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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춘희 씨가 갓 밭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손 씨는 몇 해 전 충청도에서 전라도 여수로 삶터를 옮겨 왔다.
 손춘희 씨가 갓 밭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손 씨는 몇 해 전 충청도에서 전라도 여수로 삶터를 옮겨 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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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엔간하면 참잖아요. 궁금해도 물어보지 않고. 저는 안 그래요. 물어보는 데 선수에요.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풀어야 해요. 누구한테 물어봐서 답을 얻든지, 아니면 발품을 팔든지. 저의 그런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손춘희(60·전남 여수시 돌산읍 서덕리)씨의 얘기다. 귀농해서 무난히 정착한 비결을 물은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였다.

손씨는 남편(장영인·61)과 함께 지난 2010년 말 귀농했다. 충남 보령에서 살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진 빚을 모두 갚은 뒤였다. 지금은 밭 6600㎡에 갓과 방풍나물, 돼지감자를 재배하고 있다. 하우스 2동(660㎡)에 쌈채와 대파, 양파도 가꾸고 있다.

손춘희 씨가 가꾸고 있는 돼지감자밭. 길다랗게 뻗은 작물이 돼지감자다.
 손춘희 씨가 가꾸고 있는 돼지감자밭. 길다랗게 뻗은 작물이 돼지감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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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돼지감자. 갓과 함께 손씨에게 쏠쏠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이다.
 흙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돼지감자. 갓과 함께 손씨에게 쏠쏠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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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요. 몸으로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고요. 저희는 귀농의 목적을 조화로운 삶에 뒀거든요. 10년 동안 준비 했어요. 이것저것 다 따져봤죠. 막연하게 시골생활을 동경해서 왔다면 아마 석 달도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손씨가 귀농 성공의 비결로 꼽은 첫 번째 이유였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는 것이다. 귀농할 곳으로는 연고지를 골랐다. 다른 지역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믿어서다.

귀농을 결심하고선 농업기술센터를 제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 알토란 같은 귀농정보를 거기서 다 얻었다. 전남도의 귀농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정보 수집에 큰 도움이 됐다. 귀농인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 견학이나 강연회도 수없이 쫓아 다녔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손춘희 씨가 심혈을 기울여 담근 김치다.
 돌산갓으로 담근 갓김치. 손춘희 씨가 심혈을 기울여 담근 김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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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해선 지역 특산품인 갓을 재배했다. 당시 마을이장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 갓으로 김치를 담갔다. 하지만 갓김치를 담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시어머니가 담가 준 김치만 먹은 탓이다. 여러 차례 강습을 받았지만 어려웠다. 짜고 맵고 또 싱거워서 버린 게 부지기수다. 김치의 간을 보면서 너무 많이 맛을 봐 속도 쓰렸다.

손씨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갓김치의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교회 신도들의 도움이 컸다. 돌산 갓김치요리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다. 갓김치가 조금씩 팔리면서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게 늘어났다.

"귀농한 지 3년 넘고 4년째 접어들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쌀 한 톨 사먹지 않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이 가져다 줬어요. 이 분이 한 포대, 저 분이 한 포대…. 자고 일어나서 집앞에 나가보면 먹을거리가 쌓여있는 것도 여러 번이었어요."

손씨는 이를 두고 일상에 적용한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했다. 그녀는 귀농해서 늘 이웃과 나누며 살았다. 해산물을 얻어오면 마을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토마토가 들어와도 나누고 감자도 나눴다. 이웃은 물론 친지와도 그렇게 했다.

손춘희 씨가 밭에서 방풍나물을 솎고 있다. 여수는 방풍나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손춘희 씨가 밭에서 방풍나물을 솎고 있다. 여수는 방풍나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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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감자. 손춘희 씨가 수확해 씻은 것이다.
 돼지감자. 손춘희 씨가 수확해 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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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두 번으로 끝난 게 아니다. 꾸준히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마을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금은 마을사람들 모두가 서로 나누며 살고 있다.

그녀의 나눔 철학은 고객들한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손씨는 주문 들어온 갓김치를 보낼 때마다 다른 먹을거리를 덤으로 보낸다. 고객들도 좋아했다. 재작년 여수엑스포 땐 고객들을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무료로 먹여주고 재워 주었다.

"투자라고 생각해요. 지금 어렵다고 투자 안 하면 안 되거든요. 계속 투자를 해야죠. 저는 고객과의 만남을 20〜30년 뒤까지 생각합니다. 나이 80 넘어서 제가 된장 고추장을 담가도 그 분들이 찾도록 말입니다. 앞으로는 예비 귀농인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어요. 저희 집을 체험농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소년가장이나 다문화가정을 도울 방법도 찾고 있어요."

손씨는 귀농인들이 농촌에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살길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나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그녀가 오늘도 바쁘게 사는 이유다.

여수 돌산도에 있는 손춘희 씨의 집. 갓 밭과 어우러져 있다.
 여수 돌산도에 있는 손춘희 씨의 집. 갓 밭과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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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손춘희, #돌산갓, #돼지감자, #귀농, #승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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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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