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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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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두 번째 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또 한 번 격돌했다. 여기에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합류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정태흥 후보 모두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고, 박원순 후보는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며 정몽준 후보의 개발공약에 날을 세웠다. 정태흥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정몽준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지난 26일 세 후보는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초청 '서울시장 후보자토론회'에서 맞붙었다. 지난 1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는 정몽준·박원순 후보가 첫 토론을 했고, 이날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국회 5개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 후보 자격으로 정태흥 후보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안전 문제부터 친환경무상급식과 개발공약, 정치 이념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몽준 - 박원순 : 개발공약, 친환경무상급식, 좌파-우파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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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사이 토론은 앞선 관훈클럽 토론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서울의 발전 방향을 놓고, 각각 '토목개발'과 '융복합산업'으로 갈렸다. 정 후보는 친환경무상급식 시행 과정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감사원 자료를 가지고 박 후보를 비판했다. 여기에 '좌파단체 불법지원'이라는 색깔론을 꺼내 들기도 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정 후보의 개발공약을 비판하며 그가 제기한 문제들을 반박했다.

정 후보는 서울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재건축은 멈추고 간선도로 공사도 중단됐다, 건설경기가 죽었다"라며 "서울시장이 대통령 위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기준으로 열다섯 군데의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 후보는 백지화된 용산개발사업을 두고 "서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라며 "단군 이래 최대사업인데 이 정도 우여곡절은 가능하다, 주민 뜻을 받들어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정몽준 후보의 공약은 토목개발 위주"라며 "토목건설로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의 개발 관련 민간자본 유치공약과 관련해서도 "민자 50조 원을 끌어오는 게 가능한가"라며 "민자 의존은 공공성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타요버스'를 교통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창조경제의 사례로 제시하면서 "서울의 성장동력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지식산업, 서비스산업, 엔터테인먼트 등을 융복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친환경무상급식 논쟁도 계속됐다. 정 후보는 "친환경급식은 고가의 농약급식"이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시내 867개 학교에 보급된 친환경농산물에서 유해농약이 검출됐다, 아이들이 비싼 돈을 주고 농약을 먹은 셈이다, 박 후보는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농약이 검출된 식재료는 학생들에게 공급되지 않았다"라면서 "매일 농약 잔류량을 검사하고 있고, 전량 폐기됐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감사원에게도 행정상 주의 당부 사항이었을 뿐이지 이런 문제를 지적받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두 후보는 정치이념을 놓고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국립보건원 부지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십 개 좌파단체를 수의계약으로 입주시키고 수십억 원의 운영비까지 편법으로 특혜를 줬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우파 단체들도 함께 입주해 있다"라며 "여기는 세계적인 창업 혁신 단지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좋은 단체들이 들어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 이런 이념공세, 색깔론을 이해할 수 없다, 서울시장은 모든 사람의 시장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 정태흥 : 현대중공업 산업재해, 반미청년회, SOFA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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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와 정태흥 후보 사이 토론은 서울시장 직무와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으로 진행됐다. 정태흥 후보는 정몽준 후보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은폐의혹을 제기했고, 정몽준 후보는 이념 공세를 펼쳤다. 특히 정태흥 후보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재판과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를 맹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통합진보당의 낮은 지지율을 지적하며 후보자 토론 자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정태흥 후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두고 "산업재해가 비일비재하고 이를 은폐하려는 업체의 사업주가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라며 "영국에서는 '기업살인 처벌법'을 통해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에게 6억 원가량의 벌금을 물고 있다, 이 법을 도입할 의사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모범적인 기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기업살인 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벌금이) 6억 원으로 되겠나, 이왕 몇십억 원 돼야 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정몽준 후보는 정태흥 후보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았다. 정몽준 후보는 "(정태흥 후보가) 지난 2003년 반미청년회 의장을 맡았는데 단순히 반미를 넘어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추종했다고 한다,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태흥 후보는 "정몽준 후보가 얘기한 반미청년회와 내가 활동한 반미청년회는 다르다"라면서 "평등한 한미관계를 실현하려면 불평등한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았냐"라는 정몽준 후보의 질문이 계속됐다. 여기에 정태흥 후보는 "평등한 한미관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는 불평등한 조약 개선해야 한다, 정몽준 후보는 SOFA를 알고 있나"라고 맞받았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방위비 분담 등이 주요 내용 아닌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으로 별개의 협정이다. SOFA는 미군이 주둔하기 위한 행정적 근거가 되는 협정으로, 미군의 시설과 구역, 미군의 특권과 면책사유 등 법률적 사항이 주요 내용이다.

정태흥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돈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도 성역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 박근혜 정부를 질타했다. 이어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에 단 한 표도 주지 말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몽준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가 네 명인데 정(태흥) 후보는 지지율 0.5%고 다른 한 분은 0.4%다"라면서 "새누리당은 지지율이 40%도 되고 30%도 되는데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하는 건 모순 아닌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박원순 - 정태흥 : 비정규직, 다산콜센터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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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후보와 정태흥 후보 사이의 토론은 상대적으로 날이 무뎠다.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성과를 일정 부분 높게 평가했고, 박 후보 역시 색깔론을 배제한 정책 중심의 질문을 던졌다. 다만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시의 다산콜센터 등 외주용역 형태의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또 서울시 의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복지예산이 대폭 감축된 문제를 제기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120 다산콜센터는 민간 위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한다, 서울시가 직접 고용으로 바꿀 생각은 없나"라면서 "생활임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서울시는 2017년까지 750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고 있다, 다산콜센터를 포함해 간접 고용된 인력들까지 한꺼번에 (정규직화)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라면서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차츰 (정규직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 후보는 또 "서울시의회에서 재난 재해에 따른 복구비 등 예비비와 저소득층 사회보장 항목에 대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은 지역 민원성 예산으로 반영됐다"라면서 "서울시의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절대다수인데 그럴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후보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도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있다, 예산 제출은 시가 하지만 결정은 의회가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재량을 발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태흥 후보의 참여로 색깔 공세를 강화한 정몽준 후보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 정몽준 후보는 정태흥 후보와 이념 논쟁을 벌이느라 주도권 토론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질문할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 또 정몽준 후보는 사회자 질문에 답하고 반론에 재반론을 하는 토론 형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별다른 실수 없이 정책 중심의 토론을 벌였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그:#서울시장, #정몽준, #박원순, #정태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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