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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신고서를 작성하여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28일 헌법재판소는 미신고 옥외집회·시위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2011헌바174)을 선언하였다.

사안을 살펴보면, 홍길동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한 채, 2010년 5월 10일 낮 12시 10분경부터 12시 40분경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말하게 해 달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각자 들고 6∼7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 방법으로 미신고 시위를 주최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소송 계속 중 '집회시위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면 형사처벌하는 법률에 합헌결정을 밝힌 헌법재판관 5명의 까닭은,
① 집회시위법의 사전신고는 경찰관청 등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협력의무로서의 신고이다. 집회시위법 전체의 규정 체제에서 보면 집회시위법은 일정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일반적·원칙적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으므로,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제도는 헌법상 사전허가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
② 신고사항은 여러 옥외집회·시위가 경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고, 질서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보이다. 옥외집회·시위에 대한 사전신고 이후 기재사항의 보완, 금지통고 및 이의절차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하여 늦어도 집회가 개최되기 48시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 지나치지 않다.
③ 미신고 옥외집회의 주최는 신고제의 행정목적을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하여 행정형벌을 과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면 형사처벌하는 법률에 위헌결정을 밝힌 헌법재판관 4명의 까닭은,
① 긴급집회에는 집회 계획시부터 집회 개최시까지 48시간이 남지 않아 신고시간을 지킬 수가 없어서 신고하지 않은 경우와 긴급한 사정으로 인하여 신고조차 할 수 없었던 경우도 포함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긴급집회에 대해 어떠한 예외도 규정하지 않고 모든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
② 집회에 대한 신고의무는 단순한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고, 그러한 협조의무의 이행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로도 충분히 확보 가능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징역형이 있는 형벌의 제재로 신고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신고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반하여 허가제에 준하는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③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자를 집회시위법상 금지되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익침해의 정도가 질적으로 현저히 다른 것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한 것이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법률에서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잠재적인 집회주최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집회의 주최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행정절차상 협력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사전신고는 금지통고와 결합하여 실질적으로 허가제 기능을 수행한다. 국회는 사전신고제도에 관한 개선과 특히 긴급집회의 허용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신설해서 집회의 자유를 옹글지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내게 힘이 되는 생활헌법(쫗은땅, 2012)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집회와 시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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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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