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뭘까. 바다에 전어가 있다면 뭍에서는 송이버섯이라지만 맛돌이는 참숯 석쇠돼지구이가 제일 먼저 연상된다.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도 지난 지 오래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인다. 퇴근길 바람결에 날아와 코끝을 스치는 이 냄새에 그냥 지나칠 이 누가 있을까. 참숯에 구워낸 참숯 석쇠돼지구이다.
미식가들은 음식을 탐하기보다는 음식과 소통하며 맛을 즐긴다. 음식에서 위로받고 음식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그래서 참다운 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한달음에 달려간다. 남도에는 진짜배기 맛있는 음식들이 참 많다. 참숯 석쇠돼지구이도 그 중의 하나다.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참숯 석쇠돼지구이'
남도의 참숯 석쇠돼지구이 하면 우리는 담양식을 떠올린다. 담양공고 근처에는 내놓으라는 숯불돼지구이집이 꽤나 있다. 광주광역시와 곡성 석곡의 숯불돼지구이도 유명하다. 강진 병영의 재래시장 연탄돼지구이도 별미다. 이는 아마도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게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맛돌이가 사는 여수에도 맛있는 참숯 석쇠돼지구이를 하는 집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맛돌이의 단골집이다. 장어탕으로 이름난 곳인데 이곳 주인아주머니가 수십 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야심차게 내놓은 신 메뉴다. 두어 달 전 까지만도 참숯 석쇠돼지구이 맛을 보고자 곡성 석곡까지 다녀왔었는데 그것 참~.
여수거북공원 근처의 '공원통장어'식당이다. 돼지 앞다리 살을 이용한 참숯 석쇠돼지구이는 그윽한 숯불 향에 달달한 맛의 황금비율이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입에 착착 붙는다. 남도의 맛을 오롯하게 간직한 밑반찬에 돼지불고기를 얹어 흥미롭고 다양한 체험을 시도해본다. 숯불돼지갈비나 떡갈비의 그 맛과는 또 다른 맛의 세계다.
모든 음식에 장어탕 서비스... 이쯤 되면 '꿩 먹고 알 먹고'다
참숯 석쇠구이백반은 1인분(200g)에 1만 원이다. 공기밥은 별도지만 추가는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머슴밥을 시켜도 흔쾌히 공짜로 내준다. 거기에다 장어탕 전문점답게 장어탕도 덤이다. 이집의 모든 음식에 장어탕이 서비스된다. 이쯤 되면 '꿩 먹고 알 먹고'다.
먹기 좋게 손질해 주방에서 구워내 오기 때문에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숯불돼지구이 상추쌈에 취나물장아찌를 곁들이거나 쌈을 하면 별미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이 음식, 매력만점이다.
알맞게 잘 구워낸 숯불돼지고기는 잡내가 전혀 없고 참숯의 풍미가 가득하다. 그 맛에 어느새 빠져들어 자꾸만 손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뜨겁게 달궈진 주물 판에 양파와 숯불돼지구이를 얹어 온기가 살아있다.
밥반찬도 남도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막걸리 발효식초를 이용한 오징어초무침, 고구마순나물, 잘 숙성된 파김치와 알타리김치 등의 깊은 맛도 좋다. 들깨가루에 버무린 오이나물과 뚝배기에 담아낸 계란찜도 맛깔나다. 구수함과 얼큰함의 조화가 경이로운 장어탕에 밥 한술 말아내니 그 맛 또한 빼어나다. 장어탕 한 그릇 먹고 몸을 추슬러도 좋겠다.
숯불돼지구이는 불맛과 단맛이다. 이들의 조화로움이 맛을 좌우하는데 맛을 비교적 잘 살려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선보였다니 오래 사랑받을 일이다. 음식에 정성이 깃들고 진실한 맛은 누구에게나 다 통하는 법이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