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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입구에 당선 감사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당선 사례 터미널 입구에 당선 감사 인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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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출퇴근길에 지방선거 관련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당선 감사 인사와 축하, 낙선 인사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곳엔 어김없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은 지정된 곳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 터미널 입구나 사거리 같은 곳곳에 임의로 걸려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선 인사든 낙선 인사든 그저 인사치레려니 하기 때문에 크게 눈여겨보지 않지만, 그 중에 몇은 '피식'하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낙선에 울지 않고 여러분의 성원에 웁니다.'

낙선한 사람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가 좀 더 솔직했으면 싶다. '낙선에 울고, 여러분의 성원 없음에 웁니다'라고 말했다면, 다음 선거 때 좀 더 생각해 볼지도 모른다.

동문회도 아니고, 왜 이장협의회 이름으로...

이장협의회 이름으로 여당 당선인에 대해서만 축하 현수막을 건 모습
▲ 당선 축하 현수막 이장협의회 이름으로 여당 당선인에 대해서만 축하 현수막을 건 모습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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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현수막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딴 데 있었다. 내가 사는 경기 용인시 이동농협 하나로마트 앞 사거리에 '이장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걸린 당선 축하 현수막을 보자.

우리 동네에서는 기초의원 당선자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 정당에서 한 명씩 나왔다. 그런데 이장협의회는 당선 축하 현수막을 새누리 소속 당선인만을 위해 걸어놓았다. 광역 의원 당선 인사 위·아래로 새누리당 소속 기초·광역의원 당선자에 대한 이장협의회 명의의 당선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옆으로는 새정치 소속 기초의원의 당선 사례가 걸려 있다.

같은 선거구에 두 명의 당선인이 있는데, 당연히 두 명의 당선인 모두를 위해 현수막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동문회라면 모를까, 이장협의회 이름으로 지역구 의원 당선 축하인사를 하면서 굳이 한 쪽만 내건 이유가 뭘까?

그래서 이장협의회장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봤다. 회장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대답하며, "당신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쪽 사람이야?"라고 따지듯이 되물어 왔다.

이장님들 속내야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많은 대형마트 앞 사거리에 특정 정당 소속 당선인에게만 축하 인사를 건네고, 반대편 당에게는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았는데도 편파 시비가 없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이장협의회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당선자는 홀대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야 할 부분이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를 하던 시대가 아닌 이상 이장협의회가 열심히 일하라는 차원에서 당선 축하 현수막을 건 것이 시빗거리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더라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낫지 않을까 하는 면에서 본다면, 한쪽만 축하하는 현수막은 지역주민들을 편 가르게 하는 시빗거리가 아닌가 한다.


태그:#지방선거, #편파, #이장협의회, #당선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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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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