈도 황소개구리 포즈"라고 비하했다. 사진 속 '지키자 국민철도'라는 문구에 흥분한 이씨는 "지키자 우리밥통, 지키자 성과급 해야지 왜 지키자 국민철도라고 하느냐"고 목청을 높이며 "국민이 황소개구리를 철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갑제, 이봉규씨 등이 출연해 철도노조에 대해 균형 잡히지 않은 시각을 방영한 것이 과연 보수세력이나 TV조선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의문이다. 이들이 철도산업이나 노사문제 관련 전문가였던가. 굳이 분류하자면 조씨는 은퇴한 언론인이고, 이씨는 정치학 박사 출신이다. 이씨의 방송에 대해서는 참다 못한 <국민일보>가 'TV조선, 도 넘은 풍자 논란'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사라지고, '마피아'만 남은 TV조선 방송

철도노조로부터 취재를 거부당하고, 노조로부터 정정보도 배상청구를 받은 TV조선. 뉴스에서 철도노조를 '철도마피아'로 명명하고 있다.
 철도노조로부터 취재를 거부당하고, 노조로부터 정정보도 배상청구를 받은 TV조선. 뉴스에서 철도노조를 '철도마피아'로 명명하고 있다.
ⓒ TV조선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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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시사토크 프로그램뿐 아니라 기자들이 취재하고 생산하는 뉴스 보도도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철도노조는 27일 철도 파업을 '철도마피아'가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TV조선 등에 대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청구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해 무수히 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있는데, 유독 TV조선을 비롯한 몇몇만 제소된 것이다.

지난 25일 이 방송이 보도한 '코레일 500명 채용 vs 노조 사태악화' 제목의 뉴스를 살펴 보자. TV조선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이 아닌 기자의 멘트로 "철도 마피아가 주도하는 노조는, 2주일간의 교육만으로 현장에 투입하는 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고 전한 뒤 "그것은 철도 마피아들의 집단 반발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코레일은 이번 불법파업은 더이상 명분이 없다며, 철도 마피아의 담합에는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왜 철도노조를 '철도마피아'로 보도하고 있는가. 이 방송에서는 지난 25일부터 '철도마피아'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철도마피아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의가 분명치 않다. 모회사인 <조선일보> 역시 25일에 철도마피아란 단어를 썼는데 신문과 방송의 '철도마피아' 개념이 상이하다. <조선일보>는 순혈주의를 언급하며 '코레일의 간부급'을 일컬어 철도마피아라 지칭한 데 반해, TV조선은 철도노조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기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을 보도하는 TV조선의 보도 태도에서는 기계적인 균형을 확인하기 어렵다. 해당 방송은 어느 순간부터 철도노조를 '마피아'로 명명하고 있으며,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편향된 평론가들의 입을 빌어 노조를 '황소개구리'로 비하하거나 '반(反)정부 세력'이라는 색깔을 입혔다. 이에 철도노조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과 배상 청구를 한 상태다.

지난 28일, 자사 취재팀이 시위대에게 욕설도 듣고 폭행까지 당했기 때문인지 TV조선은 화가 많이 난 듯 보였다. 주요 뉴스로 취재진 폭행을 보도했으며, 앵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러나 파업을 보도하는 접근방식에 대한 방송사 내부의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취재진 폭행이라는 엄중한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여론은 일방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철도노조를 '반(反)정부 파업 세력'으로 규정하고, '황소개구리'로 표현하며 비하한 것에 대해서는 방송사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해 보인다. 그 이후에야 '언론자유' 운운하는 이 방송의 문제제기에 귀 기울이는 여론이 늘어날 것이다.


태그:#TV조선, #취재진, #황소개구리, #이봉규,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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