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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부터 24일까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서울까지 50km 정도 도보행진을 하였습니다. 그 여정을 따라간 세월호참사100일 가족다큐멘터리 '2반의 빠삐용들'을 총 4부에 걸쳐서 보여줄 예정입니다. - 기자 말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안산 하늘 공원. 유족들은 사진으로나마 그리운 딸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들에게 파란색 티셔츠가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하늘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시흥을 지나고 있습니다. 첫날에는 광명까지 갈 계획입니다. 아이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유가족은 힘이 나는지 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입니다. 도보 행진 첫 날, 약 270명의 유가족이 걸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 2반 반장 서우 아빠는 이번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이번에 받아온 것은 오이. 수분 보충을 위해 자원봉사단이 준비한 겁니다. 세영이 아빠가 말합니다.

"무릎팍이 아프네… 옛날에 연골 수술한 자국."
"걷는 데 다리 괜찮으시겠어요?
"아직까진 뻐근하긴 한데 모르겠네요."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응원을 왔습니다. 방울토마토와 초콜릿을 나눠줍니다. 유족들 얼굴에는 화색이 돕니다.

"이런 학생들 보면 어떤 생각드세요?

민지 아빠가 말합니다.

"다 내 딸같지. 갑자기 딸 생각이 나지."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오늘 목적지인 광명시민체육관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힘내세요."

길목 곳곳에는 시민들과 학생이 나와 응원의 말을 건넵니다. 유족의 모습을 보자 한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서우 아빠 : "이렇게 큰 힘을 줘서 우리가 지치고 힘들고 아프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 같았는데, 그 힘을 얻어서 이렇게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 하고 싶어요."
세영이 아빠 : "지금 집에서 위로받고 있어도 시원찮은 사람들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진상 규명은 정부에서 보상 차원에서 해줘야지."

세영이 아빠는 생때같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그저 지켜만 봤다는 것에 화를 참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 제대로 해결된 것 없는 현재 상황은 유족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희생자 가족은 언제쯤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출발 10시간째 도보행진 첫 날의 목적지인 광명시 시민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어느덧 10시. 2반 빠삐용들은 잠시 밖으로 나갑니다. 술을 한잔 하기 위해섭니다. 아이들을 떠나보낸 이후 술 없이는 단 하루도 잠들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세영이 아빠가 단원고 2반 빠삐용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세영이 아빠:  "빠삐용 만들 당시 배에서 못 나온 우리반 애들이 두 명 있었어. 그러니까 걔네들을 탈출시키자는 의미에서 (부모들을) 빠삐용이라고 한 거지."
서우 아빠 : "우리 애들 스물 다섯명. 이건 내 딸… 여기 있잖아. 우리 딸 유정이… 세영이… 소정이. 스물다섯명이예요."
서우 아빠 : "이 친구 다윤이가 아직…"

다윤이는 아직 진도 앞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건배 한 잔으로 아픔을 달래봅니다.

"본명 대신에 아이들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신다고요?"
"이렇게 유정아, 우리는 본명 안부르고 애들 이름으로… 세영이형, 소정이형 이렇게."
"우리 평생 그렇게 할 거지?"

2반 빠삐용들은 참사 이후 본명을 잊기로 했습니다. 대신 떠나간 아이들의 이름을 서로에게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평생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섭니다.

"계속 우리 아이들 기억해주고, 같이 얘기해주고, 같이 칭찬도 하고, 또 모임도 하고…."

세영이 아빠 : "체력같은건 엄청 좋아. 얘(세영)가 달리기고 뭐고 엄청 잘하는데 겁은 무지하게 많은 거야 얘가. 겁이 엄청 많아 나 닮아가지고… 그러니까 더 가슴이 아픈 거야. 걔가 겁이 얼마나 많은데."

아빠를 닮아 겁이 많았다는 세영이. 그런 기억이 아빠를 더 슬프게 합니다. 술자리를 끝낸 2반 빠삐용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체육관으로 돌아갑니다.

어느덧 시계는 자정을 가리킵니다. 낮부터 무릎이 아프다던 세영이 아빠가 급기야 이를 악물고 통증을 호소합니다. 무릎 연골 수술 이후 오래 걷지 못하는 세영이 아빠. 하지만 오늘은 하늘나라에 있는 세영이를 위해 참고 걸었습니다.

지난 백일간 진도체육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다시 차디찬 바닥에 몸을 누입니다. 도보행진 1일차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단원고 2학년 2반, #세월호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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