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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 할방님들의 신나는 야단법석 현장
 할망, 할방님들의 신나는 야단법석 현장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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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주말 아침, 아침 햇살이 따스하다. 천고마비의 계절만큼 파란 하늘도 마음을 맑게 해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은 날이면 힘든 삶도 겸허히 이겨내리라.

18일 오전 10시,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 남구 문학동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수미정사(회주 종연 스님)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매년 어르신을 위한 음식 봉양, 미용 봉사, 트로트 야단법석을 보시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할망, 할방님의 꼬리 행렬로 좁은 산길이 더 좁아 보였다.

야트막한 문학산 끝자락의 소박한 시골 텃밭 풍경
 야트막한 문학산 끝자락의 소박한 시골 텃밭 풍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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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단지의 밥냄새도 솔솔 올라오고...
 가마솥단지의 밥냄새도 솔솔 올라오고...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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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정사는 야트막한 숲으로 우거진 문학산 기슭에 자리한 도심 속 사찰이다. 인근 빌라와 맞닿아 있어 등산객을 포함해 이웃 주민들이 가깝게 왕래하고 있다. 사찰을 올라가는 곳곳에는 작은 텃밭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주말농장으로 활용된다.

거름 냄새, 밥 짓는 풍경, 개 짖는 소리 등 소박한 시골길 풍경을 뒤로하고 사찰에 오르니 법당의 고요한 풍경은 온데간데없다. 그 흔한 목탁소리는커녕 스님의 불경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산사엔 오직 대중가요와 트로트로 뒤덮였다. 그리고 할망, 할방들의 웃음소리로 야단법석이었다.

부처상의 진리는 미소
 부처상의 진리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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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정사 법당에 비친 와불상
 수미정사 법당에 비친 와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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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이란 그야말로 시골 장터처럼 시끌벅적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단을 세워 불법을 설한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할망, 할방들이 모여 더욱 흥을 돋우는 것. 이날만큼은 수미정사 회주 스님도 법을 설파하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춤도 추고 미소를 더한다. 고요한 절집도 잿빛의 우울을 던져버리고 법당의 해학을 아우르는 것이다.

법당 곳곳에 피어난 웃음꽃 자체가 부처가 되는 이 날. 작은 꽃, 큰 와불상, 조그만 동자승 조각마저도 아름다운 형상 그대로였다. 할망, 할방의 엷은 미소가 부처의 미소로 탈바꿈했다. 계곡물 소리, 작은 시냇물 소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흔들리는 나뭇결 소리 또한 자연이 선사하는 하모니였다.

이날의 야단법석은 소금꽃 사물봉사단의 사물놀이, 밝은소리합창단의 음성공양, 한국 고전무용, 즉석 노래자랑 등으로 이어졌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17사단 7873부대 2대대 장병들은 보살과 함께 음식 공양 나눔을 도와줬다. 인하대병원 교수 불자회에서는 간호사, 봉사자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여고생들이 선사하는 네일아트는 할망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누가 화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누가 화를 낼 수 있단 말인가.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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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도량 약수물은 천수를 누리라 하네
 청정도량 약수물은 천수를 누리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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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정사 주지 종연 스님은 "어르신 위안잔치야말로 부처님을 모시는 것보다 더 소중한 행사다. 아담하고 조용한 산사에 비록 밥 한 공기의 소박함을 전해드리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모든 사람들의 보시바라밀의 정성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불교에서는 경계 없이 함께 나누는 마음을 보시바라밀이라 부른다. 너와 내가 따로 없고 둘은 본래 하나였다는 연기설에서 근원을 찾는다. 이날 수미정사가 벌인 야단법석의 의미도 금강경이 전해주는 보시바라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산사의 오솔길이 할망 품처럼 포근했다.

"왼손에 상처가 나면 오른손이 그 상처를 치료합니다. 오른손은 왼손을 치료하면서 남을 위해 희생한다든가 보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 둘은 본래 한 몸이므로 오른손은 왼손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보살이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는 마음도 그와 같습니다. 그렇게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없는 배풂, 너를 위해 내 것을 내어 준다는 생각이 없는 보시가 보시바라밀입니다"(금강경 중에서)

동자승도 오늘만큼은 차비를 들고 야단법석에 참석하시네
 동자승도 오늘만큼은 차비를 들고 야단법석에 참석하시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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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정사 회주 종연스님(맨 왼쪽), 17사단 2대대장(맨 오른쪽),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의 기도가 오늘만큼은 맑고 가볍다
 수미정사 회주 종연스님(맨 왼쪽), 17사단 2대대장(맨 오른쪽),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의 기도가 오늘만큼은 맑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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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천불교신문> 공동 게재



태그:#수미정사, #문학산, #종연 스님, #야단법석, #어르신 위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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