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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2막을 엿장수로 시작한 이재철(79)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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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유명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서울 마포 용강동의 한성약국 골목길이다. 엿장수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엿을 판다. 생강엿과 호박엿이다. 한 봉지에 3천 원이다. 할아버지의 근무 시간은 오후 5시께부터 9시까지 4시간 남짓이다. 장사가 잘 되는 날에는 오후 11까지 일할 때도 있다.

건설회사 다니다 58세 정년퇴직... 이후 21년째 엿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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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박스에 3천원에 파는 생강엿과 호박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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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79 )할아버지는 인생 2막을 엿장수로 시작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다 58세에 정년퇴직한 후 21년째다. 현업에서 물러나 새로운 일거리를 구할 때까지 마음고생과 우여곡절도 많았다. 엿장수 할아버지는 그간의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니까 막막하더군요. 자식들은 대학생인데 돈 쓸 데는 많고 뭘 해서 먹고살까 궁리를 했지요. 우연히 동대문시장을 지나가다 땅콩엿을 사먹은 게 계기가 되었어요. 그 분(땅콩엿장수)에게 부탁을 했더니 신당동의 엿 공장을 알려줬어요."

할아버지는 이 일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숱한 갈등을 겪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체면 따위는 버렸다.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인생 2막을 엿장수로 출발한 것이다. 마포 공덕시장에서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정장차림으로 엿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며칠간은 엿을 사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엿을 안 사~ 골목골목 가판 단속도 심하고... "

"외모가 엿장수 안 같아서인지 아무도 엿을 안 사~ 골목골목 가판 단속도 심하고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

대화 도중에 이웃한 센스 미용실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엿을 사먹으러 왔다. 아주머니는 할아버지의 단골인데 엿이 꿀맛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엿을 참 좋아한다며 엿 한 봉지를 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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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한 센스 미용실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엿을 사먹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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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또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살아온 게 벌써 21년 세월이 흘렀다. 당시 하루 벌이는 1만5천 원 남짓, 할아버지의 돈벌이는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날 일기에 달렸어 비가 오면 바로 짐 싸가지고 집에 가고, 일기 좋은 날은 10만 원어치를 팔 때도 있었어요."

엿장수 할아버지의 수입은 대중없다.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다. 할아버지를 만난 건 지난 1일 저녁 무렵이다. 오늘 판매 금액은 2만5천 원이다. 그중 딱 반절이 순수입이라고 했다.

"엿 한 봉지에 3천 원인데 딱 반절 남아요."

엿장수 할아버지의 인생 2막, 늘 엿처럼 달콤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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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소박한 꿈은 그냥 몸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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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일터인 마포 용강동의 유명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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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할아버지는 슬하에 아들 셋, 딸 둘 5남매를 뒀다. 자식들은 다 취업을 했다. 아내는 10여 년의 긴 투병생활을 하다 6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에게 당신의 꿈을 물어봤다. 꿈은 소박하다. 그냥 몸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제 내 나이 80인데, 꿈이란 게 내 몸 건강한 게 꿈이지요."

엿은 섭씨 200도의 고온에서 만들어져 곰팡이가 쉽게 피지 않는단다. 이렇듯 할아버지의 남은 인생 여정도 변함없이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래본다.

생강과 땅콩이 한데 어우러진 생강엿, 호박으로 만든 호박엿은 자연이 담긴 건강한 맛이다. 입에 달라붙지 않고 달콤하다. 갖은 어려움 떨쳐내고 새롭게 살아가는 엿장수 할아버지의 인생 2막이 늘 엿처럼 달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