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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6세인 지인은 지난 35년간 미국에 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 당연히 한국 물정을 잘 모른다. 우리는 지난 6일 오전 8시 45분 볼일을 보기 위해 여수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향했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에 우리는 김포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떠난 지 하루 만에 돌아온 신발

식당을 떠나 다시 여수로 돌아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지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농협 직원. 통화를 마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식당에서 내가 다른 사람의 신발을 바꿔 신고 왔다는 거예요. 분명히 내 신발을 신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닌데요. 이건 제 신발입니다'하고 말해줬어요. 처음에는 계산에 사용한 농협카드를 두고 와서 전화가 왔나 했어요. 그런데 카드는 제 지갑 안에 있네요. 식당에서 밥 먹다 보면 신발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이해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다른 손님과 신발이 바뀐 것을 전해 들은 식당 주인이 농협에 연락했고 농협 측에서는 다시 지인에게 연락한 것이다. 그때까지는 별일이 아닌 듯했다. 그후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티켓팅을 했다. 출발까지는 한 시간 가량 남아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내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지인이 "큰일났다"며 다급히 말하는 게 아닌가.

점심을 먹은 후 자신의 신발인줄 알고 타인의 신발을 신었던 지인은 퀵서비스를 통해 신발을 보내고 나서 공항에서 맨발로 돌아다녔다. 검색대를  맨발로 통과하는 노인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친절한 직원이 슬리퍼를 구해줬다
 점심을 먹은 후 자신의 신발인줄 알고 타인의 신발을 신었던 지인은 퀵서비스를 통해 신발을 보내고 나서 공항에서 맨발로 돌아다녔다. 검색대를 맨발로 통과하는 노인을 이상하게 여긴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친절한 직원이 슬리퍼를 구해줬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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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실수가 있나. 커피 마시면서 발가락을 꼼지락 하는데 느낌이 조금 이상해서 벗어보니 내 신발이 아니네. 빨리 식당에 연락하고 돌려줘야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1층 안내소로 내려간 지인과 나는 안내원에게 퀵서비스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2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전화로 식당 주인에게 사과하고, 퀵 서비스로 구두를 보내겠노라고 했다. 식당 주소지를 적은 메모를 기사에게 전하고 나니 출발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탑승 수속을 밟았다.

결국 지인은 공항 검색대를 맨 발로 통과해야 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공항 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직원은 슬리퍼를 구해다 줬다.

물론 여수로 돌아와 우편 등으로 돌려주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지인은 오는 9일에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 지체할 수 없었다. 여수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의 '퀵서비스'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인은 "정말 놀랐다. 미국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가 말했다. 

감동을 신고 미국으로 떠난 지인

"아차! 경황이 없다 보니 그 생각을 못했네. 퀵서비스 기사한테 내 구두도 여수로 보내달라고 말할 걸. 하는 수 없지…. 헌 신발 신고 미국으로 가는 수밖에."

"아닙니다. 차가 밀려 아직 김포 식당에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식당에 전화해 보지요. 퀵서비스 기사한테 다시 선생님 구두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보겠습니다."

비행기는 한 시간 만에 여수에 도착했다. 여수 도착 후 식당에 전화하니 이미 그 기사는 배달 완료 후 현장을 떠나버렸다. 하는 수 없이 식당 주인에게 다시 한 번 부탁해 지인의 구두를 택배로 여수에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알겠다고 답변이 왔다. 지난 7일 오후 3시. 정확히 하루 만에 여수로 돌아온 자신의 신발을 본 지인이 감격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한국 택배 서비스가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말 감동이네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나라입니다. 만약 내가 신발 주인에게 신발을 보내지 못했으면 계속 찝찝한 마음이었을 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더구나 내 신발을 못 신고 미국으로 떠날 줄 알았는데 예쁜 포장지에 싸여 다시 돌아온 신발을 보니 정말 놀랍네요."

 정확히 하루만에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사실에 놀라고 감동했다는 재미교포의 신발 .
 정확히 하루만에 자신의 손으로 돌아온 사실에 놀라고 감동했다는 재미교포의 신발 .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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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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