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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토피아 표지
 넥스토피아 표지
ⓒ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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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기대를 가지고 산다. 예를 들면 작게는 내일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하는 기대, 크게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잘 쳤으면 하는 기대. 수없이 많은 기대를 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산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인생의 큰 요소이자 원동력이다. 기대라는 동력이 없다면 인생은 힘없는 것이 돼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 동력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현재는 없고, 현재보다 나은 것을 찾기 위한 기대만 존재하는 인생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로 운영되는 사회, 이를 기대사회라고 한다. 이 기대사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 책이 있다. 바로 <넥스토피아 –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이란 책이다.

기대보다 못한 삶

기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미 했거나, 벌써 일어난 일에는 흥미를 잃는다. 대신 곧바로 다음 할 일에 더 주목한다. 어제 기대했던 '그날'이 오늘이었듯이, 이제 오늘의 새로운 관심사는 바로 '내일'이다.
ㅡ <넥스토피아 –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 21쪽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지 그 기대를 그대로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기대보다 못하다'는 말은 거기서 나온다. 대부분의 것들이 기대보다 못하다. 기대는 최고의 이상을 인간이 가진 상상력으로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은 당연히 그것을 충족해주지 못한다. 기대보다 못한 현실을 사는 우리는 현실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현실을 살고 있는데 현실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섬뜩한 일이다. 미래나 과거는 모두 현재에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현재를 외면해버린다면 미래나 과거 역시 외면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어쩌면 기대에 메여 사는 것은 도리어 기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기대 중독을 조장하는 것들

기대는 삶의 원동력이지만 그 기대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면 인생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끝없이 기대를 하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그것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기대에 중독된 사람들은 현재에 관심이 없고, 기득권층은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

기업은 기대를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으로 삼는다. 출시될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언론을 통해 조금씩 흘린다. 사람들은 기대에 차 그 제품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인다. 기대가 최대로 고조될 쯤, 기업은 제품을 출시하고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 사실 제품은 소비자의 기대만큼 그렇게 엄청난 물건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금방 흥미를 잃고 새로운 기대를 찾는다.

가정으로 들어가 보자. 부모들은 자식에게 대학만 들어가면 좋은 날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대학만 들어가면'이라는 주문을 외운다. 학생들도 그것을 믿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들의 12년을 미래에 저당 잡힌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의 학창시절에 흥미를 잃고 만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취업'이란 신을 맹목적으로 좇는다. 대기업에 취업만 한다면 행복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는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저당 잡는다. 대학생들은 그 기대에 중독돼 끊임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스펙을 쌓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소진된 자신의 시간일 뿐 얻은 것은 크게 없다.

그리고 '멘토'라 불리는 기성세대는 대학생들의 기대를 이용해 자신들의 책을 팔고 강연을 판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청춘이 지난 뒤에는 행복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고 현재의 고통을 견디라고 조언한다. 꿈꾸는 다락방에서 꿈을 꾸라 조언하며 뒤로는 자신의 책을 판다. 그들이 말한 것에는 현재가 없다. 현재는 견뎌야하는 것일 뿐이다.

행복보다는 만족이다

행복은 빨리 지나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행복을 잡으려면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 결국 행복이란 한번 취하면 영원히 우리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추구하고 얻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결국,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레버 옆에 달라붙은 채 계속해서 이 레버를 누르다 죽어 버릴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권리라고는 하지만 끊임없이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인간에게 독이 될지도 모른다.
ㅡ <넥스토피아 –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 100쪽

앞서 인용한 것처럼 행복은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행복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멈춰서는 안 된다. 이런 구조를 이용한 것이 기대사회이고 기대사회는 현재를 소진시키면서 유지된다. 사람들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다. 혹시 최근의 힐링 열풍은 사람들이 기대사회에서 소진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35주 동안 1위를 한 책이 있다. 바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란 책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유행은 기대사회가 행복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멈추지 않고 달려가야만 하는 세상에서 조금의 안식을 얻기 위한 방법 치고는 참 작고 슬픈 것이라 느낀다.

<넥스토피아 –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은 본래 기대사회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기대사회에 대한 우려를 느꼈다. 오늘을 살지 못하고 내일만을 위해 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갑자기 영화 <아저씨>의 대사가 떠오른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는 오늘을 살 때, 그리고 오늘의 삶에 만족할 때 내일도 행복과 만족으로 충만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넥스토피아, 미래에 중독된 사람들

마이클 달렌 지음, 이은주 옮김, 미래의창(2013)


태그:#넥스토피아, #미래의창, #기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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