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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마을 포구 풍경. 포구를 벗어나면 바로 청정 가막만이다.
 소장마을 포구 풍경. 포구를 벗어나면 바로 청정 가막만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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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길을 지나 야트막한 재를 넘었다.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막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인정한 청정바다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 장지도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자그마한 포구엔 고깃배 서너 척이 바다 물결에 일렁인다.

지난 16일,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에 있는 소장마을 풍경이다. 8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가막만에서 홍합과 바지락, 새조개 등을 건져 올려 먹고 산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사철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주민들의 말처럼 '축복받은 땅'이다.

포구 바로 위에 '소장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랑하는 마을기업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홍합과 바지락, 피조개, 새조개 등 갖가지 조개류를 함께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억 원을 올렸다. 올해는 1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마을기업의 매출치곤 꽤나 많다.

'그림의 떡'이었던 가막만, 주민들의 바다 되기까지

소장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조개류를 채취하고 있다. 모두 바다가 키운 것들이다.
 소장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조개류를 채취하고 있다. 모두 바다가 키운 것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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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이 세척을 해서 나오는 홍합을 선별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세척을 해서 나오는 홍합을 선별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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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개류는 으뜸 대우를 받는다. 상인들이 무조건 가져간다. 주력 품목인 홍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수산물 인증을 받았다. 끓일수록 우러나는 뽀얀 국물이 일품이다. 주민들은 그 비결을 바다에서 찾고 있다.

"가막만이죠. 어디서나 흔히 보는 바다가 아닙니다. 미국식품의약국도 인정한 바답니다. 미국으로 패류를 수출하려면 2년에 한 번씩 식품의약국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전남에서는 고흥 나로도 해역과 이 가막만뿐입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수산물이죠. 긴 설명이 필요 없어요. 봄이면 남해안을 뒤덮는 패류 독소도 지금껏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으니까요."

조개류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에 한창이던 서창근(52) 소장공동체 대표의 말이다.

소장마을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3∼4년 전이다. 마을기업이 출범하고 주민들이 바다를 직접 경영하면서부터다. 마을기업이 설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막만은 주민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모두 외지인에게 임대해 주었다.

가난하고 노인도 많던 어촌마을에서 바다경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바다를 놀릴 수는 없는 일. 임대료라도 챙겨야 했다. 임대료로 주민들이 손에 쥔 돈은 1년에 가구당 고작 15만 원이었다. 바다가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것도 문제였다.

그물망에 담겨진 홍합. 가막만이 키운 홍합은 어디서나 으뜸 대우를 받는다.
 그물망에 담겨진 홍합. 가막만이 키운 홍합은 어디서나 으뜸 대우를 받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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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이 세척과 선별을 거쳐 껍질을 벗긴 홍합의 알맹이를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세척과 선별을 거쳐 껍질을 벗긴 홍합의 알맹이를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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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바다에서는 새조개가 나옵니다. 하늘이 준 마지막 선물이라는 조개예요. 이 새조개는 환경에 아주 민감합니다. 잘 크다가도 한순간에 폐사해 버리거든요. 그래서 평소 바다를 잘 관리해야 해요. 그런데 임대 받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갈수록 바다가 황폐화될 수밖에 없었죠. 수확량도 갈수록 떨어지고. 바다를 이렇게 둬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어촌계장을 겸하고 있는 서창근 대표의 말이다.

뜻있는 어촌계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마을에서 함께 운영해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게 바다를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어촌계원들도 동의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은 울력으로 출자금을 대신했다.

부녀회는 바지락을 캐서 힘을 보탰다. 때마침 마을기업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마을기업 '소장공동체'의 출범 배경이다.

마을주민이 스티로폼 상자에 홍합을 담아 포장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스티로폼 상자에 홍합을 담아 포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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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주민들이 직접 바다경영에 나섰다. 양식장을 만들고 채취선과 채취기도 샀다. 덩달아 일자리도 생겼다.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자체 규약을 만들었다. 규약을 두 차례 이상 위반할 땐 어촌계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매달 두 차례 바다청소에도 나섰다. 바지락, 해삼, 장어, 숭어 등 작은 것은 잡지 않기로 했다.

소장공동체는 올해 패류 가공에도 나설 계획이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냉동시설도 확보할 계획이다. 전화 주문을 통한 개인 직거래도 시작했다. 2월부턴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도 할 예정이다.

건조되고 있는 홍합.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다.
 건조되고 있는 홍합.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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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합, #소장마을, #소장공동체, #마을기업, #가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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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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