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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오색연등이 삼청교에 걸렸습니다. 우화각(羽化閣) 밑으로 시원한 물이 흐릅니다. 물빛이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습니다.
▲ 연등 오색연등이 삼청교에 걸렸습니다. 우화각(羽化閣) 밑으로 시원한 물이 흐릅니다. 물빛이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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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연등이 삼청교에 걸렸습니다. 우화각(羽化閣) 밑으로 시원한 물이 흐릅니다. 물빛이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습니다. 날개 돋아 신선된다는 우화각에서 신선처럼 하늘은 못 올랐지만 아름다움 보는 눈은 얻었습니다. 한걸음 내딛어 대웅전을 봅니다. 대웅전 앞마당도 오색빛깔이네요.

이 절집, 참 화려하네요. 절도 환하지만 절집으로 향하는 길도 아름답습니다. 길가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굵은 벚나무가 도로 양편에서 손을 맞잡고 하늘을 가립니다. 멋진 꽃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 속도가 저절로 줄어듭니다. 적당히 휘어진 찻길 위로 흰 꽃들이 떨어집니다.

환상적인 길을 뚫고 자동차가 지나갑니다. 그 뒤를 흰 꽃잎이 따릅니다. 지난 5일, 식목일 아침입니다. 느지막이 아침을 챙겨먹고 길을 나섭니다. 이 계절이면 온갖 꽃들이 활짝 핍니다. 특히, 벚꽃이 절정이죠. 때문에 봄맞이 꾼들이 온 산과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세 아들과 저는 복잡한 곳을 피해 전남 순천 송광사로 길을 잡았습니다. 도립공원인 조계산 자락에 자리한 송광사, 꽤 유명한 절입니다. 이 절은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한곳입니다. 불교에는 불(佛), 법(法), 승(僧)이라는 세 가지 보배를 귀하게 여깁니다.

꽃길 끝없이 펼쳐진 벚꽃 터널 보며 아내와 세 아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 꽃길 끝없이 펼쳐진 벚꽃 터널 보며 아내와 세 아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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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송광사 가는 길,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벚꽃 송광사 가는 길,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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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스케이트 하마비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벗기로 한 세 녀석, 절집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휘젓고 다녔습니다. 큰 스님 죄송합니다.
▲ 인라인 스케이트 하마비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벗기로 한 세 녀석, 절집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휘젓고 다녔습니다. 큰 스님 죄송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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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벚꽃 터널, 세 아들이 탄성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는 불보사찰입니다. 부처의 말씀 기록된 대장경을 모신 곳이 해인사인데 이 절은 법보사찰로 꼽힙니다. 또,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입니다. 오늘은 그중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둘러볼 참입니다.

송광사 가는 길, 멋있습니다. 길가에 핀 벚꽃이 볼만합니다. 이 길에는 1991년 완공된 주암호가 있습니다. 주암호는 주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호수인데 물길 따라 자동차 도로가 뻗어 있습니다. 그 길가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벚꽃 터널 보며 아내와 세 아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쏟아지는 감탄사를 쉴 새 없이 들으며 차를 몰다보니 어느새 송광사 입구입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세 아들이 자동차 뒤 화물칸으로 쫓아갑니다. 세 아들이 집에서부터 챙겨온 인라인 스케이트를 꺼냅니다. 방정맞게 절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탈 모양입니다. 아내가 뜯어 말려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세 아들은 요즘 인라인 스케이트 타는 맛에 푹 빠졌거든요. 아내의 핀잔에도 세 녀석은 막무가내입니다. 이 녀석들, 산책을 나서도 꼭 그 신발을 집어 듭니다. 녀석들은 어딜 가나 바퀴달린 신발을 가지고 다닙니다. 혹시 인라인 스케이트 탈 만한 곳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죠.

붉은 꽃 노란 꽃과 붉은 꽃이 길모퉁이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 붉은 꽃 노란 꽃과 붉은 꽃이 길모퉁이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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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삼청교 건너편에 오색연등 매단 조그마한 돌다리 입구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가 돌다리 건너는 젊은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생각 삼청교 건너편에 오색연등 매단 조그마한 돌다리 입구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가 돌다리 건너는 젊은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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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다음달 6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이 오색빛깔입니다.
▲ 대웅전 다음달 6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이 오색빛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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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 밑을 흐르는 맑은 물, 연등에 비쳐 곱게 빛납니다

송광사 가는 길은 인라인 타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길이 울퉁불퉁 하지도 않고 적당히 넓습니다. 하여, 이 녀석들은 눈을 빛내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려고 떼를 씁니다. 도리 없습니다. 결국 절집 입구에 있는 하마비(下馬碑)까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기로 아내와 타협을 합니다.

