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일 열린 제31회 경제관련장관회의에서 담배에 부과되는 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대폭 올리는 방법으로, 현행 2500원인 담배가격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담은 '금연종합대책'이 논의되었습니다.

담배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측면이 있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는 정책의 당위성에는 일부 공감합니다. 그러나 공평 과세의 원칙이나 사회적 합의 선행의 원칙을 어기면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정부가 10년 만에 담배세 인상을 언급하는 주된 명분은 국민 건강증진입니다. 현재 한국의 15세 이상 남성흡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37.6%으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담배 가격 수준은 가장 낮습니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태국이나 중국이 있겠네요. 적어도 담배세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엔 일리가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방법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담배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입니다. 이는 담배세 인상부담의 대부분을 서민층이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조세저항이 극심한 직접세보다는 비교적 조세저항은 적으면서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한 간접세 인상을 통해 세수를 확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동시에 국가가 세금을 걷을 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평 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조치입니다.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증세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증세는 결코 반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세 부담 여력이 되는 계층과 영역에 대한 수직적·수평적 조세정의 실현과 조세 확충의 결단은 왜 못 내리는 것일까요. 또 현실적으로 서민들의 세부담 증가에 대해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데도 충분한 사회적 검토와 합의를 거치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과정이나 내용에 있어 충분한 사회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이번 담배세 인상은 그런 인상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건강 증진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그것도 가뜩이나 취약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약화시키는 간접세 증세 방식이라니요.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자, 재벌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세저항을 줄이고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조세는 공정하면서도 공평해야 합니다. 이를 간과한 조세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태그:#담배세, #조세저항, #간접세 인상
댓글1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