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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는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처럼 다가오는 법이다. 보수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균열을 보지 못한다면, 불현듯 주저앉을 건물도 볼 수 없는 법이다. 사전에 균열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대형 사고를 피하는 지름길이다. 균열을 확인하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불현듯 드라마와 같은 일을 맞이할 수 있다.

상담사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 한 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부부관계의 균열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관계의 균열 유형이 구분되어 있다면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이런 기대를 반영해 부부관계의 균열을 '20편의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균열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다.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 '저자의 말' 중에서)

"하~ 남편을 버려?"

다소 도발적인 제목에 끌려 선택하기도 한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의 저자 이재진은 상담사이자 최면술사이다. 저자는 그동안 이혼 관련 국내 최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부부 문제와 개인의 심리적 고충에 대해 상담했다. 총 2500여 건의 온라인 상담과 500여 건의 오프라인 상담을 했다. 이 책은 이런 저자가 그동안 상담해온 사례들을 바탕으로 부부 갈등의 해결방법을 조언하는 책이다.

이혼의 이유가 무조건 외도는 아니다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 이재진 지음 / 글로세움(북스온) 펴냄 / 2014.09 / 1만 4500원 )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 이재진 지음 / 글로세움(북스온) 펴냄 / 2014.09 / 1만 4500원 )
ⓒ 글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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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인공인 A씨 부부는 둘 다 공무원이다. 같은 부서에서 만나 결혼을 한 전형적인 사내 커플로 5살과 3살 터울의 자녀를 뒀다. 아내 A씨의 퇴근 후 일상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 아내들처럼 아이들 육아에 거의 맞춰줘 있다.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인 아내 A씨를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자신도 퇴근 후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육아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편 역시 자신의 시간을 거의 접고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 아내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어느 날 아내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남편의 외도를 먼저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부부가 한쪽의 외도 때문에 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이혼하는 부부의 첫 번째 이유는 성격 차이란다.

A씨의 남편은 외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로 바쁜, 성실한 남편이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이혼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결혼 몇 년 동안 그 누구보다 가정에 충실했던 남편은 왜 이혼을 선택했을까?

또 다른 상담자인 아내 B씨는 37세란 나이에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미인이었다. 남자들이라면 한 번 돌아보고 한 번 더 쳐다볼 정도로 뛰어난 미모의 여자였다.

그러나 남편 B씨는 이런 아내와 언젠가부터 잠자리를 피하고 있다. 아내 B씨가 결혼 전부터 게이였을 거라고 의심할 정도로 완강하게 말이다. 그런데 남편 B씨는 결코 동성애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내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걸까? 흑심을 품을 남자들이 많을 정도로 아름답고 건강한 아내인데 말이다.

그녀는 퇴근 후 학습지를 시키며 아이들 학업에 열중했다. 아이들 청결에도 무척 신경 쓰며 늘 항균티슈를 들고 다녔다. 신체접촉을 많이 해주기 위해 아이들을 꼭 옆에서 재웠다. 육아에 집착했던 것이 맞다. 그런데 그녀가 육아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 남편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아이에게 집착하고 잠자리를 피하는 모습에 남편은 외로웠을 것이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남편이 일에 빠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본문 아내 A씨의 사례 중에서)

남자도 사람이다.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여성은 아무리 예뻐도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외모가 못나도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여성을 좋아한다. 자신을 띄워 주는 여성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런 여성에게 성욕을 느낀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을 어떻게 대했는가. 투명인간이다.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남편을 동성애자라 생각했다. 아내의 마음을 열기 위해 개그맨 흉내까지 냈던 그를 말이다. 그동안 그녀는 남편 대신에 무엇을 보았는가. 육아서적, 학습지, 성경책을 보았다. 상대적으로 남편은 투명인간이 된 것이다. (본문 아내 B씨의 사례 중에서)

A씨 부부나 B씨 부부는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부였다.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괜찮다',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난한 가정이었다. 특히 A씨의 남편은 그동안 A씨에게 아무런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아내 B씨는 남편의 잠자리 기피가 불만스러웠지만 그런 남편이 결혼 전부터 게이였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할 뿐,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그녀들의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는 것일까?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사랑과 전쟁>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나에게 일어났다."

내 주변에도 이혼한 사람들이 몇이나 있다. 그들과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니 다들 비슷하게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형제가 다섯이라면 그중 셋은 이혼"과 같은 표현을 한다.

그런데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일까?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닥친 그 '드라마와 같은 일'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식으로 하루하루 사소한 문제가 쌓이고 뭉쳐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었다. 그렇게 커지고 있음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미처 풀지 못한 결과이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져 부부를 덮친 일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남편이나 나도 예전에 이혼 위기까지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이혼 위기로 상담한 사례자 누군가의 모습 일부는 동시에 나의 모습이자 남편의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혼 위기에 처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책에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당연한 듯 매일 별생각 없이 되풀이하는 그런 지극히 사소한 것들 말이다.

때문일까. 이 책의 이야기들이 결코 가볍게 만 읽히지는 않는다.

책 속에는 위기에 처한 아내들과 그 남편, 그들의 문제가 소개된다. ▲ 빚이 쌓이는데도,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쇼핑 중독을 멈출 수 없어서 ▲ 남편을 향한 지나친 사랑 때문에 ▲ 이혼이 두려우면서도 외도에 중독되어 ▲ 위치 추적을 멈출 줄 몰라 ▲ 외도하는 것이라 의심할 정도로 밖으로 나돌며 술을 마셔서 ▲ 이혼이 삶의 방향이 되어버려서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 책에 수록된 20편의 드라마를 마치 드라마를 보듯 읽어 내려가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현 모습을 직면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균열을 확인하기 바란다. 균열을 구분하는 능력만으로도 드라마와 같은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책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는 이혼 위기에 처한 가장 흔한 사례 20가지를 바탕으로 부부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드라마 보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속 이야기들과 그에 따른 조언에 귀 기울여 한때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이혼의 상처를 안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 이재진 지음 / 글로세움(북스온) 펴냄 / 2014.09 / 1만 4500원 )



가끔은 남편을 버리고 싶다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20편의 드라마

이재진 지음, 글로세움(북스온)(2014)


태그:#이혼, #부부, #부부문제, #이혼위기, #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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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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