절집으로 향하는 길, 노란 꽃과 붉은 꽃이 길모퉁이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지천에 핀 꽃들 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삼청교입니다. 삼청교 건너편에 오색연등 매단 조그마한 돌다리가 있습니다. 돌다리 입구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가 돌다리 건너는 젊은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돌다리 건너는 사람들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을까요? 저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할머니 등 뒤로 삼청교가 보입니다. 그 밑을 흐르는 맑은 물이 연등에 비쳐 곱게 빛납니다. 다음 달 6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승보종찰 송광사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미리 연등을 달았습니다. 때문에 활짝 핀 꽃과 오색연등이 어우러져 오랜만에 조용한 절집이 화사합니다. 송광사는 큰 절집답게 건물도 여러 채 있습니다. 귀한 보물들도 많더군요. 하지만 이 모든 볼거리보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하마비 예의 없이 온 절을 스케이트 타며 헤집고 다니는 세아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혹시, 큰 스님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불호령이라도 내리면 어찌하나 하는 마음뿐입니다.
▲ 하마비 예의 없이 온 절을 스케이트 타며 헤집고 다니는 세아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혹시, 큰 스님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불호령이라도 내리면 어찌하나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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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전남 순천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입니다.
▲ 송광사 전남 순천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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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도 아이들이 시간의 흐름에 민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들에 핀 꽃 보고 향기 맡으며 나름대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 득도 아이들이 시간의 흐름에 민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들에 핀 꽃 보고 향기 맡으며 나름대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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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비(下馬碑) 지나친 세 아들, 큰 스님 불호령 떨어지면 어쩌나

한편, 하마비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벗기로 한 세 녀석은 어찌하고 있을까요? 아뿔싸, 이 녀석들 하마비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예의 없이 온 절을 스케이트 타며 헤집고 다니네요. 간만에 나선 여행길이라 무례한 아이들을 붙잡고 큰소리를 내기도 마뜩찮습니다.

더구나 조용한 절집에서 아이들에게 면박 주느라 소리 지르면 그 또한 모양새가 좋지 않을듯합니다. 하여, 종횡무진 내달리는 아이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혹시 큰 스님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불호령이라도 내리면 어찌하나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렇게 조용하지만 화사한 절집을 실컷 구경하고 절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 초등학교 운동장이 보입니다. 세 아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 "아빠, 저기에서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가요." 절집에서 마음 졸인 탓일까요? 아이들 환호성에 거침없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차를 집어넣었습니다.

그곳에서 공도 차고 자전거도 탔습니다. 당연히 인라인 스케이트도 실컷 탔지요. 힘차게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을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무거운 책가방 메고 이곳저곳 옮겨다는 동안 시간은 훌쩍 봄을 지나 여름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축구 막내가 공을 향해 달립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 축구 막내가 공을 향해 달립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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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시간의 흐름에 민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들에 핀 꽃 보고 향기 맡으며 나름대로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세 아들에게 꽃구경 시켜주려면 문밖을 많이 나서야 하는데 한동안 삶에 무게에 눌려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아이들은 뒷전에 두고 제 살길만 챙겼습니다.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열심히 학교 오가는 아이들, 재밌게 뛰어놀 자격이 있습니다. 아이들 손잡고 종종 고즈넉한 절집도 찾고 바람 휘날리는 높은 산에도 올라야겠습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함께 땀 뻘뻘 흘리며 공도 차고 달리기도 해야겠네요.

그 모든 일이 아이들에게 세상 보는 눈을 키워주는 일이니까요. 송광사 삼청교 위에서 세 아들이 한동안 연등에 비친 물빛을 바라보더군요. 그날 비록 세 아들이 날개 돋아 신선되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보는 아름다운 눈을 갖기를 바랐습니다. 연등 매달린 송광사의 봄, 여느 관광지 못잖게 화려했습니다.


태그:#송광사, #삼청교, #우화각, #주암호, #인라인 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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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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