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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선6기 정무부시장으로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내정했다. 배국환 정무부시장 내정자는 민선6기 인천시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유 시장은 정무부시장에게 국비 확보, 시 재무구조 개선 등의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유 시장이 배 전 차관을 부시장에 내정하자,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차준택)는 조례에 따라 지난 8일 오전 10시 '배국환 정무부시장 내정자 인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인천시의회 여야 의원들은 내정자가 갖고 있는 부채 해결 대책, 규제완화 등 경제 활성화 방안, 신·구도심 균형발전 방안, 대정부 현안 해결 방안 등을 검증했다.

아울러 유 시장이 인천에서 태어나기만 했지 사실상 대부분의 관료 생활과 정치인의 삶을 인천에서 보낸 적이 없는데, 정무부시장으로 내정된 배 전 차관까지 인천지역사회와 인연이 없었던 인사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걱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또 배 전 차관에 대한 '관피아' 논란이 재현됐다. 배 내정자는 기재부 차관의 경력을 등에 업고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일해 '관피아(금피아)'로 지목된 인물이다.

또한 기재부 2차관 시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철도공사 등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점과, 2011년 서울시 지하철 상가 비리 감사 당시 주심(主審) 감사위원으로 일하면서 비위사실 업체 변론을 맡은 전 감사위원과 수차례에 걸쳐 같이 식사하고 만나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는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와 적폐 척결이 국정의 주요 과제로 제시된 가운데, 충분한 검증과 시민적 합의도 없이 관피아 논란에 있는 기재부 전 차관을 정무부시장으로 내정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인천시민과 소통 대신 정부 정책 관철하러 온 것"

정무부시장 인사 간담회에서는 관피아 논란에 이어 '오픈(OPEN) 카지노'와 영리병원 추진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 내정자는 간담회 때 영종도에 '오픈 카지노'가 들어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오픈 카지노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 사전심사를 통해 리포앤시저스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용했는데, 배 내정자는 오픈 카지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민과 국민 다수는 '외국인 전용'이라고 해도 카지노는 여전히 도박이자 국부 유출, 돈세탁, 마약, 폭력 등의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며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의식한 유정복 시장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란 입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렀다. 배 내정자의 주장은 시민정서에 반하기도 하지만, 유 시장의 공약에도 반하는 것이다.

정무부시장 간담회가 있던 날, 인천시청 브리핑 룸에선 '송도 영리병원 설립 반대 인천의약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인천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는 공동으로 "병원 영리 부대사업과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 최근의 (정부)정책은 합법적으로 거대 자본을 의료에 편입시키는 구실을 만들고 의료 영리화를 허용하는 수단"이라며 의료비 폭등과 의료양극화 심화가 우려되는 송도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했다.

그러나 배 내정자는 인사 간담회 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규제완화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송도 영리 의료법인 설립·유치 등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정무부시장은 시 정책 또는 국가 정책을 시가 추진하는 데 갈등이 첨예할 경우 서둘러 입장을 발표하기 보단 먼저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등 시민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민선4기와 5기 때도 동일했다.

의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데도 영리 병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인천시민과 소통하는 정무부시장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정책을 관철하러 내려온 관료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비판했다.

민선5기와 다를 바 없는 부시장의 재정위기 대책

유정복 시장은 정무부시장에게 시 재정위기 극복이라는 중책을 맡길 예정이다. 이에 배 내정자도 인사 간담회 때 시 부채 해결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배 내정자가 제시한 부채 해결 대책은 민선5기가 제시했거나, 지역 시민사회가 제시했던 방법에서 더 진화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배 내정자는 원칙적 수준에서 '재정 분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배 내정자는 "부산시의 '4분의 1' 수준밖에 못 받는 보통교부세를 제대로 받아와(=연간 5000억원) 빚을 갚겠다. 세입원을 발굴하고 세출 구조를 조정해야한다. 궁극적으로는 재정분권을 실현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보통교부세 대책은 시민사회가 민선5기 때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한 방안으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또 어떤 세원을 발굴할 것이며, 어떤 분야의 사업을 구조조정 하느냐에 인천시민들의 삶이 달라진다. 그런데 구체적 제시 없이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만 꺼냈다"고 지적했다.

배 내정자는 이날 인천과 정부의 갈등현안인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기한 연장논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만 그쳤고,  인천LNG생산기지와 영흥도유연탄화력발전소 증설논란, 강화조력발전소 건설논란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송원 처장은 "인천시 부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인천시와 시민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유 시장은 부채 해결과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 대정부 현안 해결 등을 위해 '경제부시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시장 내정자는 오픈 카지노와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예고했다. 재정위기 극복 대책 또한 제시한 방안이 없었다. 유 시장은 인천의 현실도 모르고 준비조차 안 돼있는 인사를 내정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재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정무부시장, #배국환, #영종도 카지노, #송도 영리병원,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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