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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대세다. 어딜가나, 온-오프라인 등을 막론하고 들려오는 소리가 '힐링'이다. TV 프로그램에서부터, 베스트셀러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지나친 경쟁사회 속에서 지친 이들을 위로하며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주는 '힐링'의 전도사들, 분명 그들의 등장은 사회가 갈수록 빠르게 움직여지고 복잡화 되는 경향성 속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일지 모른다.

처음 그들을, 그들의 말을 들을 때 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힐링, 말은 좋다. 그런데 과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 의미가 있나?'. 토드 부크홀츠의 <러쉬!>는, 그러한 나의 막연한 의문을 확실히 찔러 분해해준 책이었다.

행복은 휴식과 여유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그 역시 <러쉬!>를 쓰기 전, 현대 사회에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류의 글을 쓰려했다고. 하지만 그러한 종류의 글을 쓰며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 그것이 전혀 현실에 도움이 되지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180도 방향을 바꾸어 <러쉬!>를 세상에 내놓았다. 휴식과 느긋함, 여가와 같은 가치들이 아닌, 도전과 경쟁, 그리고 성취를 인간이 추구하는, 추구해야할 본연적 가치로서 주장하는 도서를.

그는 책의 시작부 부터 오늘날 이른바 '힐링' 을 주장하는 이들을 '에덴주의자'라는 명칭을 붙여 공격한다. 존재하지도, 실존하지도 않았던 지난 세월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도전과 경쟁이라는 인간이 본연적으로 성취감과 긍정적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소재들을 배격하고 스스로를 나태하고 퇴보하게 만들 뿐인 진부한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로서.

생각해보면, 경쟁이라는 가치를 공격하며 이를 현대 사회의 병폐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은 하나같이 과거의 세월을 그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렸고, 기대수명이 훨씬 짧았으며, 땅에, 타인에 훨씬 더 부정적으로 얽매인 삶을 살아왔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과거를 보는 다른 눈이라도 있는 것일까?

부크홀츠의 주장은 현대 과학의 연구 성과와 크게 연관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설득력을 가진다 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뇌 과학적으로 인간이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타인과 긍정적으로 경쟁하며 그 결과로서 어떤 일을 성취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행복을 얻는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가령, 우리가 미래의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리며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 뇌의 전두엽은 반응하며 신체에 행동의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고 한다. 이는, 경쟁이라는 가치가- 현실이 현실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 인류의 현실을 만들어 온, 이끌어온 주체임을 인식하게 해 준다. 더 낳은 미래를 향한 원동력이 없었다면 지금은 우리는 어떤 현실에 놓여 있었을 것인가?

'내몰린' 경쟁은 독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지만 이러한 글을 읽어가며 결코 머릿속에서 지우지 말하야 할 사실이 있다. 부크홀츠 역시 책 군데군데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지만 <러쉬!>에서 말하는 도전과 경쟁과 같은 가치들은,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 그들 사이에서의 경쟁은 노동은,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이기에 부크홀츠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치 및 케이스들과는 이질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점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경쟁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에 희열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어서, 누군가를 이겨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경쟁의 레이스는 개개인의 삶에 열정과 의미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아무런 의지도 없는 분야에, 그저 권태와 괴로움만 줄 뿐인 일들에 누군가가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면?

혹은 스스로 올라탄 경주마 위라 할지라도 그 위에서 영원히 내릴 수 없게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순간부터 경쟁은 지옥의 레이스가 되어버릴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원치 않는 경쟁,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현실에.

진정한 사회의 문제는 어디있는가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 책

토드 부크홀츠 저.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 <러쉬!> 토드 부크홀츠 저.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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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TV프로를 돌려보던 중 한 다큐멘터리에서 스칸디나비아의 한 어부를 인터뷰 하는 장면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어부는 자신의 마을에서 어부들 사이에서 누가 더 큰, 좋은 물고기를 잡느냐에 대한 경쟁이 늘상 이루어진다는 말과 함께, "경쟁이야 말로 인간의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늘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날로 지쳐가는 것은 타인과의 경쟁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일단의 진실만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라, 아무런 경쟁이 없는 삶을. 그런 삶이, 사회가 존재할 수도 없을 테지만, 설령 존재한다 해도 그곳에서는 권태와 나태만이 만연할 뿐일 것이다. 즉 '경쟁' 그 자체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아닌 셈이다.

<러쉬!>는 이러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줌과 동시에, 은연중에 진정한 문제는 왜곡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 구조에, 문화에 있음을 지적한다.

진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경쟁을 없애야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구호에 매달리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경주마들을 이끄는 왜곡된 경기장을 바꿀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명백한 사실은, 그러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도 동료들 사이에서의, 반대급부에 대해서의 '경쟁'이라는 현실과 가치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며,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인류 사회를 더 낳은 곳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에.


Rush 러쉬! - 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2012)


태그:#토드 부크홀츠, #러쉬, #경제, #자기계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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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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