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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의 1차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했던 1만11개 나들가게 중 10%가 넘는 1039개 점포가 지난 6월 말 현재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중기청은 점포양도, 업종변경, 건강문제 등의 이유로 휴폐업 숫자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으며, 지난해에 그 숫자가 대폭 늘어났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가진 통화에서 "메이저 편의점들의 나들가게 인수를 비롯해 매출하락으로 인한 업종변경, 점주의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인해 휴폐업 숫자가 꾸준히 증가했다"며 "지난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던 상품공급점도 휴폐업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청은 휴폐업에 따른 시설투자비 회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부터 3년간 진행된 나들가게사업에는 모두 66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중 시설투자비 명목으로 간판 교체 비용(200만 원), 상품(재)배열 비용(120만 원), 포스(POS) 설치 비용(150만 원)을 포함해 한 점포당 평균 470만 원이 지원됐다. 휴폐업 숫자를 약 1천개로 잡더라도, 약 47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1039개 점포에 지원된 약 47억여 원 '날릴판'

문제는 이 금액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간판이나 매대는 재활용도 되지 않은 채 폐기처분 됐으며, 포스의 경우는 더 엉망으로 사후관리가 이뤄졌다는 게 이 당시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했던 지도요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포스 중 일부는 휴폐업 점주가 자의적으로 팔아넘기기도 했으며, 또 일부는 이 당시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했던 포스 관련 업체의 창고에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요원은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했던 점주들은 시설투자비를 국민들의 세금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돈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었다"며 "매매 등으로 인한 휴폐업 숫자가 늘어날 경우 분명 문제가 될 것이라고 중기청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담당자에게 얘기했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 지도요원은 또 "일부 메이저 편의점 본부들이 장사가 잘 되는 나들가게 만을 골라 적게는 5천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권리금을 주고서 공격적으로 인수했다"며 "그 과정에서 간판, 매대, 포스도 편의점 본부 자산으로 모두 넘어갔지만, 이를 문제삼는 담당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해 중기청 업무보고와 국감에서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은 "나들가게는 일반 슈퍼마켓 등과 달리 세금이 투입된 국가사업"이라며 "향후 더욱 많은 가게가 폐업 될 수 있어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원금 회수... 시간 길어질 듯

이처럼 정치권을 포함한 관련 업계에서는 "중기청은 회수해야 될 정확한 금액은 물론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실제로 중기청은 현재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했던 포스 회사의 창고에 얼마나 많은 나들가게 전용 포스가 쌓여있는 지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회수해야 될 정확한 금액조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기청 실무자의 입을 통해서도 직접 확인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휴폐업된 나들가게의 포스가 매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포스 회사의 창고에 쌓여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실태파악을 통해 반드시 회수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휴폐업 나들가게 점주의 소재파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회수해야 될 금액이나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숫자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기청은 최근에 와서야 포스 회수를 비롯해 법을 통한 지급명령이나 가압류 작업에 착수하는 등 뒷북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점포를 매각한 경우 나들가게 점주의 소재 파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또 강제집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세금만 이중으로 낭비된 셈이다.

여기에다 이미 폐기처분된 간판이나 매대, 그리고 팔아넘긴 포스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애매모호하다. 중기청이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나들가게사업 세부운영지침밖에 없다. 이 운영지침에는 '나들가게 점주의 귀책사유로 협약이 해지됐을 경우 지원된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소재가 파악된 나들가게 점주들에겐 지급명령이나 가압류 절차를 통해 국민의 세금을 반드시 회수하겠다는 중기청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 

한편 중기청은 올해 초 시설지원이 아닌 온라인수발주지원 및 교육 중심의 '2014 e-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만개의 나들가게를 더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차 나들가게사업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공고까지 냈다. 하지만 1차 사업에 비해 2차 사업에 대한 동네슈퍼 점주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간판, 매대, 포스 등 점포시설지원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점주의 의식 개선 차원에서 바람직한 사업 개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늘지 않자 또 다른 일각에선 시설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기청은 휴폐업 나들가게에 대한 지원금 환수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설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어쨌든 2017년 말에는 만개가 더 늘어나, 모두 2만개의 나들가게가 골목상권 지킴이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휴폐업 숫자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2만개란 목표치도 중요하지만, 이탈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령 이탈되더라도, 지원금 환수는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지원금은 정부도 나들가게 점주의 것도 아닌, 골목상권 재도약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태그:#나들가게 , #중소기업청, #2014 E-나들가게 육성지원사업, #추미애의원, #나들가게 지도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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